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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맨발로 자연을 느끼다 '계족산 황톳길'…즐거운 체험 '대청호 공정관광'
황토 40리길 매력…대청호 500리길 산책로· 공방체험 가득
'칼국수의 도시' 대전, 매년 가을 열리는 칼국수축제도 인기
맨발의 즐거움. 부드러운 황토가 15㎞에 걸쳐 깔려있는 계족산 황톳길 산책은 다른 곳에서 맛보기 힘든 경험을 선사해준다./김성진 기자 withyj2@heraldcorp.com

[헤럴드경제(대전)=김성진 기자] '대전에 관광하러 간다?'

그저 대도시일텐데 볼 거리가 있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웅장하고 수려한 산,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심산유곡, 섬들이 흩뿌려진 바다만이 관광지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대표적인 대도시 서울 부산에도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에 곳곳에 매력적인 경관을 가진 곳이 적지 않다.

대전은 여러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관광지'로 인식되지 않는 곳이다. 우리나라의 중간지점이라 어느 곳에서도 쉽게 올 수 있고, 반대로 수도권, 강원도, 영호남과 접해 있어 외지로 가기도 편리하다.

하지만 외곽에도, 시내 한복판에도 의외로 매력적인 여행지가 존재하는 곳이 대전이다.

계족산 황톳길중간에는 이 길을 조성한 조웅래 맥키스코리아 회장의 캐리커쳐가 있는데 포토스팟으로 인기다.

맨발로 황톳길을 걷는 코스로 잘 알려진 계족산도 그중 하나다. 대전 동쪽에 위치한 429m의 높지않은 계족산은 산줄기가 닭발처럼 뻗어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또 산줄기가 봉황새의 형세로 뻗어있어 당초 봉황산으로 불렸으나 일제 강점기시절 ‘봉황’을 닭발로 격하시켜 계족산으로 바뀌었다는 설, 봉황산이라 불렀으나 조선시대 송씨 문중의 누군가가 보배로운 이름은 감추어야 한다고 하여 굳이 계족산으로 바꿔 부르도록 했다는 설, 그리고 지금의 송촌 일대에 지네가 많아 천적인 닭의 기운을 빌어 지네를 없애기 위해 계족산으로 불렀다는 등 다양한 설이 있다.

95년 장동삼림욕장이 들어서 사람들이 찾기 시작한 계족산이 더 많은 여행객들을 불러모은 것은 2006년 계족산 맨발축제(Barefoot festa)가 시작되면서부터다.

계족산 황톳길에는 중간 중간 발을 씻을 수 있는 곳이 설치되어 있다.

매년 5월 열리는 이 축제에는 맨발걷기, 맨발마라톤, 맨발 도장찍기 등이 펼쳐지는데 국내는 물론 외국의 여행객들도 많이 찾을 만큼 인기가 높다. 계족산 임도 14.5㎞에 고운 황토 2만톤을 깔아 조성한 황톳길은 살짝 물을 뿌려주면 부드러운 감촉을 주는데 이를 밟으며 숲길을 걷다보면 자연과 하나가 되는 느낌을 느끼게 된다. 부드럽다 보니 발이 빠져 오르막길은 조금 힘들 수 있다. 황톳길을 찾았던 날에도

계족산 황톳길이 생겨난 일화는 다소 의외다. 맥키스컴퍼니(구 선양)의 조웅래 회장이 지인들이 대전을 찾았을 때 계족산을 오르는데 한 여성 동반자가 하이힐을 신어 어려움을 겪자 조 회장이 자신의 신발을 벗어주고 맨발로 산행을 했다고 한다. 그때 그 느낌이 너무 좋아 맨발 황톳길을 구상했다고. 황톳길은 인공적으로 틀을 만든 것이 아니라 비가 오거나 할 경우 유실되는 양이 적지 않다. 이때문에 매년 전북 익산에서 2000톤씩을 들여와 보수하고 있다.

또 황톳길 도중에는 작은 공연무대가 마련되어 있는데 4월~10월까지 매 주말 성악가와 피아니티스트 등 8명으로 구성된 맥키스 공연단이 공연을 펼친다.

계족산 자락에는 각종 유적과 문화재도 즐비하다.

용화사, 비래사 등 사찰이 있고, 가양공원에는 우암 송시열 선생이 학문을 닦고 제자를 가르쳤던 곳을 기리기 위한 우암사적 공원이 들어서 있다.

계족산 정상에 위치한 계족산성은 대전에 있는 30여 개 백제성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원형이 잘 보존된 산성이다. 백제부흥군이 마지막까지 항전했던 옹산성으로 추축하고 있다. 석축으로 축조되었으며 둘레 1037m, 높이 7~10.5m, 폭 3.7m다. 조선시대에는 봉수대를 두어 옥천의 환산 봉수대, 청원의 소이산 봉수대 등에 연락을 취했다고 한다.

1995년 개장한 장동산림욕장은 148ha(약 45만 평)의 숲 속에 산림욕장, 임간교실, 산책로, 잔디광장, 숲 속의 문고, 물놀이장, 야생화 단지, 순환숲길 등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가족, 단체 등의 자연 휴양 및 탐방코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대청호 500리길 인근에는 아름다운 코스모스가 한창 절정이다.

