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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작가들이 펼친 ‘네모 세상’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순수원해’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전시
시각예술가 등 12주간 협업 진행
미술보다 예술적 역량 개발 초점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지난 7월부터 꿈다락토요문화학교 ‘어린이는 무엇을 믿는가-순수원해!’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사진=김태영 에디터/tedkim03@

모니터 속에서만 보던 3차원 게임 세상이 경기도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전시장에 펼쳐졌다. 수원의 산과 강의 형상을 그려넣은 종이박스 300개를 쌓자 알록달록 동화같은 마을 풍경이 완성됐다. 사람도 네모, 나무도 네모, 태양도 네모 형태 픽셀로 이루어진 온라인 게임 ‘마인크래프트’ 속 풍경을 닮은 이 마을은 10~12살 ‘어린이 작가’들의 작품이다.

지난 12주간 이 어린이들은 2명의 시각예술가들과 토요일마다 만났다. 선유도 공원을 답사하고, 작가 레지던시를 방문하기도 했다. 캔버스에 드로잉을 하거나 유화 아크릴 작업도 미술가들과 함께 진행했다. 이 결과물은 1주일 동안 미술관에 ‘작품’으로 전시될 예정이다. 작품을 제작한 어린이 작가들이 직접 도슨트를 역할을 맡아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가이드도 진행할 계획이다.

‘어린이는 무엇을 믿는가-순수원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 프로그램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이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원장 이규석, 이하 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2019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사업의 일환이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사업은 문화예술기관 및 단체, 예술가와 함께 학교 밖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기 위한 교육진흥원의 지원 사업이다. 지난 2012년 주5일 수업 시행과 함께 시작됐으며, 아동·청소년과 그 가족들이 시각예술, 공연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교육을 접하며 소양을 키우고 또래·가족간 소통할 수 있는 건강한 여가문화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에는 수원을 비롯해, 목표, 대구 등에서 이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수원시립미술관의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 주제인 ‘순수원해!’는 수원을 중심으로 순도(100%)+수원 +해(하다, Do it)이라는 단어를 조합해 만들었다. 어린이들의 순수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이해하면서 창작활동을 진행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미술관 측은 “무한한 잠재 가능성을 지닌 어린이가 작가로서 예술적 역량을 마음껏 펼쳐볼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한 어린이 작가발굴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신창용, 황현호 작가가 참여했다. 일상에서 경험하는 풍경이나 대중문화를 재해석해 회화로 표현하는 작업을 해 온 신창용 작가가 메인 강사로 나서 아이들과 다채로운 교육과 소통의 장을 열었다. 여기에는 수원여대 아동미술과 학생들도 아이들의 활동을 돕는 자원봉사로 협업하며 미술을 키워드로 하나의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전시를 앞둔 지난 5일 미술관에서 만난 신 작가는 “평소에 주로 그리는 그림 자체가 캐릭터를 주제로 하는 것”이라며 “아이들을 가르친다기보다 아이들과 어우러져 자유로움 속에서 전시를 만들어가는 것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모두 작가라는 호칭으로 부르고 있다”며 “아이들과 교류하며 전시를 만들고, 그 전시가 기록으로 남고, 또 다른 아이들이나 단체에서 이 기록을 보고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신 작가와 함께 참여한 황현호 작가는 “학생들을 변화시키려기보다, 아이들이 그 시기에 가질 수 있는 순수성을 예술이라는 장르로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미술을 단지 ‘그리기 기술’을 증진시키는데 목표를 두지 않는다. 참가자들의 자율성을 가장 우선시하고, ‘창조’ 경험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하는 방법과, 이를 깨우치도록 돕는 통합적 예술교육을 지향한다.

따라서 참가자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프로그램 참가자인 정단비(11) 학생은 “작가 선생님들이 나를 작가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부끄러웠다”면서도 “집에서 쉴 수 있는 토요일에 나가자고 해서 싫었는데, 이제는 하루 종일 미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정단비 학생은 또 “처음에는 어머니의 소개로 등떠밀려 왔는데 이젠 너무 재미있어서 하루 종일 이 수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즐거워했다.

류수연(11) 학생은 “멋진 그림은 어른 화가들이 잘 그리지만, 그걸 따라하는 것보다 우리가 직접 생각하고 그리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미술관 측은 “‘순수원해!’는 시각예술가들과 기획부터 운영까지 함께 하는 프로젝트로,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무척 높다”며 “이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친다기 보다 아이들과 어우러져 자유로움 속에서 전시를 하나 만들어내는 것으로, 미술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언제든지 발견할 수 있는 것이고, 이를 통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친근한 미술관으로 대중에 다가가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원=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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