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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업주·정부 10년 설득 ‘맥스마빌’ 탄생”
자서전 ‘아이 러브 유유’ 출간
유승필 유유제약 회장 화제
선친 故유특한 회장 설득하고
자체시험·외국학회도 찾아다녀
1991년 제약올림픽 ‘WFPMM’ 유치
세계 의약계 한국 위상 높여

“원료를 섞는 것도 기술이오?”

1990년대 중반 어느날 유승필 유유제약 사장(현 회장·사진)은 이 회사 창업주인 아버지 유특한회장(1918~1999)에게 합성개량신약을 제안했지만, 꼼꼼한 성격의 창업주는 “그런 기술은 처음 듣는다”며 미국 컬럼비아대학 박사 출신인 아들 말을 좀처럼 믿으려 하지 않았다. 유특한 회장은 독립운동에도 헌신한 유일한 유한양행 창업주의 친동생이다.

유특한 회장은 아들 말을 검증하기 위해 약학계 권위자인 강승안 박사(당시 연구분야 사장)를 부르더니 이같은 질문을 했다고 한다.

경영진과 연구진은 외국 학회를 다니고 자체 시험을 하는 등 창업주를 설득을 위한 근거 확보에 나섰다. 처음에 유승필 사장의 제안을 거절했던 한 대학 교수도 국제학회에서 알아보더니 가능성에 공감했다.

연구성과를 가지고 정부에 제출했더니, 공무원은 ‘뭐 이런 걸 가져왔냐?’는 표정으로 대했다고 한다.

7년의 연구개발을 포함한 10년 가량의 창업주-대학-정부 설득 끝에 국내 개량신약 1호, 골다공증 치료제 ‘맥스마빌’이 2004년 탄생했다. 맥스마빌의 탄생은 법률개정으로도 이어졌다.

한국 신약개발사에 새로운 족적을 남긴 유승필(73) 유유제약 회장이 40년 제약경영인의 숱한 영욕을 담은 책 ‘아이 러브 유유’(학고재)는 펴냈다.

사마란치 IOC 위원장이 독일 바덴바덴에서 1988년 올림픽 개최지로 “쎄울 꼬레아”를 외칠 때의 감격만큼 1989년 ‘제약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세계대중약협회(WFPMM, 지금의 ‘WSMI’) 총회는 제약인들에게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아이 러브 유유’에 따르면, 한국제약협회(현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이던 유 회장은 보령제약 김승호 회장,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 등을 모시고 매년 이 행사에 참가했고, 1989년에도 행사장인 로마로 향했다.

‘우리가 작년(1988년)에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렀으니, 제약올림픽도 거뜬히 치를 수 있다’는 생각에 WFPMM 서울 유치를 신청한 터였다. 물론 당시 제약 분야 중진국에 불과해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촌평이 많았지만 서울올림픽 성공의 자신감으로 제약올림픽 유치를 추진했다.

WFPMM 책임자는 반신반의하는 표정이었다. 아직 한국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몇 번 거듭 만나 설득하면서 강렬한 열정과 의지를 전했다.

마침내 전세계 의약인들이 모인 가운데 “1991년 세계대중약협회 제10차 총회 개최지는 서울”이라는 발표가 로마에 울려퍼졌다.

유승필 회장은 1991년 10월 1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이 행사 분위기를 자서전에 고스란히 담았다. 서울 총회 마지막 날 김승호 회장이 세계대중약협회장으로 추대되는 겹경사가 대미를 장식했다. 세계 의약인이 한국 제약을 다시보는 중요한 전기였다.

유 회장은 2001~2003년 한국제약협회 이사장을 맡았다. 선친 유특한 회장은 1952~1953년 이 협회 회장을 맡은 바 있다. 대를 이어 업계를 이끈 것이다.

당시는 의약분업으로 정부·의사약사 간 갈등이 심한 격동기였다. 의약분업 초기에는 의사들이 해외 오리지널 의약품 위주로 처방을 하면서 복제약을 주로 생산하던 국내 제약 업계가 어려움을 겪었다. 유회장은 병원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한국 의료-제약의 미래를 위해 국산 의약품 처방을 늘려 달라고 호소한다. ‘병원도 같은 효능이면 국산’이라는 마음으로 하나 둘 돌아섰다고 한다. ‘우리 신약’, 미래 먹거리를 향해 매진해야 한다는 제약업계의 자성과 결기도 이 때 일어났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추천사를 통해 “내가 컬럼비아 대학 교수로 뉴욕 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이니 40여 년 인연이다. 유 회장은 참으로 성실하게, 타협하지 않는 자세로 경영을 해 왔다. 그 결실을 이 책에서 다시금 확인한다”면서 진솔, 성실한 유회장의 개척자 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함영훈 선임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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