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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克日의 길]'약점' 극복 못하면 일본發 위기 다시 온다
국가경쟁력 비롯 기업 효율성·과학 인프라 등은 日 앞서
하지만 유독 핵심 기술 약점 보여
내수균형도 해결 못한 과제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일본이 1990년대 초중반부터 '잃어버린 20년'을 겪는 동안 우리나라는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그 덕분에 경제 격차는 상당 부분 좁혀졌다. 하지만 핵심기술 격차, 불안한 내수 시장 등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이번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계기로 보완책을 꼼꼼하게 다시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12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과 세계은행(WB) 등에 따르면 올해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지난해보다 한 계단 하락한 28위를 기록했다. 30위를 기록한 일본을 4년 만에 제쳤다. 관련 통계가 존재한 1997년 이후 한국이 일본을 앞선 것은 2010~2013년, 2015년, 2019년 총 6번 있었다.

'기업'의 고군분투가 빛을 발했다. '기업 효율성' 평가 항목에서 한국은 지난해 43위에서 올해 34위로 9단계 상승했다. 근로 동기부여, 기업가 정신, 새로운 도전에 대한 대응 능력 등이 개선된 성과를 거뒀다. 이 밖에 경제 성과, 인프라 등 나머지 항목에선 일본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구체적인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한국은 과학 분야 인프라 항목에서 2009년 이후 최고 순위인 3위를 기록했다.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 연구개발(R&D) 인력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 반면 일본은 6위를 기록했다. 또 2017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액(민간+정부) 비중은 무려 4.6%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가장 높다. 반면 일본은 3.2% 수준으로 5위에 그쳤다.

반면 기술 분야 인프라는 일본(20위)이 한국(22위)을 소폭 앞섰다. 상장기업 개수도 지난해 기준 일본(3652개·3위)이 한국(2186개·7위)을 크게 앞질렀지만 20년 전 1999년 2배 이상 차이가 났던 것에 비하면 격차가 크게 줄었다. 하지만 기업 관련 정부의 규제는 여전히 일본(31위)보다 한국(50위)이 훨씬 강했다.

기업 역량이나 인프라 부분에선 일본에 뒤처지지 않지만 유독 핵심 소재·부품·장비 분야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 경제의 약점이다. 급속도로 성장하려다 보니 오랜 시간이 필요한 핵심 기술력을 확보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R&D 예산도 단기 성과를 낼 수 있는 과제에 집중됐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은 "한국은 기술 고도화보다는 양산에 치중해 기계 개량에 집중했다"며 "기술자와 중견·중소기업을 도외시하는 환경, 인식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내수 균형 부분에선 일본과 격차가 크게 났다. 지난해 기준 일본의 내수 시장 규모는 무려 2조6968억달러로 세계 3위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 7878억달러(15위)에 그쳐 일본과 약 4배 차이가 났다. 국토 면적, 인구 규모 등에서 이미 일본이 월등한 데다 한국은 내수 시장을 키울 여력이 기회가 없었던 탓이다.

과도한 무역의존도를 기록하며 '외풍'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2017년 기준 한국의 수출의존도는 37.5%, 수입의존도는 31.3%로 집계됐다. 반면 일본은 각각 14.3%, 13.8%에 머물렀다. 두 수치를 합한 무역의존도는 한국이 68.8%로 일본 28.1%의 2.4배에 달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내수를 키워 대일 수출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방향은 바람직하다"며 "하지만 수출수입을 줄여 균형을 맞추려면 소비, 투자가 그만큼 늘어야 하지만 미래 경제 전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선 어려운 과제다. 불확실성이 줄고 성장률이 상승해야 소비자가 지갑을 열고, 기업이 투자를 한다"고 말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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