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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칼럼-문정업 대신경제연구소 대표]기업지배구조보고서 분석해보니

올해 처음으로 상장기업(자산 2조원이상)의 지배구조보고 공시가 의무화됐다. 지난 6월3일 공시가 완료된 170개사의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엔 지배구조에 관한 10대 핵심원칙과 관련된 15개 핵심지표의 준수여부가 ‘○, X’로 표시돼 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15개 지표의 준수여부를 수치화(이행률)해 평가했는데, 그 결과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우리나라 상장기업이 자발적으로 밝힌 기업지배구조 수준과 이미 알려진 평가기관의 평가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아시아지배구조협회(ACGA)가 발표한 2018년 한국기업의 지배구조순위가 아시아 국가 중 하위권(46점으로, 9위, 12개국 평균 52점)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과 상통한다.

하지만 평가부문별로 보면 차이가 있다. 170개사의 15개 핵심지표 평균 이행률이 54%이지만 부문별로는 주주(4개지표)부문은 29%, 이사회(6개지표)부문은 56%, 감사기구(5개지표)부문은 70%로 나타났다. 대기업 집단별로 보면 전체 평균 이행률이 높은 그룹은 두산(67%, 5사 공시), SK(66%, 5사), 삼성(63%, 10사), LG(62%, 9사)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두산그룹은 감사기구 부문에서의 이행률이 높아 그룹 평균 이행률을 끌어 올렸다. 오히려 부문별로 고르게 높은 점수를 받은 SK그룹이 1위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최근 SK그룹이 사회적가치를 창출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4대그룹 중 현대차그룹은 이사회부문에서의 낮은 이행률(29%) 때문에 그룹 평균 이행률을 떨어뜨렸는데, 대표이사와 이사회의장을 분리 선임하는 등 이사회 구성과 운영을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여타 현대산업개발, LS, 현대백화점 등의 그룹은 주주부문의 이행률이 평균치보다 낮아 향후 소수주주권 보호 측면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특히 LS그룹은 이사회부문 이행률도 대기업집단평균치보다 낮아 이사회 구성 및 운영 측면에서 개선해야 할 부문이 있다. 또한 현대중공업과 한화그룹은 감사기구부문에서 평균을 밑돌아 내부감사에 대한 독립성과 전문성, 운영의 효율성 측면을 보완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한편, SK텔레콤과 POSCO가 15개 핵심 지표 전부문에 걸쳐 모두 준수하고 있다고 밝힌 것을 비롯, 이행률 상위 20개사를 보면, 총수가 없는 기업(9개사)이 많이 포함돼 있다. 이들 기업은 예전의 공기업 성격이 남아 있어 이사회 및 감사기구부문에서 조직 및 규정 등이 잘 완비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POSCO그룹 계열사를 제외한 이들 기업의 주주부문 이행률은 평균치를 하회하여 나타났다. 한전, KT,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등의 주가지표 PBR이 경쟁사 대비 낮게 평가되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향후 주주권리 보호를 위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대주주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높은 기업의 지표이행률이 낮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향후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기업들은 대주주 지배력 강화를 위한 지분소유구조 재편에 몰입하기보다는, 이사회 및 감사기구가 투명하고 제 기능대로 작동되도록 지배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말해준다.

15개 지표로 기업지배구조를 평가한다는 게 완벽하다고 볼 수 없다. 또 단순히 조직(기구)구성이나 제도도입 여부를 묻는 수준에서 벗어나 기업내 기구 운영의 효율성 등을 측정하는 항목도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사상 처음으로 기업 스스로가 지배구조 관련 핵심지표의 이행여부를 밝혔다는 점, 그 이행여부를 수치화해 상대 비교해보는 건 의미가 있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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