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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온피플 상장, 공모가 하단도 비싸다는데…강행 승부수 통할까
희망 밴드 하단 미만 제시한 기관 70% 이상
업계 "기관투자자 수요·관행 무시한 무리수"
주관사 "실적과 유효 수요 감안하면 합리적 밸류"
상장 뒤 주가 흐름, 주관사 평판 판가름할 듯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나선 카메라 모듈 검사기 제조회사 라온피플이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희망 공모가 하단도 비싸다"는 평가를 받아들었음에도 불구, 희망 범위 내에서 공모가를 확정해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숫자로 드러난 시장의 수요를 무시했다는 지적과 함께, 상장 이후 상장주식 투자에도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8일 라온피플은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요예측(사전청약) 결과 회사가 제시했던 희망가격 범위(1만4000~1만7000원)의 최하단인 1만4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고 공시했다. 라온피플은 인공지능(AI) 머신비전 기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회사로, 카메라 모듈 검사기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오는 10~11일 일반청약을 거쳐 18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미래에셋대우가 기업공개(IPO) 대표주관을 맡고 있다.

업계는 라온피플이 부진한 수요예측 결과에도 희망범위 내에서 공모가를 확정한 '무리수'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총 914개 기관이 참여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1만4000원 이하 가격을 신청한 곳은 무려 652곳으로, 비중은 70%를 넘어선다. 신청 주식수량으로 따져도 72.6%가 희망 공모가 범위보다 낮은 가격에 제시됐다. 한 대형 증권사의 IPO 담당 임원은 "70% 이상의 수요를 저버리는 것은 기관투자자들이 내보인 수요 자체를 신뢰성 없는 의사로 취급한 것으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올해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 중, 수요예측에서 희망 공모가격 하단보다 낮은 가격을 신청한 기관투자자 비중이 50%를 넘어선 것은 까스텔바쟉, 펌텍코리아, 세경하이테크, 네오크레마, 라닉스, 올리패스 등 총 6종목이다. 이들 종목 모두 희망 공모가 하단보다 낮은 가격에 공모를 진행했다. 이처럼 수요예측에서 확인된 시장의 수요를 가격에 반영했음에도 불구, 현재 6곳 중 2곳만 상장 초일 시가를 웃돌고 있으며 나머지 4곳의 평균 주가하락률은 30%를 넘어선다.

상장을 주관한 미래에셋대우는 희망 공모가 하단 이상의 가격으로 신청한 주식 수만 따져도 기관투자자 배정 물량을 소화하는 데 무리가 없으리라고 설명한다. 또 과거 미래에셋대우의 상장 주관 시 예측력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 시장 조성에도 기여해 온 국·내외 기관들의 수요가 희망 공모가액 밴드 내 주로 형성돼 있었던 것 역시 공모가를 하단인 1만4000원에 결정한 토대가 됐다.

특히 희망 공모가 범위는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을 연환산 반영해 산출했는데, 하반기에는 보다 가파른 성장을 달성할 수 있으리라는 내부 판단도 희망 가격 내 공모가 확정에 토대가 됐다고 주관사는 설명한다. 라온피플은 올 상반기 4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전년 동기(66억원) 대비 약 32% 감소한 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올 하반기에는 적자를 기록한 지난해 하반기와 달리 흑자를 기록, 연간 100억원이 넘는 순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 발행사 및 주관사의 밸류에이션을 시장에 설득시키지 못한 점은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공모시장은 물량배정에 대한 인수인의 자율성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에, 역량 미달 기관의 수요까지 숫자에 반영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최소 50% 이상 수요는 커버해야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이 안정적이었다는 과거 사례를 감안하면, 가격결정 실패 시 평판 악화는 미래에셋대우가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uman@heral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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