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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해봐야” vs “이대로는”…‘뱅뱅’ 도는 제3 인뱅
은행·대형IT 무관심·불참
케뱅·카뱅…‘절반의 성공’
한계론자 “그나물에 그밥”
옹호론자 “참가규제 완화”

[헤럴드경제=이승환·배두헌 기자] 10일부터 제3 인터넷전문은행(인뱅) 예비인가 접수가 시작됐지만 ‘빅뱅’에 대한 기대보다는 또 ‘뱅뱅’ 돌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시중은행인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은 불참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 5월 고배를 마신 토스와 키움 컨소시엄이 재도전할 것으로 보이지만, 새로운 변화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출범 3년차를 맞은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과의 차별화된 결쟁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새로운 인뱅 설립을 위한 흥행도, 기존 인뱅의 성적도 ‘잿빛 전망’으로 가득한 국내 인뱅 시장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 인뱅 시장의 태동은 199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9년 하반기부터 개별 은행의 홈페이지나 한국통신이 운영하는 뱅크타운을 경유해 ‘온라인 뱅킹’이라는 이름의 서비스가 제공되기 시작했다.

2002년에는 국내에서 처음 인뱅 설립이 추진됐지만 무산됐다. 당시 SK, 롯데 등이 벤처 회사와 합작해 인뱅 설립을 시도했지만 대기업이 중심이된 추진 방식이 논란이 되면서 흐지부지됐다.

2008년 금융위원회는 은행법 개정을 통해 인뱅 제도 도입을 추진했지만 은행산업 부실 가능성, 수익모델 취약성, 과당경쟁 우려 등으로 입법에 실패했다. 이후 2015년 인뱅 도입이 본격적으로 재논의됐고, 2016년 12월 케이뱅크가, 2017년 4월 카카오뱅크가 각각 은행업 인가를 받았다. 이어 작년 10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인뱅 특례법)'이 국회를 통과해 올해 1월 시행되면서 제3인뱅 설립에 속도가 붙었다.

인뱅 출범 초기 기존 은행권에 디지털 경쟁을 촉진시켰다는 ‘메기 역할’은 평가 받는다.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은 “3~4년 전만 해도 시중 은행들의 모바일 앱이 지금처럼 보편화되지 않았다”며 “현재 모든 시중은행이 디지털 전환을 최대 화두로 내걸고 모바일 서비스 고도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 ‘인뱅 효과’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초 도입 취지인 ‘금융 혁신’이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에 물음표가 찍히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보호원 원장은 "(인뱅의) 혁신성을 접목해서 다른 판에서 금융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의지나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미국과 유럽 등에서 점포 없이 예대 영업을 하다가 망한 인뱅 형태와 현재 국내 인뱅과 다를 게 없다"고 꼬집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국내 은행업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보다 이자수익을 중심으로 한 기존 은행들의 영업을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BIS비율은 2분기에 나란히 1.5%포인트 이상 급락하며 은행권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인뱅이 기존 은행과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회의적"이라며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 대형 은행들이 인뱅을 설립할 이유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현재의 인뱅 인가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종진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처음부터 너무 완전하고 안전한 상태로 가야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금융혁신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며 "한번 인가를 통해 인뱅 출범을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 제한적 인가 이후 완전 인가 등의 방식으로 단계별 승인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산분리 원칙에 대한 재논의를 통해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인뱅 주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뱅 특례법의 혜택을 받는 ICT 주력 기업 뿐만 아니라 유통, 숙박, 식음료 분야에서 플랫폼 경쟁력을 지닌 업체들의 참여를 유도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제연구소 금융산업팀장은 "올해 1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시행으로 일부 해소되었으나 단독 또는 2인 주주 등으로 단순한 일본과 달리 다양한 업종이 주도하는 주주 구성이 여전히 어려운 현실"이라며 "이업종의 금융업 진출로 다양한 유형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되면서 금융소비자의편익 제고와 함께 기존 은행의 디지털 전환을 빠르게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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