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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결국 드러난 새로운 경제위기의 얼굴은…전쟁
‘협력→대결’…脫세계화
위기극복도 ‘공조→경쟁’
자금이동도 ‘안전제일’로
‘혁신’, ‘신시장’ 회복동력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기원전 481년 노(魯) 애공(哀公)은 사냥에서 알 수 없는 짐승의 목을 찔러 죽인다. 정체를 공자(孔子)에게 물었다. 상서로운 동물로 꼽히던 기린(麒麟)이었다. 공자가 탄식한다.

“이제 나의 진리는 끝났구나”

춘추(春秋)의 마지막 ‘획린(獲麟)’이다. 기원전 481년께다. 진(晉)의 한(韓)·위(魏)·조(趙) 삼분을 전국시대의 시작으로 보는 견해가 다수지만, ‘획린’을 춘추시대의 끝으로 보기도 한다.

기린은 주(周)의 상징이다. 춘추시대에는 힘이 강한 제후인 패자(覇者)가 제후들간의 ‘공조’와 ‘협력’을 이끌며 주왕실을 대신해 질서를 유지했다. 하지만 획린 이후 전국시대엔 모두가 왕을 자칭하며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했다. 전쟁도 ‘승부’를 가리는 정도를 넘어 ‘끝장’을 내는 형태가 된다. 규모도 크고 잔인해진다. 춘추시대에 등장하던 나라들 가운데 새로운 질서에 적응하지 못한 곳들은 멸망했다.

경제위기는 늘 반복되지만, 항상 다른 얼굴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과연 다음은 어떤 형태의 경제위기가 도래할 지에 대해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며 경계했다. 힘의 충돌, ‘전쟁’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2008년 금융위기와 이후 유럽 재정위기는 글로벌 통화정책 ‘공조’로 극복했다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공조보다는 각자 도생의 국면이다.

최근 경제전쟁의 본질은 글로벌 생산시스템이 협력에서 경쟁으로 바뀌어 가는데 따른 현상이다. 선진국과 신흥국이 최적의 효율을 추구하며 협력하던 ‘세계화(globalization)’는 경제격차를 줄였고, 그 과정에서 중국과 같은 새로운 강자가 등장했다. 협력의 파트너가 경쟁의 대상으로 바뀐 모습이다. 전혀 새로운 형태는 아니다. 이미 지난 역사에서 사례는 존재한다.

열강의 식민지 확장의 결과 19세기 글로벌 경제가 처음으로 형성된다. 식민지를 계속 넓혀갈 때는 별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지구상의 땅덩이는 유한하다. 식민지 시대 초강대국인 영국의 패권에 강력한 생산력을 앞세운 신흥국 독일이 도전하면서 발발한 제국전쟁이 1차 세계대전이다. 경제 공황 등 1차 대전의 전후 처리에서 잉태된 문제가 다시금 폭발한 게 2차 대전이다.

1차 세계대전으로 영국 파운드 패권이 무너지고, 금 중심 체제가 부활한다, 2차 시계대전 후에는 금을 달러에 고정시키는 브레튼우즈체제로 달러 패권이 구축된다. 미국은 이후 베트남전 수행과 전후 경제재건에 성공한 유럽을 견제하기 위해 1971년 달러의 금태환을 중단시킨다. 미국의 달러가 무제한적인 발권력을 확보하면서 경제 패권이 유지된다. 이어 미국이 냉전비용을 감당하면서, 동시에 일본과 독일의 경제패권 도전을 꺾은 조치가 1985년 플라자 합의다.

지금의 중국은 1차 대전 때의 독일, 플라자합의 때의 일본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다만 당시와 다른점은 경제적으로는 물론 정치·군사적으로도 훨씬 더 강력한 존재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각각 경제와 군사의 ‘최종병기’인 달러와 중거리 미사일을 동시에 꺼내 들었다. 아편전쟁 때 영국을 얕잡아 봤던 청나라와 달리 지금의 중국은 미국의 힘을 잘 안다. 자존심을 지키는 수준에서 대응은 하겠지만, 정면충돌은 최대한 피할 것이다. 장기전 가능성이 크다.

환율전쟁이 벌어지면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경쟁적으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 빚이 많거나 적자로 달러 조달이 어려운 곳이 타격을 입게 된다. 펀더멘털이 튼튼한 곳으로는 돈이 몰릴 것이고, 약한 곳에서는 급격한 자금이탈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국내의 경우 정부 채권이 전자, 주식시장에서의 비우량 종목이 후자일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 금융위기 및 닷컴버블은 중국이란 새로운 시장 부상으로, 2008년 금융위기는 모바일 혁명이 회복동력이 됐다. 이번 국면에서는 과연 무엇이 될 지 주목할 때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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