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전기충격처럼 찾아온 불안증…난, 그놈을 공격했다”
“이 터널 끝에 빛이 있을 것이라 생각…
닥치는대로 요가·운동…발작 사라져”
멍청한 괴물 치부하고 승리 경험 쌓고…
작가 31人 우울·불안·공황장애 극복기
바람 쐬고 오면 괜찮아질 거야 제시카 버크하트 외 지음 임소연 옮김 더 퀘스트
“불안증은 결국 끝날 것임을 분명히 인지하라. 아마 불안증은 당신에게 결코 끝은 없을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놈은 아무 것도 모른다. 불안증은 자신이 외과의사라고 생각하는 네살짜리 꼬마와 같다.(…)그런 녀석이 당신을 손아귀에 움켜쥐고 이리저리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꼴을 보라! 불안증은 절대 당신보다 강하지 않다.”(‘바람 쐬고 오면 괜찮아질 거야’에서)

영화 ‘소피의 선택’의 원작자로 잘 알려진 퓰리처상 수상작가 윌리엄 스타이런은 성장가도를 달리던 1985년 돌연 우울증에 빠졌다. 헤어나올 수 없는 깊은 어둠을 그는 “영혼이 홍수에 잠겨드는 것처럼” 찾아왔다고 했다. 그는 거기에 침몰되지 않고 자신의 우울증에 정면으로 맞서는데, 그 고통과 희망을 기록한 게 베스트셀러 ‘보이는 어둠’이다.

‘마음의 병’으로 가볍게 치부되지만 우울증의 종착역은 죽음이다.

‘바람 쐬고 오면 괜찮아질 거야’(더 퀘스트)는 이런 고통을 경험하고 어떻게 맞섰는지, 그 누구보다 예민한 작가들의 고백으로 공감을 준다. 베스트셀러를 쓰고 문학상을 받은 31명의 작가들은 우울, 불안, 공황·강박장애 등이 어떻게 자신 안으로 들어왔는지, 증상은 어떤지, 끊임없이 ‘너는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괴롭히는 뇌의 억압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들려준다.

미국 청소년소설 베스트셀러 작가인 모린 존슨은 불안이 “마치 전기충격이 팔을 타고 내려가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으로 시작됐다”고 고백한다.

밤에는 공황발작이 와 심장과 호흡곤란 때문에 잠을 깨야 했다. 그리고 생각의 주인이 더는 내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에 시달려야 했다. 불안증을 겪는 사람들은 불안증에 관해 읽을수록 불안이 더 커진다는 것을 알지만, 그는 오히려 원하는 답을 찾기 위해 강박적으로 관련 내용을 찾아 읽었다. “그때 내가 찾아 헤맸던 것은 이 터널 끝에 빛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 줄 무언가였다”.

그때까지 그의 삶은 사생활과 일의 경계가 없고 시간제한도 없어 뇌가 쉬지 않고 움직이는 늘 긴장상태를 유지해왔다. 동분서주하면서 살아온 삶을 그는 돌아본 뒤, 느슨하게 풀어놓고 명상과 요가, 운동을 꾸준히 해나갔다.

“불안증을 이겨내기 위해 불안증을 닥치는 대로 공격했다”며, 그는 이런 노력들이 모여 몇 달이 지나자 심각한 불안발작이 사라졌다고 털어놨다.

중요한 건,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한들 그래서 뭐 어떻단 말인가”란 태도다. 불안증이란 ‘멍청한 괴물’을 처치하는 존슨식 주문이다.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 리스트에 오르는 등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사라 자르의 고백은 더 충격적이다.

끊임없이 자신이 쓸모없는 인간으로 느껴지는 생각에 옭아매인 그는 커피숍에서 눈물을 쏟으며 우는가하면 화장실에 숨어 자신의 뺨을 거침없이 내려친다. 그럴수록 자신에 대한 증오는 더 커진다. 그는 상담사와 친구, 남편들에게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인생에 대해 많은 얘기를 털어놨지만, “나는 내 뺨을 때려요” 라는 말은 아무에게도 한 적이 없다. 책에 처음 고백한 것이다.

자신의 행위를 객관화시켰다는 건 좋은 신호다. 저자는 자신에게 유전적 요인이 있음을 발견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자기관리법을 적용해나간다. 자기관리란 말 그대로 나 자신을 돌보는 것인데 힐링타임과는 다르다. 자신이 겪고 있는 문제, 타고난 문제 등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인생을 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파악한 뒤, 이를 실천하는 것이다. 그만의 자기관리법은 식단, 수면, 운동 세 축으로, 식단의 경우 설탕과 정크푸드를 끊은 결과, 심리적 안정이 높아졌다고 말한다. 수면은 밤에 8~9시간 자고, 낮잠을 자는 것인데, 이보다 적을 경우 곧장 강력한 불안이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작가 에이프릴린 파이크의 고백 역시 소설같다. 강박장애를 앓는 그는 고가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 중앙차선에서 마주오는 트럭과 충돌하는 자기 파괴 충동에 사로잡히는데, 그렇다고 그가 자신의 삶에 불만이 있는 건 아니다. 대체로 모든 게 만족스럽고 죽고 싶지 않지만 강박은 그를 수시로 사로잡는다. 파이크는 꼭 지켜야 할 규칙을 만들어냈다. 다리는 무조건 피하기, 다를 건너야 할 때는 정중앙에서 걷기. 건물 옥상도 피해야 할 장소다. 불 속 어디든 위험한 것들로부터 멀어지는 게 상책이다. 그는 “나는 다음 날로 도망치기 위해 하루를 산다. 나는 살고 싶다.”며, 싸움에서 승리하는 작은 경험들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들이 들려주는 절박한 얘기는 증상도 제각각이지만 치료법도 저마다 다를 수 밖에 없음을 알려준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되, 자신에게 맞는 걸 찾아내 꾸준히 실천하는 게 핵심이다. 나만 겪는 일이라는 외로움 대신 다른 누군가도 함께 겪는 일이라는 공감과 위로가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