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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세금주도 성장의 끝이 보인다

지난해 세수탄성치가 3.54로 최근 10년 사이에 가장 높았다는 기획재정부의 20일 발표는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여야만 할 내용이다. 수치 이상의 위험징후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수탄성치는 세수증가율을 경상성장률로 나눈 값이다. 지난해 국세 수입은 293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6% 늘어났다. 지난해 경상성장률(실질성장률 + GDP디플레이터)이 3.0%에 불과해 세수탄성치가 3.5배 이상으로 치솟은 것이다. 먼 과거는 볼 것도 없고 2016년 2.28, 2017년 1.74였던 점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치다.

전년 대비 28조원 이상 더 걷힌 유례 없는 ‘세수 호황’의 결과가 오롯이 수치로 나타난 셈이다.

하지만 이처럼 높은 세수탄성치는 전혀 반갑지 않다. 분모인 성장률이 낮아지면 상대적으로 탄성치는 높아진다. 완연한 저성장 기조에 들어선 한국경제로선 높은 배율이 달갑지 않은 일이다. 세수호조도 좋기만한 건 아니다. 국민들의 세 부담이 그만큼 커진다는 의미다.

게다가 좋은 시절도 다 끝나간다. 이미 끝났다고 보는게 옳다. 올해 세수는 예년 같지 않다. 징조는 나타나고 있다. 올 상반기 국세수입은 156조 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원 줄었다. 금액보다 추세적 전환이 충격적이다. 이젠 내리막만 보인다. 세수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법인세가 특히 그렇다.

12월 결산하는 코스피 상장사 574곳(금융업 제외)의 올 상반기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해보면 매출액은 988조 2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0.8%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55조 581억원, 37조 4879억원으로 무려37.1%, 43.0%씩 줄었다. 근 10년만에 최대폭 감소다. 분기별로 쪼개보면 2분기의 감소세가 더 가파르다. 코스닥 기업도 마찬가지다. 단순 계산해도 법인세 납부액은 그 비율만큼 줄어든다. 분양가상한제 등으로 부동산 경기마져 다잡고 있으니 양도세 수입증가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지금부터 곳간 빌 걸 걱정해야 한다. 기재부가 “현행 세수추계모형에 한계가 있으니 이를 보완해 세수 추계의 정확도를 제고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정한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는 것도 결국 같은 말이다.

그런데도 그동안의 세수 호조에 재정 부담감이 마비된 정치권의 씀씀이는 계속 헤프다. 내년 예산을 수퍼울트라급으로 10% 이상 늘려 짜야한다는 여당의 주장은 “세금 잘 걷혀 돈 걱정 없다”는 무책임한 정치공세에 다름아니다. 이제 세금주도 성장은 더 이상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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