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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 원장] 고금리 대출 관행을 개선해야 할 이유

요즘 길을 걷다보면 여기저기 뿌려진 명함 크기의 대출 광고들이 부쩍 눈에 띈다. 거기에는 ‘당일 3분 대출’, ‘신용불량자 가능’ 같은 문구들과 개인 휴대전화번호가 적혀있다. 확인해보려고 전화를 하니 금리가 5일에 20%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연 금리로 환산하면 1460%에 달하는 터무니없이 높은 금리다. 그럼에도 ‘소액이니 일단 쓰고 금방 갚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대출을 받았다가 더 힘들어지는 이들이 있을 거란 생각을 하니 가슴 한편이 철렁했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이처럼 불법 사금융 대출을 이용 중인 사람이 2017년 기준으로 약 52만 명이다. 또한 고금리 대부업을 이용 중인 사람은 221만 명으로 감소하는 추세지만, 이용자 신용등급을 살펴보면 7~10등급이 72.4%로 저신용자가 대부분이다. 소득이 낮아 생계가 어렵고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에게 제도권 금융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 반면 대부업체들은 ‘최초 대출시 일정기간 저금리 또는 무이자’ 등의 영업 전략으로 대출이 필요한 이들이 대부업을 이용할 수밖에 없도록 미끼를 던진다. 자금을 마련할 대안이 적은 서민들일수록 고금리 대출의 유혹에 넘어가기 쉬운 환경이다.

더 큰 문제는 상대적으로 쉽고 빠른 대부업체와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면서 고금리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뿐 아니라 연체로 인해 삶 자체가 무너져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서민금융진흥원 분석 결과 신용등급이 8등급 이하인 263만 명 중 72%인 190만 명이 현재 연체 상태였다. 연체 중에는 대부업을 포함한 전 금융권에서 대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갈 곳 없는 이들이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도록 방치한다면 결국에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복지대상자가 돼 사회적으로 더 큰 비용이 수반될 수 있다.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을 통해 대안을 마련해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달 초 출시된 ‘햇살론17’은 이처럼 대부업이나 불법 사금융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은 이들을 지원한다. 기존 서민금융상품보다도 지원 조건을 완화해 신용등급 8~10등급의 보다 어려운 서민들에게 금융 이용의 기회를 터주기 위함이다. 지난 17일까지 6847명이 이용했고, 515억 원의 자금이 공급됐다. 햇살론17이 예상보다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급한 자금이 필요해도 대부업과 불법 사금융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어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는 방증이라 볼 수 있다. 햇살론17은 20% 이상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약 556만 명의 최저신용자들을 제도권 금융의 울타리 안으로 끌어안을 것이다. 햇살론17의 금리는 기존 정책 서민금융상품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대부업보다 낮은 금리로 지원함으로서 시장의 전반적인 금리 수준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9일 광주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한 20대 여성을 만났다. 그가 병원에서 일하면서 버는 매달 150만 원 정도의 월급으로는 학자금 대출과 대부업 대출을 감당하기 버거웠다. 그렇다고 또 다시 고금리 대출에 손댈 수는 없다는 생각에 서민금융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햇살론17으로 500만원을 대출 받을 수 있었고, 금리가 높은 대부업 대출부터 상환해 부담을 덜 수 있었다. 연체 없이 꾸준히 상환하면 매년 1~2.5%p씩 금리도 내려간다.

이처럼 정책 서민금융을 통해 어려운 서민일수록 고금리 대부업이나 불법 사금융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대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서민들의 경제적 재기는 요원해지고, 급기야 재기하고자 하는 의지마저 잃어버린 사람들이 많아져 사회적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더 어려운 서민들이 고금리 대출에서 벗어나 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때 우리 금융의 포용성은 한 단계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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