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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트럼프의 망언(妄言), 文대통령의 무언(無言)

“언짢지 않다. 그들(북한)은 정말로 보다 작은 미사일(smaller ones) 외에는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아왔다. (소형미사일은) 많은 이들이 실험하는 것이다.”

지난 2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평가다.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규정된 두 발, 사거리가 600㎞가 넘는 두 발이 발사됐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그저 ‘작은 미사일’로 치부했다. 북한과 1만3000㎞ 떨어진 미국의 트럼프에겐 그저 작은 실험에 불과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600㎞라면 대한민국 전역이 사정권이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다음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사일 발사를 지도하는 사진을 공개하고 “남(南)에 대한 경고”를 분명히 했다고 밝혔는데도, 트럼프에겐 그저 ‘남의 일’로 여겨지는 모양이다. 트럼프는 “미국에 대한 경고는 아니었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까지 했다. 의도는 뻔하다. 머릿속엔 온통 재선에 대한 생각 뿐인 그는 북한과의 관계가 틀어져 북미정상회담은 물론 남북미 판문점 회동 등으로 얻는 점수를 까먹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재선만을 향해 달리다보니 동맹국인 한국, 나아가 세계안보가 위협을 받고 있는데도 ‘김정은 달래기’에만 신경쓰고 있는 것이다. 북한 미사일이 별게 아니라는 ‘망언(妄言)’을 쏟아낸 채 말이다.

더 큰 문제는 청와대다. 이번 북한의 도발에 대해 청와대는 지난 5월 4일과 9일에 발사된 미사일과 달리 신속하게 ‘탄도미사일’로 규정했지만, 북한에 대한 경고없이 침묵을 유지 중이다. 북한이 분명 우리측에 대한 경고메시지를 분명히 했는데도, 그냥 지나치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심지어 “북한의 (남측에 대한 경고를 담은) 담화문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나왔기에 입장을 내기가 어렵다”고까지 했다. 북한 당국이 공식 경고를 냈으면 청와대가 입장을 내야하지만, 통신을 통해 나왔고 북한의 공식 입장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정말로 궤변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이 남한 전체를 사정권에 둔 미사일을 발사하고, 남측에 대해 섬뜩한 경고를 했는데도 이것이 ‘대응하기 곤란한’ 일이라는 말은 아연실색할 일이다.

북미대화의 끈을 이어가고, 최종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해선 북한을 너무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중을 모르지는 않지만,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미사일 도발에 경고음 조차 던지지 못하고 있는 청와대의 저자세는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북한 미사일 발사와 도발에 대해선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청와대의 이같은 저자세에 대해 “안보 스톡홀름 증후군에 빠져 있다”고 했다. 인질이 인질범에게 동화 혹은 동조하는 비합리적인 현상을 뜻하는 범죄용어인 ‘스톡홀름 증후군’이라는 극한 단어를 동원해 청와대와 문 대통령을 비판한 것은 야당 원내대표의 품격에는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나다르크’를 표방한 나 원내대표의 최근 거친 언사를 보면 일각에선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오죽하면 이런 표현까지 나왔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완성해야 하긴 하지만, 국민생명 위협 앞에선 단호하게 대응하는 청와대가 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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