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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더위가 앗아간 입맛…‘신맛’으로 침샘 자극
위장기능 약한 노인, 식욕부진→질병 가능성
억지로 먹지 말고 적은 양으로 천천히 늘려야
향 있는 식재료나 침 분비하는 식초 첨가 도움
입맛이 없는 여름철에는 레몬과 같이 신맛을 내는 재료를 활용하면 입맛을 돋구는데 도움이 된다.

# 서울에 사는 김모(65)씨는 며칠 새 이어지는 무더위로 입맛이 없다. 먹고 싶은 생각이 없다보니 하루 세 끼는 고사하고 하루 한 끼만 먹는 날도 많다. 어제는 수박이랑 냉면 그리고 빵 몇 조각을 먹은 것이 전부일 뿐 단백질 섭취는 거의 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박이나 음료를 많이 먹게 되자 소변만 더 자주 보게 됐다. 그러다보니 체중이 2주새 3kg이나 줄었다. 무더위로 지친 몸에 먹는 것까지 적어지니 기운은 더욱 떨어져 조금만 움직여도 힘이 든다.

여름에 기온이 올라가면 활동량은 줄어들고 체온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열량소모가 적어지면서 식욕은 자연스럽게 떨어지게 된다. 덥고 습한 날씨는 불쾌지수를 높이고 스트레스로 인해 소화기에 영향을 끼쳐 식욕부진을 겪게 한다.

날씨 변화로 인한 일시적인 식욕부진은 보통 시간이 지나면 회복된다. 하지만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체중이 5%이상 감소한다면 정상적인 체력과 건강을 유지하기 어렵다. 식욕 부진이 지속되면 영양 불균형을 초래해 영양실조가 나타날 수 있고 면역력이 저하돼 다양한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노인의 식욕부진, 영양 장애뿐 아니라 각종 질환 위험 ↑=식욕부진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지만 특히 위장기능이 떨어져 있는 노인에게는 식욕부진이 생기기 쉽다. 노인성 식욕 부진증은 고령으로 음식물을 먹고 싶은 욕구가 감소하거나 없어진 상태를 말한다.

구강건조 등으로 인해 타액 분비가 떨어진 노인들은 음식물을 씹는 것과 삼키는 것이 불편하게 된다. 소화액 분비가 적어 음식물의 소화 흡수율이 떨어지면 단백질, 지방, 지용성 비타민, 칼슘 등의 영양소가 결핍될 수 있다. 음식물의 소화와 흡수가 떨어지면 위장 내 잔여물이 쌓여 복부팽만감을 느끼게 되는데 젊은 사람과 비교했을 때 같은 양을 섭취하더라도 더 큰 포만감을 느끼게 된다.

노인의 식욕부진은 영양장애와 체중감소를 초래하면서 심부전, 폐기종 등 각종 질환 발병률과 사망률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건강하던 노인이라 하더라도 장기적인 식욕부진과 이로 인한 영양불균형이 지속되다 보면 생각지 않던 질병을 겪을 수 있다.

조현 순천향대 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보통은 병으로 인해 식욕부진이 오고 다시 이로 인해 병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건강했던 노인이라고 하더라도 식욕부진으로 인해 병이 생길 수 있다”며 “식욕부진은 단순히 음식을 적게 먹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많은 경우 영양불균형이나 영양실조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입맛이 떨어져 영양섭취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면역기능이 떨어지고 감염성 질환에 걸리기 쉬워진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1년 내 체중 5% 빠지면 건강 ‘적신호’=식욕부진의 원인은 다양하다. 노화로 인한 맛이나 냄새에 대한 감각 저하, 호르몬 증가, 질환 등이 있다. 조 교수는 “대뇌 포만감을 주는 호르몬이 증가하거나 반대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감소, 또는 노화의 염증으로 인한 사이토카인(cytokines) 증가로 식욕 부진이 나타나기도 하며 이외에도 당뇨병 등 기저질환이나 암, 위장관·호흡기·심장 질환, 우울증 등이 원인이 된다”며 “때로는 감염이나 약물 부작용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만약 일부러 체중을 줄이려고 하지 않았는데도 6개월에서 1년 사이 본인 체중의 5%가 빠지면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로 여겨야 한다.

특히 식욕은 왕성한데 체중이 지속적으로 준다면 당뇨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혈당을 조절하는 기관인 췌장에서 나오는 인슐린이 제 기능을 못해 생기는 당뇨병은 주로 물을 자주 마시거나(다음) 소변을 자주보고(다뇨) 음식을 많이 먹는(다식) 현상이 나타난다. 당뇨병 초기에는 다식으로 체중이 늘지만 소변 양과 횟수가 늘면서 체중이 줄어들게 된다.

▶향이 나는 재료나 신맛으로 식욕 돋궈야=떨어진 식욕을 올리는 방법이 있다. 우선 입맛이 없는데 억지로 먹으려는 것은 좋지 않다. 적은 양으로 천천히 양을 늘려가는 것이 좋다. 신선한 제철 재료를 사용해 식단을 짜는 것도 좋다.

독특하거나 강렬한 향을 더하면 식욕을 자극할 수 있다. 음식에 고추, 생강 등을 활용하거나 카레 등과 같은 향신료, 레몬즙, 식초 등을 뿌려도 도움이 된다. 미나리, 깻잎, 쑥갓 등 특유의 향이 있는 채소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빨간색 실고추 등 강렬한 색을 더해주는 재료들은 시각적으로 식욕을 자극하는 효과를 주기도 한다.

특히 신맛이 나는 음식은 식욕을 돋우는 데 도움이 된다. 신맛이 나는 음식은 침과 위산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에 소화 기능과 흡수에 도움을 준다. 신맛의 오미자, 매실 등을 물처럼 자주 마시면 도움이 된다.

조 교수는 “신맛이 나는 음식에는 비타민과 유기산이 풍부하기 때문에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되고 신체에 활력을 줘 소화불량 개선에 도움이 된다”며 “단 아이스크림이나 차가운 음료, 빙수 등의 찬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위장을 차게 만들어 소화불량이 될 수 있어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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