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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일·야채에 ‘노화방지’ 코팅을 입혀라
분말, 물에 섞어 뿌려주면 유통기한 최대 4배로 길어져…원거리 수출 가능, 음식물 쓰레기도 획기적 감소

전 세계적으로 유통기한이 지나 버려지는 신선식품은 무려 1조 2000억 달러(한화 1792조 원).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연간 7500억 달러(한화 896조 원)에 달한다.

전 지구적 낭비를 막기 위해서도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은 중요한 과제가 됐다. 미국의 한 스타트업은 이를 위해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했다. 과일이나 야채 표면에 코팅을 입어 유통기한을 늘리는 것이다.

미국 스타트업 에이필 사이언스(Apeel Sciences)의 창업자인 제임스 로저스(James Rogers)는 6년의 연구 끝에 이러한 코팅 기술을 개발, 신선식품의 유통기한을 2배에서 최대 4배까지 늘리는데 성공했다. 이 혁신적인 기술에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안드리센 호로위츠 벤처캐피탈 등이 1억 1000만 달러(한화 약 1315억 원)를 투자했다.

에이필 사에 따르면 코팅물질인 에디필(Edipeel)은 못생겼거나 흠집이 생겨 유통되지 못하는 신선식품의 씨앗, 껍질, 과육을 통해 만들어진다. 신선식품의 여러 성분을 분자 단위로 쪼갠 다음 분자들 중 순수 기름, 지방, 큐틴(식물 각피의 주성분)을 추출해 분말 형태로 바꿨다. 출시된 분말은 아보카도, 바나나, 망고, 카사바, 감귤, 아스파라거스, 딸기 등 총 30여종. 아보카도에 바를 분말은 아보카도에서 추출한 물질로만 만들고, 레몬에 바를 분말은 레몬에서 추출한 물질로만 만들었다.

분말을 사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에이필 사는 완성된 분말을 농장이나 식품업체에 공급, 업체에선 분말을 물에 섞어 시럽형태로 만든 뒤 신선과일과 채소에 골고루 바른다.

에이필 분말을 바른 신선 과일과 채소의 표면은 건조하면 얇은 막이 형성된다. 무색, 무취, 무맛의 얇은 막은 과일이나 야채에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침투하는 것을 막아줘 수분 증발을 차단하고 노화를 늦춘다. 과육의 촉촉함과 영양성분도 유지한다는 장점도 있다. 분말을 바른 과일이나 야채를 먹을 때는 물에 씻으면 막이 사라진다.

에이필 사의 혁신적인 기술은 미국 유통체인 합스(harps)에서 처음으로 활용됐다. 합스 80여개 지점에서 코팅을 입혀 유통기한이 2배로 늘어난 아보카도를 팔기 시작했다.

결과는 놀아웠다. 무려 40%에 달하던 아보카도 재고 폐기율은 10%로 줄었다. 폐기 비용이 줄자 수익은 10% 증가하며 유통업체에도 이익을 안겼다.

에이필의 코팅 기술은 소비자와 생산자, 유통업체 모두에게 매력적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선 원산지가 먼 수입 과일도 신선한 상태에서 먹을 수 있고, 생산자들은 더 먼 지역까지 수확한 농작물을 수출할 수 있다. 게다가 코팅 기술을 통해 유통기한을 늘리니 냉동고 등 저장 비용이 줄고, 약품을 뿌릴 필요도 없다. 유통체인의 입장에선 비용 절감 효과가 상당하다. 에이필에 따르면 신선식품에 코팅 기술을 적용할 때 대형 유통체인은 연 10억 달러의 수익 개선 효과가 있다.

뿐만 아니라 농작물 수출로 인해 발생하는 에너지도 절감해 궁극적으로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제임스 로저스 에이필 창업자는 “우리 기술은 식품회사의 매출을 올려주고 그들과 이익을 공유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엄청난 양의 식품 쓰레기와 장거리 물류에 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라며 “눈앞에 닥쳤지만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식품 위기, 환경 위기를 막는 코팅 역할을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라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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