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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호모 아파투스’의 시대, 규제가 불편한 이유

우리는 바야흐로 ‘호모 아파투스’의 시대에 살고 있다. 아파트를 가지지 않은 자는 소유를, 이미 가진 자는 더 크고 더 새 것의 아파트를 갈망한다. 아파트 청약 시장을 뚫기가 바늘 구멍 들어가기보다 힘들다. 서울의 아파트값은 석달간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상승세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수도권에서도 아파트 분양을 받기 위한 경쟁률이 수백대 일에 이른다.

서울과 일부 수도권의 주택 시장만 보면, 이런 호황이 있었나 싶다. 때문에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자꾸 칼을 빼들고 싶어하는 것도 어느정도 이해는 된다.

국내 주요 경기 지표는 주택 시장과 달리 영 힘을 못쓰고 있고, 통계청 집계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하면서, 생활 물가와 자산 물가의 괴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입장에선 부동산 시장만 따로 움직이다보니 이에 대한 통제에 나설 수는 있다. 문제는 통제의 방법과 그에 따른 효과다.

정부는 지난달, 10월부터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여당과 법무부의 당정협의회에서 ‘계약갱신청구권제’ 카드까지 나왔다. 기본적으로 매매에 이어 전·월세 시장까지 통제하는 ‘투트랙 작전’이 ‘주거생활의 안정’을 도모하는 목적에서 나왔음을 의심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 야심찬 작전이 통할 것이라고 낙관하는 목소리는 많지 않다.

세입자 입장에서 2년마다 이사하거나 집세를 올려주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거주권 보호를 위해 4년으로 늘린다면 보다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전월세 가격이 한꺼번에 많이 오를 수도 있다. 아울러 늘어난 계약기간 동안은 거래 감소로 이어진다. 거래가 줄면 편의성이 줄어든다. 예외 조항을 세부적으로 둬야 하는 까닭이다.

인천 송도의 한 견본주택에 방문한 사람들. 최근 청약 경쟁률이 수백대 일을 기록하는 등 주택 시장으로의 관심이 뜨겁다.

실제 상당수 주택의 임대인들이 임대사업자가 아니라, 1가구 1주택자인 것도 시장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집을 1채 이상 소유한 서울 시민은 약 243만6182명이다. 이중 10.8%는 2채, 3.2%는 3채 이상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서울 전체 가구 수(381만3260가구)로 나눠 구한 주택소유비율은 64%인데, 이들 주택 보유자 10명 중 8.6명은 1주택 소유주다. 직장의 위치, 아이의 학교 등 다양한 이유로 소유한 1주택을 임대하고, 남의 집에 세들어 사는 이들도 있다

규제의 형평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임차인이 보호받아야할 대상은 맞으나, 그렇다면 임대인의 재산권도 보호돼야 할 것이다. 현재도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묵시적 갱신’으로 임대차 기간이 2년 늘어난 경우, 세입자는 언제든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지만 임대인은 그럴 수 없다. 기본 계약기간이 2년이기 때문에 1년만 더 계약을 연장하고 싶다면, 임차인은 패널티 없이 1년 후 해지가 가능하지만, 임대인은 그럴 수 없다. 대다수 임대인은 수백채를 소유한 큰 손이 아니라, 그저 사정상 본인 소유한 주택 한 채에 거주하지 못할 뿐인데도 그렇다.

무엇보다 분양가상한제에 이어 계약갱신청구권까지 규제가 이어질 경우, 통제가 정형화되고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할 점이다. 지나친 가격 통제는 시장 왜곡을 발생시킬 수 있다.

실제 분양가상한제는 앞서 실패한 정책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이 규제로 인한 공급감소와 아파트 품질 감소를 직·간접 경험한 이들이 학습효과로 앞다퉈 주택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정책 시행 예고 이후, 약 두달 간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폭을 키워나갔다.

물론 그 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정책은 재건축 규제로 공급도 줄이면서, 온통 투기과열지구로 묶어 거래도 틀어쥔다. 여기에 전월세 기본계약을 4년으로 하면 시장에 매매 뿐 아니라 전세 매물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좋은 지역의 새로 지은 아파트를 마다하는 이가 있을까. 경제학자인 아담스미스는 ‘인간은 갈망하는 동물’이라고 했다. ‘호모 아파투스’가 사는 2019년 현재 대한민국에 필요한 건, 규제보다는 공급을 줄이지 않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모든 물가는 떨어지는데 집값 혼자 오직 ‘욕망의 힘’으로 거꾸로 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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