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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고홍석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 초빙교수] 가장 같이 일하고 싶은 시장은?
31년이 넘도록 공직에 몸담고 있다가 6월말로 명예퇴직을 하게 되었다. 31년 중 1년이 채 안 되는 연수기간을 제외하면 30년이 넘는 기간을 서울시에서 일하다가 퇴직을 했다. 퇴직하자 주위에서 여러 가지 질문들을 한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질문이 “3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많은 시장과 함께 일을 했을 텐데, 다시 일하다면 가장 같이 일하고 싶은 시장은 누구인가?”하는 것이다.

공직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신나게 일하게 하고 시민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시장의 리더십은 어떤 것일까? 일반적으로 성공한 리더십은 리더의 자질, 자원동원 능력, 시대적 상황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유기적으로 작용할 때 발휘되는 것이지만 나는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을 활용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근무한 30년 동안 수없이 많은 조직의 변화가 있었지만 사람이 중요하다는 점은 변하지 않은 진리였다. 내가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시장의 리더십 역시 나를 알아주고, 내가 일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권한과 책임을 주며 성공한 정책에 대해서는 적절한 보상을 주는 리더십이었다.

그런데 인재등용과 적재적소 활용의 리더십은 지도자인 시장으로써 갖추어야 할 너무나 당연한 자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이를 실천한 시장은 많지 않다는 것이 나의 경험이다. 아마도 이런 리더십이 발휘되기 어렵기 때문에 춘추전국시대에 가장 먼저 독보적인 패권국가라는 대업을 성취한 제나라 환공을 보좌했던 관중은 패권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인재의 등용과 적절한 권한의 위임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관자에 기록된 관중의 표현을 그대로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패업을 달성하는데 있어 능력있는 이를 몰라보는 것이 문제입니다. 또 능력있는 이를 안다고 해도 그를 등용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또 등용한다 해도 임무를 제대로 주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나아가 임무를 준다 해도 믿지 못하면 패업을 이룰 수 없습니다.” 2500년 전에 했던 말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오늘날의 국가경영이나 기업경영에 적용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말이다. 역사적으로 성공한 인물들의 가장 공통적인 성공요인을 들라 하면 바로 관중의 인물 등용론과 활용론을 잘 이용한 것이라 할 것이다. 중국의 삼국시대에 조조가 사실상 통일이라는 과업을 성취한 것이나 세종대왕께서 위대한 업적을 남기게 된 것들은 바로 널리 인재를 구하고 구한 인재를 적절하게 활용한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러면 반대로 내가 경험한 가장 최악의 시장 리더쉽은 어떤 것일까? 그것은 바로 시장과 공무원간의 상호 신뢰가 무너진 리더십이라 할 것이다. 시장이 공무원을 믿지 못하고, 공무원도 시장을 불신하는 관계야말로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인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라 할 것이다. 실제 이런 상황에서는 시장이 원하는 일을 열심히 하는 척(?)하는 공무원이 인정받게 되고, 시장이 원하는 정책의 문제들을 지적하는 공무원의 경우에는 한직으로 밀려나게 된다. 시장입장에서는 어차피 믿지 못하는 공무원들이기 때문에 자신의 정책에 순응하는 공무원들을 활용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이 추진하는 정책이 다행히 바람직한 것이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시장의 고집이나 편견에 따른 정책이라면 일정시간이 지난 후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문제를 제기했다 하더라도 경시되는 여건에서는 정책의 부정적 측면을 간과하기 쉬우며, 그 피해는 상당기간이 지난 후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게 된다.

더욱이 공직 경험에 비추어 보면 사람의 적절한 활용이라는 당연한 리더십이 당연하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당연하게 받아들여져야 하는 좋은 인재를 찾고 찾았으면 권한을 주고 믿어주는 리더십보다는 내편, 네편으로 갈라 내편만을 등용하고, 등용했다 하더라도 적절한 권한을 주지 않아 허수아비처럼 활용하는 사례가 더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래서 옛 현인들이 성공한 제왕이 되기 위해서는 왜 좋은 인재를 찾아 적재재소에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는 지 실제 경험을 하면서 그 의미를 실감할 수 있었다.

따라서 최고 지도자들은 조직 구성원 개개인의 성취뿐만 아니라 조직의 성공을 위해서는 좋은 인재를 찾고, 찾은 인재를 적절하게 활용하며, 적절한 권한을 주고 믿어줘야 한다는 2500년전 관자의 가르침이 변하지 않는 진리라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어떻게 실천해 나갈지 항상 고민해야 할 것이다.

고홍석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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