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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조국이 보여준 ‘위선’과 ‘정의’의 양날의 검

“당시 존재했던 법과 제도를 따랐다 하더라도 그 제도에 접근할 수 없었던 많은 국민과 청년들에게 상처를 줬습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고개를 숙였다. 당초 “법적 문제가 없다”며 ‘가짜뉴스’를 운운했던 행보와 대조된다.

후보자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오보, 사생활 침해, 마녀사냥식 정치공세는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비판성명을 낸 고려대학교와 서울대학교 학생들을 포함한 대중의 분노는 ‘가짜뉴스’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없다.

조 후보자의 딸이 ‘드문 행운’을 누린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부정입학을 하거나 부당한 방법으로 장학금 혜택을 누리지는 않았지만, 은밀한 지인 네트워크가 작동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논문 제1저자 논란에서부터 부산대 의전원 장학금까지 조 후보자의 배우자에서부터 조 후보자 모친과 지도교수, 그리고 조 후보자 본인의 관계가 개입됐을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논란의 불을 지핀 건 조 후보자의 대응이었다. 조 후보자는 모든 과정을 딸의 재능과 노력의 결과로 여겼다. ‘가짜뉴스’로 사태에 응수했고, 병리학 논문 제1저자 등재배경과 부산대 의전원 장학금 혜택에 대해 뚜렷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인사청문회를 통해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했지만, 지난 14일부터 23일까지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이 내놓은 해명보도자료는 24건에 달한다. 인사청문회에 앞서 안전 및 검찰개혁 관련 정책공약을 내놓으며 선택적인 정보전달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조 후보자의 위선(僞善)에 있다. 특수목적고등학교와 자사고 운영방식과 상위계층 학생들이 부모를 통해 누리는 이른바 ‘혜택’을 비판하고 규제해야 한다고 외쳤던 그가, 정작 자신의 자녀는 그 혜택 속에 있게 한 위선에 대중이 분노한 것이다. 집권여당의 대응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실정법상 문제될 건 없다거나, “특혜가 아닌 보편적 기회”라며 비판과 지적을 ‘정권 흔들기’로 일축했다. 이는 되레 시민들이 문재인 정부의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정의’란 가치에 의구심을 품게 했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깨끗한 정치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애초에 ‘평등한 세상’이 존재한 적이 있었나. 위선적이었다고 해서 부조리하다고 비판할 수 있을까.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이라 불리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권모술수에 능했다. 노예해방령을 발효하고 헌법수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썩어빠진 구태정치’를 최대한 동원했다. 그리고 이 결과물로서 ‘모든 인간의 평등’이라는 숭고한 가치를 담은 제13차 미국 헌법수정안이 도출됐다. 새 정치 따윈 없었다. 법률이 대통령에 부여한 공직 임명권을 교활하게 사용하고, 정치인들의 이해관계를 최대한 활용한 간사한 정치만이 있었다.

이제 역으로 질문해보자. 조 후보자의 위선은, 그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부적합하다 할 정도로 잘못된 것일까. 조 후보자의 위선은 개인의 문제 안에서 머물면 그만이다. 조 후보자의 위선이 결과적으로 ‘선한’ 법무정책을 이끌 수 있다면 문제가 될 일이 없다.

그런 측면에서 조 후보자가 내놓은 정책안들을 살펴보자.

조 후보자가 20일 ‘국민들의 일상의 안전과 행복, 지켜드리겠습니다’라는 자료를 발표했다. 조두순과 같은 고위험군 아동범죄자가 출소한 뒤에도 보호관찰관이 1:1로 지도 감독해 재범방지 노력을 강화하고, 정신질환 범죄 재발을 막기 위해 치료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스토킹처벌법 제정·가족폭력처벌법 개정으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시민단체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전 통제 및 치료를 보장하지 않은 국가의 구조적 책임을 정신질환자라는 사회적 소수에게 환원시켜버렸다고 반발했다. 인권운동사랑방의 미류 상임할동가는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짚지 못하고 사회적 약자 위치에 있는 사람들인 정신질환자 등이 문제인 것처럼 차별을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성매매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는 성명에서 “여성을 향한 폭력의 구조적 원인은 외면한 채 일부 성범죄자와 정신질환자를 악마화해 이들을 감시 통제하겠다는 것은 매우 반인권적익 폭력적인 대처”라고 비판했다.

정책 안에서도 평소 인권전문가임을 자처했던 조 후보자의 위선이 드러난다는 지적이다.

조 후보자가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위선이 법무 정책에까지 뻗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대중에게 줘야 한다. 위선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위선이 국민이 추구하는 사회개혁에 적절하게 쓰일 수 있음을 제시할 수 없다면, ‘법무장관으로서 부적합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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