대전은 또 대덕구에 대청호라는 거대한 인공호수를 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소양호, 충주호에 이어 국내 3번째로 큰 대청호는 80년 대청댐이 완공되면서 생겨났다. 이때 대덕과 옥천의 많은 마을이 수몰되는 아픔도 있었지만 댐 건설로 인해 경제 산업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고, 대청호가 만들어낸 풍경은 또 다른 관광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하늘강 아뜰리에를 지키는 신정숙(왼쪽) 조윤상 부부도예가는 모두가 행복한 '공정관광'의 전도사를 자처한다.

호수 위로 200∼300m의 야산과 수목이 펼쳐진 길은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가 높고, 철새와 텃새도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전망대에 오르면 주변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호수에 잠긴 산봉우리는 이제 육지 속의 섬이 되었다. 데크가 깔린 코스를 따라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한가롭다.

‘대청호’는 그 둘레가 무려 500리로 이중 대전 대덕구와 동구 지역을 지나는 구간에 조성된 것이 ‘대청호반길’이다.

대청호는 지역 예술인들의 화실이 많고 국화축제가 열렸던 생태공원,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또 여름엔 호수의 푸른 물과 녹음이 어우러져 시원함을 더해주고 10월에는 물억새가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하늘강 아뜰리에에서 직접 자신의 손으로 색칠을 하며 풍경만들기 체험을 하는 사람들.

대청호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가 '공정관광' 프로그램이다.

공정관광이란 흔히 이뤄지는 '소비의 여행'이 아닌 '관계의 여행'을 추구하는 것으로, 어디로 가느냐보다 누구와 가느냐를 고민한다. 또한 인간, 문화, 환경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중시해 지역생태, 지역주민, 여행자, 여행업 관계자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관광을 가리킨다.

'소확행, 힐링 오감만족 여행' 프로그램은 그중 하나로 대청호 생태관광과 예술체험을 통해 눈과 입 뿐 아니라 성취감과 무언가를 만드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대청호 500리길에 자리한 도예공방 '하늘강 아뜰리에'는 이러한 경험을 하기에 제격이다. 부부도예가인 조윤상(55) 신정숙(52)씨는 원래 미술을 전공했으나 이곳에 반해 16년 전 정착한 뒤 흙과 인연을 맺었다. 기존 건물을 손봐 작업실과 체험공방을 만들고 아뜰리에를 운영하게 됐다. 이곳에 들르면 부부작가의 간단한 교육을 받아 손물레를 돌리며 자신만의 그릇을 만들어볼 수도 있고, 종과 구슬 끈 등을 이용해 청아한 소리를 내는 풍경을 만들어 볼 수 있다. 특히 제작해서 바로 가져갈 수 있는 풍경만들기체험이 인기가 높다. 또 구수하고 친근한 분위기의 토기와 컵 등을 구매할 수도 있다.

하늘강 아뜰리에의 신정숙씨는 "이 대청호 500리길은 차량운행도 자제하도록 되어있어 친환경 지역이다. 여유를 갖고 마을을 둘러보면 다양한 체험거리가 가득하고, 토속적인 먹거리도 많다. 또 이 지역주민들이 만든 농작물도 함께 모아 판매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신 씨는 "여행자와 여행지주민이 남이 아니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여행을 즐기는 것이 '공정관광'의 가치"라고 덧붙였다.

급할 일이 없다면 두리번 거리며 동네를 거닐다가 불쑥 공방에서 뭔가를 만들어보거나, 쑥개떡을 만들어 쪄먹어보자. 또 걷다가 지치면 과수원에서 간식도 사먹으며 편안한 여유를 즐겨보는 것도 또 다른 여행의 즐거움을 줄 것이다.

대청호를 떠나 대전 도심으로 돌아왔다면 대동하늘공원에 올라보자. 어스름 해가 질 무렵이면 서둘러야한다. 벽화마을을 지나 공원 맨 위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여느 명소 못지않을 만큼 아름답다. 쓸쓸한 빌딩숲을 붉게 물들이는 이곳의 노을은 사진작가들이 즐겨찾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한국전때 피난온 사람들이 모여살던 산동네 빈민촌이었다. 비만 오면 진창으로 변해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없이는 못산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라고. 지금도 좁은 골목, 허름한 집에 전선줄이 빽빽히 뒤엉킨 곳이다. 하지만 2008년 도시재생사업이 이뤄지면서 벽화와 조형물이 설치되고 벽화마을로 다시 태어났다. 다소 이질적인 듯한 정상의 풍차전망대도 노을빛을 받을 때면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대전 칼국수 지도

덧붙여 흔히 두루치기, 올갱이가 대표적인 대전음식으로 알려져있지만, 사실 전국에서 칼국수집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 대전이라는 건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대전이 칼국수로 유명해진데는 사연이 있다. 밀가루가 귀했던 우리나라에서 면요리가 서민음식으로 자리잡게 된 것은 미군의 원조가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철도운송의 거점이었던 대전역이 있고, 각종 근로에 동원된 사람들에게 임금을 대신해 지급한 것 등이 동인이 됐다고 한다.

이쯤되면 칼국수축제가 있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지난달 제5회 칼국수축제가 대전 중구 뿌리공원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지난해에도 7만명이 행사장을 찾을 만큼 성황을 이뤘고, 대전의 칼국수집들이 거의 참여해 각자의 개성있는 국수를 선보였다. 축제때가 아니라도 칼국수마니아라면 '도장깨기'에 나서볼 만하다.

역시 관광과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로 정리된다. 몰랐다면 평범했을 대전도 알고나면 흥미로운 여행지다.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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