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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덴바덴 “1988 서울”, 1989년 로마 “서울 제약올림픽!”
유유제약 유승필회장, 책으로 전한 한국제약 성공기
한국제약 국제화·연구개발 결기, 개량신약 탄생기 담아
백부 유일한-선친 유특한 얘기도, “아이러브 유유 출간”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사마란치 IOC 위원장이 1981년 독일 바덴바덴에서 1988년 올림픽 개최지로 “쎄울 꼬레아”를 외칠 때의 감격 만큼, 1989년 ‘제약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세계대중약협회(WFPMM, 지금의 ‘WSMI’) 총회는 제약인들에게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한국제약협회(현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이던 유승필 유유제약 사장(현 회장)은 보령제약 김승호 회장,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 등을 모시고 매년 이 행사에 참가했고, 1989년에도 행사장인 로마로 향했다.

‘우리가 작년(1988년)에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렀으니, 제약올림픽도 거뜬히 치를 수 있다’는 생각에 WFPMM 서울 유치를 신청한 터였다. 물론 당시 제약 분야 중진국에 불과해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촌평이 많았지만 서울올림픽 성공의 자신감으로 제약올림픽 유치를 추진했다.

WFPMM 책임자는 반신반의하는 표정이었다. 아직 한국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몇 번 거듭 만나 설득하면서 강렬한 열정과 의지를 전했다.

마침내 전세계 의약인들이 모인 가운데 “1991년 세계대중약협회 제10차 총회 개최지는 서울”이라는 발표가 로마에 울려퍼졌다.

1991년 10월 서울 총회 마지막 날 김승호 회장이 세계대중약협회장으로 추대되는 겹경사가 대미를 장식했다. 세계 의약인이 한국 제약을 다시보는 중요한 전기였다.

한국 신약개발사에 새로운 족적을 남긴 유승필(73) 유유제약 회장이 40년 제약경영인의 숱한 영욕을 담은 책 ‘아이 러브 유유’(학고재)는 펴냈다.

유승필 유유제약 회장. 선친 유특한 회장은 독립운동과 제약보국에 동시에 매진했던 유일한 유한양행 회장의 동생이다. 유승필 회장은 1세대가 런칭한 한국제약을 선진화, 세계화한 주역 중 한 명으로 평가된다.

미국 오하이오주 하이델버그 칼리지에서 수학과 경제학을 공부했고 컬럼비아대학 경영대학원에 진학해 16개월 만에 재정학 석사를 받았으며 국제경영학으로 한국인 경영학 박사 1호인 유승필 회장은 이 책을 통해 1941년 창업한 유유제약을 1987년부터 경영하면서 느낀 소회, 2001년 제4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을 맡아 제약산업의 목소리를 대변했던 얘기, 국립오페라단 후원위원회 명예회장으로 예술과 경영의 접목을 시도한 이유, 유일한-유특한(부친) 등 형제, 가족이야기, 큰아버지(유일한 박사)의 도움으로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고 오른 미국 유학길, 김중업건축박물관이 된 안양공장을 안양시에 매각한 사연, 16년간 주말마다 아버지에게 따로 경영 수업을 받은 이야기 등을 담았다.

1990년대 중반 어느날 유승필 당시 사장은 이 회사 창업주인 아버지 유특한회장(1918~1999)에게 합성개량신약을 제안했지만, 꼼꼼한 성격의 창업주는 “그런 기술은 처음 듣는다”며 미국 컬럼비아대학 박사 출신인 아들 말을 좀처럼 믿으려 하지 않았다. 유특한 회장은 독립운동에도 헌신한 유일한 유한양행 창업주의 친동생이다.

유특한 회장은 아들 말을 검증하기 위해 약학계 권위자인 강승안 박사(당시 연구분야 사장)를 부르더니 “원료를 섞는 것도 기술이오?”라고 질문했다고 한다.

경영진과 연구진은 외국 학회를 다니고 자체 시험을 하는 등 창업주를 설득을 위한 근거 확보에 나섰다. 처음에 유승필 사장의 제안을 거절했던 한 대학 교수도 국제학회에서 알아보더니 가능성에 공감했다.

연구성과를 가지고 정부에 제출했더니, 공무원은 ‘뭐 이런 걸 가져왔냐?’는 표정으로 대했다고 한다.

7년의 연구개발을 포함한 10년 가량의 창업주-대학-정부 설득 끝에 국내 개량신약 1호, 골다공증 치료제 ‘맥스마빌’이 2004년 탄생했다. 맥스마빌의 탄생은 법률개정으로도 이어졌다.

유 회장은 2001~2003년 한국제약협회 이사장을 맡았다. 선친 유특한 회장은 1952~1953년 이 협회 회장을 맡은 바 있다. 대를 이어 업계를 이끈 것이다.

당시는 의약분업으로 정부–의사–약사 간 갈등이 심한 격동기였다. 의약분업 초기에는 의사들이 해외 오리지널 의약품 위주로 처방을 하면서 복제약을 주로 생산하던 국내 제약 업계가 어려움을 겪었다. 유회장은 병원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한국 의료-제약의 미래를 위해 국산 의약품 처방을 늘려 달라고 호소한다. ‘병원도 같은 효능이면 국산’이라는 마음으로 하나 둘 돌아섰다고 한다. ‘우리 신약’, 미래 먹거리를 향해 매진해야 한다는 제약업계의 자성과 결기도 이 때 일어났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추천사를 통해 “내가 컬럼비아 대학 교수로 뉴욕 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이니 40여 년 인연이다. 유 회장은 참으로 성실하게, 타협하지 않는 자세로 경영을 해 왔다. 그 결실을 이 책에서 다시금 확인한다”면서 진솔, 성실한 유회장의 개척자 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유승필 회장은 이 책을 통해 “보다 많은 대중들과 후대 사람들에게 유유제약의 역사를 말씀드리고, 기록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번 출판 작업에 임했다.”라고 말했다.

함영훈 선임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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