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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국회도 배워야 할 SK이노베이션의 노사문화

지난 3월 올해 임금협상을 초단기에 타결해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SK이노베이션이 2019년 단체협상까지 속전속결로 마무리 지었다는 소식이 무더위에 모처럼 청량감을 준다. 지루한 밀고 당기기로 해를 넘기기 일쑤인 게 노사협상이다. 그것도 모자라 노동위원회 중재까지 받는 대기업의 일반적인 노사협상과정을 생각하면 마치 남의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일 단협 갱신을 위한 첫번째 교섭을 시작한 이래 3주 만에 잠정합의안을 도출했고 지난 25일 조합원 대상 찬반투표(참여 조합원 77.56%의 찬성)를 통해 타결을 확정한 후 29일 ‘2019년도 단체협약 조인식’을 가졌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임금협상도 보름만에 조합원 투표와 조인식까지 끝냈었다.

이 회사 노사는 지난 2017년부터 임금협상을 한은 소비자물가지수와 연동키로했다. 그러니 기계적으로 빠르게 처리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내용이 복잡한 단협은 다르다. 노사는 단협에서 희귀·난치병 치료지원 및 난임 치료에대한 의료비 지원의 확대에 합의했고 주택구입 시 융자도 늘려주기로 했다. 또 행복나눔기금(구성원 기본금 1% 기부)을 활용해 ‘협력업체 공동 근로복지기금’을 만들고 작업복 세탁 서비스를 ‘장애인 표준사업장’과 연계함으로써 장애인 고용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여기에다 행복협의회(가칭)를 구성해 ‘구성원 및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높이기위한 아젠다를 노사가 상시 논의키로 했다. 직원 복지와 사회공헌 활동에 적지않는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얼음에 박 밀듯 처리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 노사의 이같은 모범적인 협상 타결과정은 서로를 배려하는 ’선진 노사문화‘가 자리잡았기에 가능했다. 올해 단협에서도 노사는 과거의 ’밀고 당기기 식‘의 소모적 방식에서 벗어나 ’건설적 제안과 배려‘로 합의를 이끌어 내자는 내용의 ’단협 프레임 혁신에 먼저 합의했다. 내용보다 프레임을 먼저 합의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 사상 최단 기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낸 셈이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노조도 바뀌어야 한다”는 이정묵 노조위원장의 말은 노조원 전체의 뜻을 대변한다. 집행부가 합의한 잠정안이 언제나 70,80%를 넘는 높은 찬성률로 가결되는 이유다.

SK이노베이션의 노사문화가 산업계는 물론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 무엇보다 걸핏하면 치졸한 대립으로 공전에 공전을 거듭하는 국회가 배워야 할 일이다.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정말 바뀌지 않는 곳이 국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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