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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영호 “탈북민 모자 아사 사태, 가장 큰 책임은 北 김 씨 일가”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연합]

[헤럴드경제=이운자 기자]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은 ‘탈북민 모자 사망 사건’을 언급하면서 이들 모자의 사망 원인이 북한 정권에 있다고 울분을 토로하면서 “김정은은 미소 짓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4일 태 전 공사는 ‘탈북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을 새터민들에게 보냈다.

그는 “북한도 아닌 이곳 대한민국 땅에서 사람이 굶어 죽을 수도 있다니….”라고 운을 떼면서 “굶주림을 피해 목숨 걸고 북한을 떠나 이 나라를 찾아온 탈북민이 대한민국에서 굶주림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선뜻 믿어지지 않는다”라고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충격적인 비극을 접하면서 북한 정권에 대한 강한 분노를 느끼게 되었다”며 “북한 정권이 주민들의 기본권과 생존권을 최소한이라도 보장해 주었더라면 수만 명의 탈북민들이 정든 고향을 떠나 이곳에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태 전 공사는 “이번 탈북민 모자 아사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당연히 북한 당국과 김 씨 일가에 있다”며 “북한 정권은 이번 사건을 탈북민들과 남한 사회에 대한 비난과 탈북방지를 위한 내부 교양용 선전에 이용하고 한국 사회와 탈북민들, 한국 정부와 탈북민들 간의 증오와 갈등이 증폭되는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하고 또 그것을 조장하려 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헌법상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대한 보호 의무를 지고 있는 정부도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것만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우리 탈북민들은 정부의 책임이나 남한 사회의 무관심 문제를 따지기에 앞서 같은 탈북민으로서 곁에서 그의 어려운 처지를 미리 알고 어루만져 줄 수는 없었는지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울분과 분노는 오직 북한 정권을 향해 있어야만 한다”며 “우리의 주적은 김정은 정권이다. 불쌍한 두 모자의 죽음이 남한 정치 갈등의 희생물로 이용당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10년 전 탈북한 한모(42·여) 씨와 아들 김모(6) 군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수도요금 미납으로 단수 조치가 이뤄졌음에도 연락이 없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검침원이 현장을 방문했다. 해당 아파트에서 악취가 심하게 나는 것을 확인한 이 수도검침원은 관리인에게 연락해 강제로 창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가 숨져있는 이들 모자를 발견했다.

이들 모자가 기거한 아파트에는 고춧가루 외에 먹을 것이 하나도 없었으며 통장 잔고엔 0원이 찍혀 있었다. 경찰은 한 씨가 지난 5월 말 통장에 남아 있던 잔고 3858원을 모두 인출한 후 2주 정도 지나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날 새터민들은 탈북민 모자 사망 사건을 계기로 이에 대한 규명과 탈북민 정착 정책을 점검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정치권에서도 이들 탈북민 모자에 대한 애도와 함께 정부 관계 부처의 책임과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촉구하고 나섰다.

yi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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