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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렉시트 먹구름에도…‘프리즈 런던’은 건재
163개 갤러리 참여 리젠트파크서
하우저앤워스, 1400만달러 매출
국내 화랑은 국제·현대·바톤 참가
백남준·양혜규·고산금 등 선보여
프리즈 마스터스에 참여한 갤러리현대는 오는 17일 테이트모던에서 열리는 백남준 회고전을 기념해 백남준의 기념비적 작품을 개인전 형태로 소개했다. Photo by Mark Blower. [Frieze 제공]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프리즈 런던(Frieze London)이 지난 3~6일 영국 런던 리젠트 파크에서 개막했다. 사진은 오픈 10분만에 스털링 루비의 대작(벽면에 걸린 노란 작품)을 32만5000달러에 판매한 가고시안 갤러리 전경. Photo by Linda Nylind

가고시안 갤러리가 오픈 10분만에 스털링 루비의 대작을 32만5000달러(한화 약 3억9000만원)에 판매했다. 데이비드 즈위너 갤러리는 케리 제임스 마샬의 작품을 VIP오픈 첫 날 340만달러(41억원)에, 하우저앤워스 갤러리는 마크 브래드포드, 필립 구스톤의 작품을 완판시키며 1시간만에 매출 1400만달러(168억원)를 달성했다.

브렉시트는 없었다. 적어도 올해 프리즈 런던(Frieze London)에서는 말이다.

6월 아트바젤(Art Barsel·스위스 바젤), 10월 피악(Fiac·프랑스 파리)과 더불어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프리즈 런던이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영국 런던 리젠트 파크에서 열렸다.

올해 프리즈 런던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노딜 브렉시트’를 추진하는 등 여느때보다 경제적으로 불안한 상황에서 열렸으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활발했다는 것이 공통된 평가다. 더구나 프리즈 기간에 맞춰 유명 갤러리와 미술관에서 블록버스터급 전시를 개막하는 등 런던시 전체가 예술행사로 들썩였다. 페어엔 지난해 160개 갤러리가 참여한 것에서 소폭 늘어난 163개 갤러리가 참여했으며, 판매성적도 견조했다는 평가다.

일부 갤러리들이 브렉시트 이후 런던 지점을 접고 파리 지점을 물색하는 것도 사실이었으나, 런던에 대한 믿음도 여전했다. 갤러리 디렉터인 네일 벤남(Neil Wenman)은 아트넷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적 시장이잖아요. 런던시장도, 영국시장도 아니죠. 미술시장이 이미 세계적이예요. 그래서 프리즈 런던은 견조합니다”라고 말했다.

프리즈 런던은 지난 2003년 현대미술 전문잡지 ‘프리즈’의 발행인인 아만다 샤프(Amanda Sharp)와 매튜 슬로토버(Matthew Slotover)가 창설한 아트페어다. 아트바젤보다는 규모는 작지만, 영국의 개성 넘치는 갤러리들과 매년 신진작가 작품을 구매하는 테이트 갤러리 기금(Outset Contemporary Art Fund)덕에 세계 현대미술계의 흐름을 주도하는 페어로 성장했다. 2012년엔 프리즈 뉴욕(5월)을 론칭했고, 프리즈 런던에서는 고전 작품과 미술사적으로 인정받는 20세기 거장의 기념비적 작품을 선보이는 ‘프리즈 마스터스’를 시작했다. 올해 2월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확장, ‘프리즈 LA’ 1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특히 올해는 주제 기획전에서 ‘우븐(Woven·직조물)’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홍콩 파라사이트의 큐레이터인 코스민 코스티나스(Cosmin Costinas·37)가 기획한 이 섹션에서는 8개 갤러리가 참여, 8명 아티스트의 텍스타일, 위빙 작업, 타피스트리를 전시했다. 뉴욕타임즈는 해당 기획전에 대해 최근 도자가 유행했던 것 처럼, 미국과 유럽의 주요갤러리의 트렌드를 잘 보여준다고 평했다. 빅토리아 시달(Victoria Siddall) 프리즈 디렉터는 동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주류 예술역사인 회화, 드로잉, 조각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들이 (유행으로)돌아오는 것을 목격한다”며 “우븐이라는 매체는 이번 전시를 통해 진지하게 소개될 것이며,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라고 했다.

한국 갤러리들의 진출도 활발했다. 갤러리현대는 국내 갤러리 중엔 유일하게 ‘프리즈 런던’과 ‘프리즈 마스터스’에 동시 참여했다. 프리즈 런던에서는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와 역동성’을 주제로 김창열, 박서보, 백남준, 정상화, 이우환, 곽덕준, 이강소, 신성희, 김민정, 이수경의 작품을 선보였다. 프리즈 마스터스에서는 백남준의 대형 ‘TV로봇’시리즈를 개인전 형식으로 소개했다. 초기 작품인 1986년작 ‘로봇가족: 할아버지’와 ‘로봇가족: 할머니’를 비롯, 백남준과 각별한 사이였던 ‘존 케이지’와 ‘샬롯 무어먼’, 과학사의 흐름을 바꾼 ‘다윈’과 ‘뉴턴’ 등 14점의 작품을 공개했다. 도형태 갤러리현대 대표는 “한국의 동시대 미술 작품에 해외 관계자의 반응은 예상보다 더 뜨거웠다”며 “백남준의 작품은 그 명성에 비해 미술시장의 입지는 여전히 좁은 편이나, 올해 ‘프리즈 마스터즈’가 그 숙제를 해결하는 첫 발걸음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제갤러리는 단색화 거장 박서보, 하종현을 비롯 양혜규의 ‘솔 르윗 뒤집기 연작’을 선보였다. 북한 자수 공예가와 협업한 함경아의 작품과,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 작가인 강서경의 작업도 발표했다. 강서경은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땅, 모래, 지류’연작과 ‘그랜드마더 타워’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올해 프리즈에 처음 참가한 갤러리 바톤은 고산금, 빈우혁, 수잔 송, 지니 서, 막스 프리징거의 작품을 소개했다. 텍스트 한자 한자를 지름 4밀리미터의 진주로 치환해, 텍스트를 이미지화 하는 수공예적 작업을 선보이는 고산금 작가의 작업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한편, 지난 7월 3일부터 석달 넘게 이어진 프리즈 조각(Frieze Sculpture)전에서는 엄태정 작가의 ‘두 개의 날개와 낯선 자’(2018)가 설치됐다. 요크셔 조각공원 프로그램 디렉터인 클레어 릴레이(Clare Lilley)가 큐레이팅한 이번 전시에선 로버트 인디애나, 비크 무니즈, 자크 오아브 등 23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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