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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다시, 을(乙)들의 전쟁

  • 기사입력 2019-08-0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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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간강사 처우를 개선하는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이 시행된지 꼭 일주일 됐다. 강사법은 지난 2010년 조선대 시간강사가 ‘노예와 다름없는 삶을 살았다’며 목숨을 끊은 이듬해 국회를 통과했다. 시간강사 임용 기간을 1년 이상으로 하고, 강사에게도 교원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주내용이다. 하지만 8년간 네차례나 시행이 유예된 끝에 지난 1일에서야 빛을 봤다. 8년이나 걸린 건 대학과 강사 모두 반발했기 때문이다. 대학은 재정 부담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고, 강사들은 허술한 제도로 인한 피해를 결국 강사들이 떠안게 될 것이라며 반대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최대 2만명의 시간강사가 일자리를 잃었다고 강사단체들은 주장한다. 대학들이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선 때문이다. 교육부는 6일 이에 대해 “실질적으로 파악한 결과 2만명은 아니고 1만여 명보다는 적은 숫자다”면서도 “강사의 고용상황에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강사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한 강사법이 오히려 강사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강사법의 역설’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대학재정지원사업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교육부는 강사를 대량 해고하는 대학에 대해선 정부 재정 지원사업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대학도 할 말이 있다. 최근 만난 서울시내 한 사립대 관계자는 “4대 보험에 퇴직금, 방학 중 임금까지 줘야 하는 강사. 솔직히 대학 입장에서 부담스럽다. 등록금은 10년째 동결됐고 학생 수는 갈수록 줄어든다. 문 닫는 지방 사립대들이 쏟아질 것이고, 서울에서도 직원 월급 주기 힘든 대학들이 나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일자리를 빼앗긴 강사들과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대학. 다시 ‘을(乙)과 을’의 싸움이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기시감이 든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이 오히려 그 ‘약자’를 죽이는, 구조적으로 허술한 정책. 이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점과 현장의 비명을 외면하는 정부. 그리하여 나타난 ‘을과 을’ 간의 전쟁. 고집스럽게 밀어붙인 소득주도성장 정책, 속도조절에 실패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우린 이미 오래 전부터 ‘을’들의 전쟁을 겪고 있는 참이다. 노동시장의 약자를 위한다는 정책은 자영업자와 최저임금 근로자라는 ‘경제 약자’들 간의 싸움을 촉발했고, 결국 그들의 일자리를 한꺼번에 없앴다.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역시 ‘을과 을’의 밥그릇 싸움으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민감한 문제에서 발을 빼는 정부의 미온적 태도 속에 약자들 간의 갈등이 폭발하고, 결국 피라미드 최하층이 가장 많은 짐을 떠안는 패턴이 사회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다산 정약용은 논문 ‘원정(原政)’(정치란 무엇인가)에서 이같이 경고한다. “정(政)의 뜻은 바로잡는다(正)는 말이다. 왕정이 없어지면 백성이 곤궁해지고, 백성이 곤궁해지면 나라가 가난해진다. 나라가 가난해지면 세금이 무겁고 번잡해지며, 세금이 무거우면 민심이 흩어진다. 민심이 흩어지면 천명(天命)이 가버린다.”

각자 서로 억울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천명을 붙드는 건 민심이고, 민심은 ‘을’들의 희망에서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현재 맞닥뜨리고 있는 전례없는 경제·안보 위기 속에서도 절대 잊지 말아야할 대목이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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