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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특별히 할말없다”면서 ‘강제수사’ 운운하는 조국식 화법

조국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집을 압수수색 당한 이후 내놓은 발언은 ‘조국식 화법’의 결정체다. 그는 퇴근길을 막고 선 기자들이 압수수색에 대한 소회를 묻자 “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강제수사를 경험한 국민들의 심정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또 “힘든 시간이지만,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검찰개혁, 법무부 혁신 등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압수수색을 사전에 알았는지, 휴대전화는 제출했는지, 서울대 인턴수료증 위조 의혹에 대한 입장 등의 취재진 질문에는 아무 대답없이 자리를 떴다.

할말이 없다면 아무말도 하지 않는게 맞다. 그러면서 강제수사는 뭐고 장관의 소임을 다하겠다는 건 또 뭔가. 억울한 심정과 앞으로의 의지를 밝힌 것 아닌가. 그는 정말로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것에는 입을 닫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했다.

조 장관의 이같은 화법은 그야말로 형용모순의 교과서다. ‘침묵의 웅변’이요 ‘눈을 감아야 보이는 길’이다. 그래도 이쯤이면 대놓고 검찰을 비난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참을만하다. 하지만 피해자, 순교자 코스프레는 해도 너무한다. 황당하기까지 하다.

돌려말했지만 조 장관 발언의 핵심은 “강제수사를 당하고 있지만 묵묵히 내 할일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법률적으로 강제수사란 영장없이 체포나 압수해야 할만큼 상황이 위급할때 하는 것이다. 불가피한 조치지만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 그래서 그런 상황은 법률로 규정해 최소화한다. 그것조차 사후에 지체없이 영장을 발부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번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은 검찰이 세차례의 신청끝에 법원의 영장을 받아 규정대로 집행한 것이다. 심지어 입회한 변호사가 하도 수색범위를 꼼꼼하게 따져 집행 와중에 추가로 영장을 신청해 받기도 했다. 달랑 아파트 한채 수색하는데 11시간이 걸린 것도 그때문이다. 어디를 봐도 강제수사로 보기 어렵다.

오히려 법조계에선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 자체를 위법성 인정의 상당한 근거로 본다. 안그래도 영장 발부에 신중한 법원인데다 그 대상이 법무부 장관이다. 영장을 내주지 않을 수 없을만큼 검찰의 압수수색 청구 근거가 충실했다는 것이다. 말과 행동이 완벽히 다른 위선적 행태나 심지어 거짓말이 탄로나도 모순어법으로 돌파해 온 그다. “국민정서에는 미흡하지만 위법은 하지않았고” 딸이 장학금에 생활비까지 받았어도 “그렇게 아등바등 살지않았다”는 식이다. 이제 검찰의 기소 국면으로 넘어가면 그는 또 뭐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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