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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정치적 중립’ 약속과 거리 먼 검찰 인사에 실망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거는 기대가 그 어느 때 보다 컸다. 그가 검찰 개혁의 적임자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검찰 개혁의 핵심은 철저한 정치적 중립이다.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을 털어내고, 법과 원칙에 충실하며 정의를 실현하는 검찰 본연의 모습을 되찾자는 것이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임명하는 지금의 시스템에선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검찰의 수장이 권력 앞에 의연할 수 있다면 못할 것도 없다. 이걸 ‘강직한 검사’였던 윤 총장이 해 낼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윤 총장이 인사권을 행사한 첫 검찰 중간 간부 인사를 보면 그 기대감이 일거에 무너질 정도로 실망스럽다. ‘살아있는 권력’에는 한 없이 약하고, ‘죽은 권력’에는 무자비한 검찰의 고질적 병폐가 여전해 보이기에 하는 말이다. 서울동부지검 수사 책임자들이 승진 누락과 좌천 등의 불이익을 받은 것이 우선 그렇다. 동부지검은 송인배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을 수사해 불구속 기소했다.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댄 것이다. 그러나 그 대가는 참혹했다. 수사의 실무 지휘한 주진우 형사6부장은 ‘좌천’인사 대상이 돼 결국 사의를 표했다. 차장 검사는 검사장 승진에서 누락돼 옷을 벗었다. 문 대통령 내외와 가까운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한 서울 남부지검 간부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반면 최순실 국정농단 사법행정권 남용 등 ‘죽은 권력’을 수사했던 담당 검사들은 영전의 길을 활짝 열어줬다. 이러니 편가르기 인사라는 얘기가 검찰 안팎에서 공공연히 회자되고, 인사를 통한 정권의 검찰 길들이기란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현 정권이 그토록 주창하던 검찰 개혁은 지금으로선 다른 나라 일이 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누구나 법 앞에서 평등하고,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윤 총장에게 당부한 바 있다. 이제 이 말을 누구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게 됐다.

윤 총장은 국민이 검찰에 바라는 게 무엇인지 거듭 돌아보기 바란다. 박근혜 정부 시절 집권 세력의 눈밖에 나는 수사를 지휘하다 좌천 당한 경험자인 윤 총장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대부분의 검사들은 정치색이 없다. 주어진 업무에만 충실할 뿐이다. 그렇다면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것은 결국 검찰의 수장이다. ‘윤석열 검찰’마저 과거와 달라진 게 없다면 국민들은 검찰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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