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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인사이트-김기중 KOTRA 멕시코시티무역관장] 멕시코에 시장 다변화 기회있다

지난 5월 30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뜬금없이 멕시코를 향해 트윗을 하나 날렸다. 내용은 “6월 10일부터 멕시코산 모든 제품에 5% 수입관세를 부과할 것이며, 멕시코를 통해 유입되는 불법이민이 근절되지 않으면 점진적으로 그 관세율을 높여나가겠다”는 것이다.

조용히 주말을 준비하던 멕시코 정부는 이 트윗 하나에 비상이 걸렸고 불이라도 난 듯 분주하게 움직였다. 다음날 새벽 외무장관과 차관을 동시에 워싱턴에 급파했고, 멕시코 환율과 주식시장은 요동쳤다. 결국 1주일간의 협상 끝에 멕시코는 남부 국경지대에 6000명의 국가방위군을 즉시 배치하여 불법이민 유입을 통제할 것이며, 45일 이내에 중미 불법이민 억제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고, 미국은 관세조치를 잠정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트윗 몇 줄로 중남미 대국인 멕시코 방위군을 움직이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협상가 트럼프의 진면목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에 대한 공격과 막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멕시코가 미국을 강간해왔다”, “국경에 장벽을 쌓고 그 비용은 멕시코가 내야한다”,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에서 탈퇴하겠다” 등등. 하지만 이에 대한 멕시코의 대응은 속수무책과 같은 전략적 인내였다. 멕시코의 한 해 수출액 4500억 달러의 4분의 3이 미국으로 향하는 절대적 의존상황에서 대응책 마련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의 무역환경은 강대국들이 원하는 것을 힘으로 얻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처럼 무역에서 시장과 기술, 원자재를 무기화 할 경우 직접적인 방어 보복수단도 강구해야겠지만, 동시에 비슷한 처지에 있는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시장을 다변화 시키고, 국제무대에서 전략적 우군을 확보하는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과거 멕시코는 우리나라와의 FTA 체결에 미온적인 반응으로 일관해 왔다. 미국시장이라는 꿀단지를 끼고 있는데 경쟁력 있는 한국기업들이 다가오는게 달갑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최근 들어 멕시코에서도 조금씩 입장 변화가 감지된다. 미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절박함이 작용하고 있는 듯 하다.

멕시코 루스마리아(Luz Maria) 대외무역 차관은 지난 주 한 세미나에서 한국의 태평양동맹 준회원국 가입을 협의하겠다고 발표했다. 태평양 동맹은 멕시코, 콜롬비아, 페루, 칠레로 구성된 지역 경제공동체인데, 준회원국 가입은 기존 회원국과 FTA 협정을 맺는 효과를 갖게된다. 한국 입장에서 콜롬비아, 페루, 칠레와는 이미 FTA 협정이 체결되어 있는 만큼, 태평양동맹 준회원국 가입은 멕시코와 FTA 체결을 의미한다.

무역을 떠나 생존할 수 없는 한국 경제의 특성과 점차 무림고수가 횡행하는 무협지로 변질되고 있는 글로벌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멕시코를 비롯한 중요 국가를 우군으로 확보하고, 시장을 다변화시키는 노력에 좀 더 관심을 높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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