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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文 대통령의 딜레마
지금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이후 최대의 혼란기를 겪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소미아 파기로 인한 미국의 반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민적 반발, 그리고 계속 미사일을 쏴대는 북한의 도발 등등 뭐하나 쉽게 풀릴 수 있는 것이 없는 환경에 직면해 있다. 상황이 이럴수록 정공법으로 나아가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다. 그렇다면 정공법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집단 이성에 대한 신뢰로부터 비롯된다. 즉, 지금 국민들의 불만이 무엇이고, 무엇 때문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국 후보자는 지난 20일 아동성범죄자 관리 강화와 스토킹 처벌법 제정 등 국민안전과 관련한 정책비전을 발표했다. 아마도 조 후보자는 정책 발표를 하면 국민여론이 좀 잠잠해 질 것이라고 생각했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국민여론을 집단이성이라는 차원에서 보자면, 이런 시도는 성공하기 힘들다. 정치란 국민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고, 국민 여론은 집단 이성이라고 할 수 있어, 때로는 정치적 행위의 속내까지 꿰뚫어 보는 지혜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 이후 조국 후보자는 자신이 가입한 사모펀드와 가족의 학교법인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발표를 추가로 했다. 그런데 이런 사회 환원 약속도 사실상 힘을 발휘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고 실제 그랬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주된 이유는 조국 후보자 딸의 입시를 둘러싼 의혹 때문인데,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마치 A에 대해서 물어보니 B에 대해 답변하는 식이다. 의도가 너무나 보이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이런 비논리적 행위가 반복되는 것은 그만큼 후보자가 당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이런 상황은 야당의 입장에선 상당한 호재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호재라면 야당의 입장에선 이 문제를 쟁점화 할 수 있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좋다. 그렇기 때문에 야당은 오히려 조 후보자에 대한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을 속으로 바랄 수 있다. 조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되면, 야당은 분노한 여론을 등에 업고 특검과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들며 계속 정권을 공격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한국당의 장외집회 때 2030 세대의 참여가 많아 한국당도 ‘어리둥절’했다는 보도가 보여주는 것은 지금 조 후보자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상당하다는 것인데, 이런 상황에서 정권이 조 후보자에 대한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 정부가 국민적 분노를 유지시켜줘 야당으로서는 오히려 고마워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또 조 후보자가 지금의 상태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해도 청와대가 바라는 것처럼 ‘개혁’을 추진하기란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국민의 신뢰인데, 지금 조 후보자가 과연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인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 후보자가 뭔가를 추진하려고 한다면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이런 상황은 야당이 청와대와 정부를 공격하기는 매우 손쉬운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혁을 두려워하는 한국당이 조 후보자를 무조건 낙마시키려 한다는 주장은 정확한 분석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여권은 조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임명을 위해 거의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는 느낌이다. ‘국민 청문회’가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그런데 국민 청문회 개최라는 것이 법적으로 의미가 있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것을 개최할 경우, 조국 후보자에게 변명의 기회만을 줄 뿐 국민적 분노는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있었다. 다행히 청문회 개최에 여야가 합의해서 없던 일로 됐지만 이제는 검찰의 압수수색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결론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후보자를 장관에 임명해도 더욱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임명을 하지 않아도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입장에 처해졌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문 대통령의 딜레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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