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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위기에도 '포용성장' 간판 다는 기재부, '사회적 시장경제' 가속화 논란
정권 코드 맞춰 소득주도성장에 이어 포용성장 추구
근로장려세제·실업부조 등 추가 확대 전망
"'곳간 지킴이' 재정당국까지…재정위기 닥칠 것"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경제 컨트롤 타워인 기획재정부가 조직개편을 통해 '포용성장'이라는 새 간판을 단다.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추구해 모두가 함께 잘사는 경제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경제가 위기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곳간 지킴이' 재정당국까지 동원해 분배를 강조하는 게 맞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

4일 헤럴드경제가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포용성장'을 골자로 한 조직개편을 준비 중이다. 포용성장정책관, 사회적가치심의관, 사회자본과, 지속가능경제과 등 4개 국장급 자리와 11개 과를 신설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관련 기사 10월 2일자 6면〉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극심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게 맞냐"는 반응이 나왔다.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은 극심한 양극화를 불러온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에서 나타난 흐름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적인 논의가 본격화됐다. 세계은행(WB)은 2009년 보고서에서 "모든 계층이 경제적 성장에 참여하고 혜택을 받는 성장"이라고 정의했다. 이후 주요 20개국(G20),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서 관련 보고서들이 나왔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는 "많은 사람에게 성장의 결과가 배분되고, 두루 혜택을 누리는 성장"이라고 설명한다. 아울러 구체적인 실현 수단으로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제시했다. 최근에는 '혁신' 단어를 덧붙여 '혁신적 포용국가'라고 표현한다.

소득주도성장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과 반발에 휩싸이자 간판만 바꿔 단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포용적 성장은 소득주도성장의 상위 개념"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소득주도성장이 근로자의 소득을 인위적으로 인상해 분배하는 데 그쳤다면 포용적 성장은 한 발짝 더 나아가 재정, 연기금 등을 활용해 소득 재분배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제고 등을 통해 '기회의 평등'을 추구한다는 특징도 있다.

경제 컨트롤 타워인 기재부에 '포용성장' 유전자(DNA)를 이식하겠다는 것은 결국 재정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재정의 역할이 강조되는 만큼 앞으로 각종 복지 지출이 빠른 속도로 확대될 전망이다. 당정이 지난해 포용적 성장의 구체적 수단으로 처음 제시한 것이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개편이다. 지난달부터 제도 개편에 따라 대상이 2배, 지급액은 3배 이상으로 확대된 근로장려금이 지급되고 있다. 이 밖에도 정부는 기초연금, 아동수당, 한국형 실업부조 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와 함께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가 더 강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포용성장을 실현하기 위해 증세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기회평등의 실현을 위해서도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발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사회적 시장경제'에 극심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국회서 6년 넘게 계류 중인 사회적경제기본법이다. 야당은 "자유시장 경제의 근간을 흔든다"고 반대 중이다.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기재부는 '성장'에 더 초점을 두고 움직여야 한다는 목소리에 직면할 수도 있다. 성장이 높아야 분배도 좋아진다는 시각이 여전히 강하다. 또 세수 급감에 따른 재정 위기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오는 2023년 국가채무는 1000억원을 처음 돌파하고, 채무비율도 46.4%까지 치솟게 된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도 -3.9%로 낮아질 전망이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OECD에서 얘기하는 포용적 성장은 직업훈련 등을 통한 기회의 평등을 추구하자는 것"이라며 "추상적인 담론을 얘기할 때가 아니라 당장 무너지고 있는 내수 수출을 살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정부는 포용적 성장도 불평등 축소를 통한 '성장 정책'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같은 설명도 일관적이지 않고 종종 모순적인 발언으로 나타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일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소득주도성장은 저소득층의 소득 보강과 사회안전망 강화라는 차원에서 봐 달라"고 말했다.

추경호 의원은 "경제위기 상황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나라 곳간을 지켜야 하는 기재부까지 정권 코드를 강요하고 있다"며 "포용성장을 강조하면 빠르게 재정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낙오자를 보듬는 건 당연히 국가가 해야 할 일이지만 현 경제 상황을 고려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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