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잇단 임상실패…“K바이오 옥석 가려라”
기본 안된 임상실수에 먹튀 증가
결국 이미지·신뢰도 하락으로
건실기업·재단 등 민간 대안 제시
토종 임상수탁기관·전문가 육성
시장·허가당국 엄정 감독 촉구
묵묵히 신약 개발을 위해 매진하고 있는 전통 제약-바이오 기업으로선 최근 잇따르는 몇몇 바이오기업의 ‘기본 안지킨 임상 실수’ 사태때문에 업계 전체 이미지가 실추되자 시장당국-허가당국에 강력한 옥석가리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더하기 빼기만 하고 나누기를 못하는, 기본도 모르는 임상설계”, “임상시험과 신약 상용화 보다는 자본이득에 눈 먼 특수관계인들”, “작전세력의 농단을 묵인하는 몇몇 기업”, “감독 점검의 허술한 부분을 틈 탄, 생색내기 임상”,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지연작전으로 연명하는 미꾸라지 바이오”….

누구든 도전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러나 올들어 발생한 어처구니 없는 임상 실패 5~6건과 자본시장에서 ‘먹튀’하던 몇몇 기업인들을 지켜보던 동종 업계가 참다 못해 연못 전체를 탁하게 하는 몇몇 미꾸라지 기업을 비난하면서 “대대적인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 때문에 열심히 매진하고 있는 건실한 기업조차 가치 하락, 의욕 저하, 불신 어린 시선을 겪고 있기에, 더 이상 참아서는 안된다는 기류가 역력하다.

업계와 단체, 재단 등 민간에선 ▷감독 당국, 시장 관리 당국의 엄격한 점검 ▷임상 수탁기관(CRO)의 진흥 ▷임상시험에 대한 회계처리 방식·세제 개선 ▷인센티브 부여 ▷전문성 가진 심사관 확충 ▷성과물 중시 연구개발 문화의 정착 ▷세계적 연구자 육성 ▷자본이득에만 혈안이 된 특수관계인의 불법에 대한 엄중 조치 등 대안을 제시했다.

제약-바이오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2일 “원료 혼용, 성분 변경 등 임상 실수는 정상적인 바이오기업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이는 바이오에 대한 우리 주식시장 문화의 왜곡된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 문제를 야기한 기업들이 신약의 상용화까지 내다본 것이 아니라, 재료와 소스의 발견에만 치우친 나머지 임상시험 설계의 기본 조차 지키지 않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마치 방정식을 풀 때 덧셈,곱셈만 해놓고 나눗셈을 할 능력이 없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이들이 기자회견, 공시 등을 통해 봉합하려는 모습은 시간끌기라는 느낌마저 준다”면서 “건실한 기업의 가치 조차 평가절하되지 않도록, 업계가 미래를 향해 매진할 수 있도록, 당국이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업계의 또다른 전문가는 “미국 FDA 임상시험계획(IND)은 이전 임상결과와 향후계획에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승인을 해 주는데, 이는 결과가 잘 나와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어처구니 없는 실패를 하고도 변명을 일삼는 회사들이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임상한다는 사실만 가지고 주가부양을 하는 점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신약 제품화, 상용화를 목표로 정밀 임상 계획을 짜야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교묘하게 반칙하는 기업들의 가치가 과대포장됐다”면서 “몇몇 미꾸라지 기업들 때문에 우수한 기술력과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꼼꼼하게 케미컬 의약품을 개발하다 바이오로 연구개발 역량을 확장하고 있는 전통 제약사들이 움츠렸던 날개를 활짝 펼 수 있도록, 조속히 옥석가리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정찬웅 팀장은 “최근 임상결과가 긍정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성공으로 가기 위한 시행착오이자 더 큰 열매를 맺기 위한 자산의 축적으로 봐줬으면 한다”면서도 “기업의 미래가치 판단은 지속가능한 수익모델 여부와 수익창출 규모를 우선순위에 놓고 판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몇몇 기업의 수익창출 없는 ‘뻥튀기’를 경계했다.

임상 유관기관 연구진들은 다양한 임상개선 개선책을 내놓았다. 총론적으로 상상 못할 실수와 실패를 봉합하는데만 급급한 행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당국과 업계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진들은 전문성을 함양한 심사관 확충 및 교육과 연수를 통해 선진국 수준의 심사관 역량 향상하고 임상(IND) 심사 과정을 효율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식약처는 민간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정밀 관리감독 공직자 29명에 대한 채용(오는 11일까지 접수)에 나섰다.

임상전문가들은 또 “글로벌 제약사들은 임상연구자들의 역량과 식견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는데, 우리도 ‘임상시험계의 손흥민’ 같은 세계적 수준의 연구자를 육성해야 한다”고 제안한 뒤, “현재 비용 중심의 지원 방식에서, 국내 CRO를 육성하거나 해외 CRO와의 협력 관계를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국내 임상시험 자원을 총 활용하는 임상시험 네트워크를 개발하고 국내 임상시험센터를 기능별로 거점화, 특성화하는 한편 당국이 임상시험에 대한 회계처리(현재 상당부분 비용으로 간주), 세계 지원등 유인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대만은 자국에서 임상시험을 하면 10% 수준의 약가를 가산하고, 호주는 임상시험 R&D 세금을 최대 43.5% 환급하며, 중국은 임상시험 심사기간을 60일 이내로 대폭 단축해 건실한 제약-바이오기업의 임상과 신약 상용화를 돕고 있다.

함영훈 선임기자/abc@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