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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 부동산 쓸어담은 韓 IB…“사줄 기관이 없네”
미래·삼성·NH·하나·한화 등
7건, 국내 재매각 동시 추진
“희소성 낮고·경기침체 우려”
증권사 미매각위험 떠안을수
프랑스 라데팡스 투어마중가 타워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국내 투자은행(IB)들이 올들어 프랑스 파리 인근 오피스를 잇따라 인수하며 ‘큰손’으로 주목받았지만, 정작 국내에서의 재매각(sell-down)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대수익 자체는 낮지 않지만, 경기침체가 본격화할 경우 수년 뒤 오피스 재매각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시장 반응이 미진할 경우 IB들이 손실위험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도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셀다운이 진행되는 파리 오피스 물건은 총 7개에 달한다. 인수금액 기준 1조원을 웃도는 라데팡스 지역 ‘마중가 타워’(미래에셋대우 등, 1조830억원), 12구 ‘뤼미에르’(삼성증권 등, 1조5000억원)을 비롯해, ‘투어유럽’(한국투자증권, 3700억원), ‘르 크리스탈리아’(하나금융투자 등, 2200억원), ‘CBX타워’(하나금융투자 등, 5800억원), ‘크리스탈파크’(삼성증권, 9100억원), ‘투어 에크호’ (NH투자증권, 9700억원) 등이다.

국내 IB들은 유럽 부동산 투자 시 환헤지 프리미엄이 상당하고 자금조달에 들어가는 비용도 낮다는 점을 주목, 최근 경쟁적으로 오피스를 매입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큰 손’들이 해외 대체투자 비중을 높이고 나선 것 역시 이들을 대상으로 재매각을 추진할 IB들의 활발한 유럽 진출을 자극했다.

그러나 동일한 지역의 오피스 매입이 잇따라 진행되면서, 대다수 물건이 재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아문디와 함께 마중가타워 인수에 4460억원가량 자금을 댄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1종 우선수익증권 2300억원(기대수익률 6% 중후반)과 보통수익증권 1200억원(11%)으로 나눴다.

우선주 투자자는 투자금 전액을 같은 구조로 셀다운 했을 때와 비교해 기대수익률은 낮아지지만, 일정 부분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문제는 수년 뒤 오피스 재매각이 원활히 되지 않았을 경우 위험이 집중될 보통주다. 기대 이상 가격으로 재매각에 성공할 경우 11% 이상 수익이 가능하지만, 반대의 경우 우선주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도 있다. 투어에크호 빌딩을 인수한 NH투자증권 역시 2500억원 규모의 셀다운 물량에 대해 리스크를 차등화한 뒤 영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비교적 매입 규모가 작거나 셀다운 작업이 일찍 시작된 오피스들은 우려가 없지만, 매입 금액이 커 리스크 별로 차등화된 오피스들은 미매각이 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며 “경기침체가 본격화되고 그 결과 수년 뒤 재매각에 대한 시장 불신이 커질 경우, 증권사 스스로가 보통주를 떠안는 등 위험을 감당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관투자자들은 투자건 선별에 보다 까다로워지는 모습이다. 한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투자를 중개한 것이 대부분 국내IB였기 때문에 파리 투자건이 특별히 많았던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경쟁이 과열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라며 “하지만 파리 부동산 위축의 피해를 누군가 보게 된다면 그것이 국내IB가 될 확률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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