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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NG 발전 기술독립 결실…두산중공업 세계 다섯번째 가스터빈 독자모델 개발 성공
-2013년 국책과제로 개발 착수…270MW급 대형 가스터빈 최종조립 단계
-2030년까지 10조원 수입대체 효과 기대
-산학연 협력 통해 약 3만개 일자리 창출 효과

[헤럴드경제(창원)=이태형 기자] 대한민국의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의 기술독립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두산중공업은 경남 창원 본사에서 한국 최초의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독자모델의 초도품 최종조립 행사를 개최했다.

가스터빈의 현재 제조 공정률은 약 95% 수준으로, 연내 사내 성능시험에 돌입해 시험에 성공하면 한국은 미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와 함께 대형 가스터빈 기술을 보유한 5개 국가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세계 5번째’ 타이틀에 더해 수입에만 의존하던 국내 가스터빈 시장에서 약 10조원의 수입대체 효과가 기대된다.

아울러 개발과정에서의 산학연 협력을 통해 약 3만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LNG 발전은 향후 국내 발전원의 핵심으로 자리잡을 전망이어서, 가스터빈의 국산화를 주도한 두산중공업은 고부가가치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효과도 얻게될 전망이다.

두산중공업 직원들이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의 최종조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두산중공업 제공]

▶2013년 국책과제로 개발 시작…1조 투입 두산 치열한 견제 뚫고 개발= 두산중공업은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지원을 받아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초도품의 최종조립 행사를 가졌다.

앞서 두산중공업은 지난 2013년 정부가 추진한 한국형 표준 가스터빈 모델 개발 국책과제에 참여했다. 이는 그동안 GE, 지멘스, 미쯔비시중공업(MHI) 등 해외 제품에 의존했던 발전용 가스터빈의 국산화를 목적으로 실시한 과제다. 사업 추진을 위해 정부가 약 600억원을 투자했고, 두산중공업이 자체적으로 총 1조원 규모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고 있다.

개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두산중공업 파워서비스 BG GT개발/설계 담당 이광열 상무는 “국책과제에 참여한다고 할 때 MHI는 우리에게 국책과제에 참여하지 말 것을 요구하더니 결국 기술제휴를 종료해버렸다”며 개발 초기 일본의 견제 에피소드를 전했다.

두산중공업 파워서비스 BG장 목진원 부사장은 “독자적인 대형 가스터빈 기술을 가진 나라들이 모두 세계대전의 주요 당사국이라는 점에서 업계에서도 제트엔진을 개발한 적이 없는 우리로선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했다”며 “그러나 항공엔진 개발의 시행착오를 겪는 등 우여곡절 끝에 기술적 한계를 잘 뚫고 왔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기계 공학의 꽃…항공 제트엔진보다 높은 기술력 요구= 두산중공업이 개발한 DGT6-300H S1 모델은 출력 270㎿, 복합발전효율 60% 이상의 대용량, 고효율 가스터빈이다. 25만~30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부품 수만 4만여개에 이른다. 가스터빈 내부에 450개가 넘는 블레이드(날개)는 1개 가격이 중형차 1대 가격과 맞먹는다. 가스발전(LNG)의 초미세먼지(PM 2.5) 배출은 석탄발전의 8분의1, 직접 배출되는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의 대기오염물질은 석탄발전의 3분의1 이하 수준으로 친환경 운전이 가능하다.

발전용 가스터빈은 ‘기계공학의 꽃’이라 불릴 정도로 여러 분야에서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1500도 이상의 운전조건에서 지속적으로 견디는 ‘초내열 합금 소재 기술’ ▷복잡한 형상의 고온용 부품을 구현하는 ‘정밀 주조 기술’ ▷배출가스를 최소화하는 ‘연소기 기술’ ▷압축기·연소기·터빈의 핵심 구성품을 조합하는 ‘시스템 인테그레이션 기술’이 조화된 최고 난이도 기계기술의 복합체다.

이날 DGT6-300H S1을 처음으로 대외 공개하는 자리에서 설명자로 나선 가스터빈개발 PM장 이상언 부장은 “해외 업체들은 자사의 가스터빈을 정비할 때 천막을 치고 진행할 만큼 기술 유출에 조심할 정도로 기술 진입장벽이 높다”면서 “1500도가 넘는 고온에서 안정성과 내구성을 보증하는 첨단소재 기술 등 이번에 개발한 270㎿ 모델에 적용한 일부 기술은 항공용 제트엔진의 기술력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가스터빈의 핵심 구성품인 로터 조립체.[두산중공업 제공]

▶전량 수입에서 2023년까지 약 10조원 수입대체 효과= 현재 국내 발전소에서 운영되고 있는 가스터빈은 총 149기로 전량 해외 기업 제품이다. 가스터빈 구매비용 약 8조1000억원에 유지보수, 부대 및 기타비용 약 4조2000억원을 고려하면 약 12조3000억원에 이른다

2017년 말 발표된 8차전력수급기본계획과 노후 복합발전소, 석탄발전소 리파워링을 고려하면 가스터빈이 필요한 신규 복합발전소는 2030년까지 약 18GW 규모로 건설될 전망이다. 18GW 복합발전소 증설에 국내산 가스터빈을 사용할 경우 약 10조원의 수입대체 효과가 기대된다.

여기에 유지보수, 부품교체 등 서비스사업과 해외시장진출까지 고려하면 그 파급효과는 더 커진다. 두산중공업은 국내외 적극적인 수주활동을 통해 2026년까지 가스터빈 사업의 연 매출이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한국서부발전이 추진하고 있는 500㎿급 김포열병합발전소에 공급돼 2023년부터 상업운전에 돌입할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은 이 모델 외에도 시장 변화를 선제적으로 반영한 최신 사양의 후속 가스터빈 모델(380㎿급), 신재생 발전의 단점으로 꼽히는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한 100㎿급 중형 모델 개발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매출 외에도 연 3만명 이상의 고용유발효과를 창출하는 주요사업으로 육성해나갈 계획이다. 이번 국책과제에는 두산중공업과 함께 21개 국내 대학, 4개 정부 출연연구소, 13개 중소·중견기업과 발전사가 함께 참여하고 있어 산학연 협력을 통한 기술개발의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은 “격변하는 시장환경 속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다각화하는 노력을 펼쳐왔고, 오랜 노력 끝에 발전용 가스터빈을 개발하게 됨으로써 매우 중대한 하나의 결실을 맺었다”면서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통해 다른 분야에서도 의미있는 성과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또 “이번 가스터빈 개발은 국내 230여개 중소·중견기업이 참여하는 산업 생태계 구축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고 강조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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