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삶의 곳곳에 이중적 상황...모순에 숨은 진실을 보다
갤러리수 ‘엠비벌런틀리 유어스’전
Jinsu Han, Summer Water, acrylic on canvas, 38x45cm, 2019

이브클랭 블루가 선명한 캔버스 위로 두꺼운 물감이 얹어졌다. 쉼없는 붓질로 탄생한 두터운 마티에르가 시각적 쾌감을 준다. 반복과 수행으로 완성한 단색화인가 싶지만, 아니다. 페인팅 머신이 하루 10만번 넘는 붓질로 완성한 작품이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달린다. 이유는 ‘모나리자’다. 그러나 모나리자와의 만남은 짧기 그지없다. 일렬로 줄서서 알현하면, 겨우 ‘기념샷’을 남길 시간만이 허락된다. 작품을 감상하러 오랜 시간 달려왔지만, 정작 감상할 시간은 없다.

현대인 삶의 곳곳에 숨어있는 이중적 상황에 초점을 맞춘 전시가 열린다. 서울 종로구 팔판로 갤러리수는 ‘엠비벌런틀리 유어스(Ambivalently Yours) 이중적 진심을 그대에게’전을 개최한다. 한진수, 김홍식, 블루숩 등 세 명(팀)의 작가가 참여하며, 모순을 안고 있는 우리 삶을 전시장으로 끌어들였다.

유명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작품을 감상하러 온 관객에 초점을 맞추는 김홍식 작가는 작품의 아우라와 그 시스템에 대해 질문한다. “사람들이 왜 모나리자를 좋아할까, 왜 열광할까, 그럴 가치가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금빛 액자로 표현했다” 미술관과 박물관 풍경을 사진으로 찍은 뒤, 스테인레스 스틸 위에 실크스크린 방식으로 뽑아낸 이 평면작품들은 대상이되는 작품과 프레임만 금빛으로 빛난다.

한진수 작가는 잡다한 일상의 사물을 원래 맥락과 상관없는 오브제로 성형한다. 무더운 여름날, 강변에서 놀던 어릴적 기억은 나무, 바위, 물고기, 물 그리고 물새를 상징하는 깃털로 재현됐다. 설치작품들은 전동기 같은 단순하고 쉬운 로우 테크놀로지를 활용한다. “제어가 서툰 로우 테크놀로지는 예상치 못한 이벤트들로 작은 변화가 계속 일어난다. 페인팅 머신의 경우도, 이같은 작은 변화들 덕분에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과정으로 흘러간다”는 작가는 기계의 무심함이 과정을 통해 의미를 갖게 되는 ‘모순적 순간’에 초점을 맞춘다.

러시아 아티스트 그룹 블루숩(Bluesoup)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조성한 인공폭포 이미지에 사이키델릭한 음악으로 관객의 시야를 사로잡는다. ‘Cascade 작은 폭포’는 분명 가상의 풍경이지만 현실보다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2016년 개러지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러시아 최초 현대미술 트리엔날레에서 처음 발표됐으며, 같은해 러시아 최고 컨템포러리 아트 어워드인 칸딘스키 프라이즈 수상작이다. 모순 위에 누운 우리의 진심을 발견할 시간이다. 전시는 9월 15일까지.

이한빛 기자/vicky@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