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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금융대통령’ 은성수의 소요유(逍遙遊)

  • 기사입력 2019-09-1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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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깊지 않으면 큰 배를 띄울 수 없다. 한 잔의 물을 담은 웅덩이에 지푸라기를 띄우면 배가 되어 띄겠지만, 잔을 놓으면 땅에 닿아 버린다. 물은 얕은데 배는 크기 때문이다. 바람이 쌓이되 두텁지 않다면 그 역시 큰 날개를 떠받칠 힘이 없게 된다” -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취임한 지 일주일 가량 지났다, 조국 법무장관 청문회 때문에 은 위원장 등 다른 장관급 청문회는 비교적 조용히 치러졌다. 아직 진면목은 베일 속이다. 청문회만 보면 꽤 ‘또박또박’하다. 최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수출입은행과의 합병론’에 대응한 발언을 보면 강단도 엿보인다.

법률상 금융위원회 설치목적은 크게 5가지다. 산업의 선진화, 시장의 안정, 건전한 신용질서, 공정한 거래관행, 수요자 보호 등이다. 때마침 글로벌금융위기로 시장안정이 중요했고 ‘민간’ 출신이던 전광우 초대위원장 때를 제외하면 이후 관료출신들의 무게 중심은 ‘선진화’에 쏠렸다. 정책권을 가진 공직자로서 뭔가를 만들고 키워내는 데서 얻는 보람이 상당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전임자들이 얻은 성과들이 그리 많지는 않다. 국회의 권한에 속하는 법 제·개정 떄문이다.

김석동 위원장은 초대형투자은행(IB)을, 임종룡 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을 강력히 추진했지만, 임기 중 관련법이 마련되지 못했다. 이들 임기 때 초대형IB와 인터넷은행은 기존법에 기댄 다소 어정쩡한, 어찌보면 무법(無法) 형태로 출발했어야 했다.

최종구 위원장도 여러 법안을 추진했지만, 실제 이뤄진 건 인터넷전문은행법 정도다. 그나마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필요성을 언급하며 여당이 나서준 공이 상당하다. 최 전 위원장 탓은 아니겠지만, 금융소비자보호법, 신용정보법, 금융그룹통합감독법 등 국회로 간 법률안들은 함흥차사(咸興差使)다. 은 위원장도 이들 법안 처리에 노력하겠지만 정치일정과 지형을 보면 연목구어(緣木求魚)가 될 공산이 커 보인다.

송(宋)나라 사람 장보(章甫)가 관을 팔러 월(越)나라로 갔으나 월나라 사람들은 머리를 짧게 깎고 몸에 문신을 하고 지냈으므로 관이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표’가 제일인 정치인들은 경제관련 특히 금융관련법에 큰 관심이 없을 수 있다. 은 위원장이 장보라면 정치인들은 월나라 사람이다. 극지에 냉장고를 팔던 옛 상사(商社) 인들의 기지를 발휘해야 할 지 모르겠다. 총선과 대선국면이 맞닿을 상황을 감안하면, 금융관련 법안으로 표심을 자극할 묘수가 필요하다. 국회에만 매달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금융위원장의 권한은 막강하다. 금융검찰로 불리는 금융감독원도 위원장 관할이다. 현행 법률과 제도의 테두리 내에서 은 위원장이 이룰 수 있는 업적도 열심히 찾아야 한다.

마무리는 다시 ‘소요유’다. 혜자(惠子)가 위왕(魏王)에게 받은 다섯 섬들이 박 열매를 받고 불평한다.

“물건을 담기엔 무겁고, 바가지를 만들자니 평평해 소용이 없소”장자가 해결책을 제시한다.

“술통 모양의 배로 만들어 물에 띄워 보시구려”이번엔 혜자가 가죽나무가 재목이나 땔감으로 모두 쓰기 어렵다고 투덜거린다.

장자가 다시 혜자를 깨우친다. “쓸모 없음도 가치요. 베일 걱정 없이 그 밑에서 느긋하게 그늘을 즐길만하지 않소”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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