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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아베의 일본, 앞으로 5년이 문제다?

“근거없는 자기 과신, 교만스러울 정도의 무지함, 끝을 알 수 없는 무책임…지금의 일본도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지 않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2009년 일본에서 역사서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가 된 책 ‘쇼와사’의 저자 한도 가즈토시가 과거 역사의 교훈을 일깨우며 한 말이다. 그는 책을 쓰게 된 계기를 밝혔는데, 한 강의에서 어느 대학생이 “태평양 전쟁에서 누가 이겼느냐”고 질문해 강의형식의 쉬운 역사서를 쓰게 됐다고 털어놨다. 역사를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전후세대들 가운데는 실제로 일본이 이겼다고 아는 이들도 많다. 일본 극우의 심장, 일본회의가 퍼트리는 역사관이다.

가즈토시의 설명 가운데 흥미로운건 ‘40년 주기설’이다. 일본 국가의 흥망성쇠가 40년 주기로 이뤄진다는 얘기다, 말하자면 일본이 개항을 하고 부국강병을 추진한 메이지 유신기인 1865년부터 40년간 일본은 착실히 힘을 키워 세계열강에 들게된다. 그 완성작이 다름아닌 러시아와 싸워 이긴 1905년 러일전쟁이다. 일본인들의 우쭐함은 하늘을 찔렀다. 가즈토시는 바로 이런 자만이 다시 멸망의 40년을 불러왔다고 본다. 즉 1905년부터 1945년 태평양전쟁으로 패망까지 꼭 40년은 몰락의 여정이다. 나라의 힘을 키우는데 40년, 무너지는데 40년이 걸린 것이다. 그로부터 다시 정신을 차려 경제대국으로 우뚝선 게 80년대 말까지다. 이후 일본은 1991년 장기불황에 빠지며 ‘잃어버린 20년’을 거치면서 예전만 못한 처지로 떨어졌다. 가즈토시는 책을 쓰던 당시 일본이 쇠락의 40년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중으로 봤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1945년부터 1985년까지 일본은 부흥기, 1985년부터 2025년까지는 쇠락기에 해당하며, 2025년부터 40년은 새로운 부흥기에 해당한다. 아베의 일본은 그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건가. 가즈토시는 일본의 만주경영부터 태평양전쟁까지 쇼와사 20여년을 통해 몇 가지 교훈을 들려준다. 특히 이상한 국민적 열광, 잘못된 걸 알면서도 이런 저런 눈치를 보며 말못하는 국민성, 그리고 결론이 어긋난 뒤 보여주는 끝을 알 수 없는 무책임의 태도를 지적한다.

‘일본국민성’이랄 이런 ‘회피의 일본인’을 처음으로 드러낸 이가 지난 ‘천년간 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나쓰메 소세키란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도련님’ ‘행인’ 등으로 잘 알려진 나쓰메 소세키는 말년에 자전적 소설을 썼는데, 바로 ‘한눈팔기’란 작품이다. 소설의 주인공 겐조는 어렸을 때 다른 집에 양자로 가는 등 좀 복잡한 가정사를 갖게 되는데, 그는 남의 문제 뿐만 아니라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도 기억을 잘 못할 정도로 무심하다. 그는 어떤 문제에 직면하거나 어려운 걸 만났을 때 가능한한 답을 뒤로 미루거나 피한다. 겐조는 바로 소세키의 분신이자 일본인의 전형인 셈이다.

국민성이란 체질이자 문화여서 잘 바뀌진 않는다. 지금의 우경화하는 일본은 바로 극우세력의 망언과 역사왜곡에 눈감은 결과라는 게 일본 비판적 지식인들의 지적이다. 가즈토시는 “역사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걸 가르쳐 준다. 다만 역사를 바르게 배운다는 조건하에서만 역사는 우리에게 제대로 말을 해준다”고 강조하는데 이는 일본은 물론 우리도 귀기울 만 하다. me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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