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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승진 “사인 요청 팬 무시하는 한국 농구선수들, 콧대 너무 높아”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동영상
“팬 없으면 프로스포츠 존재못해”
“한국 농구, 이렇게 가면 망한다”
‘쓴소리’에 조회 수 40만회 육박
지난 5월 현역에서 은퇴한 뒤 유튜버로 활약 중인 하승진이 지난 2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동영상. 올해 초까지 프로농구 전주KCC에서만 내리 아홉 시즌을 뛰었던 하승진은 해당 동영상을 통해 한국 농구계와 현역 선수들에게 쓴소리를 던졌다. [하승진 유튜브 캡처]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 지난 5월 현역에서 은퇴하고 유튜버로 활약 중인 하승진(34)이 한국 농구계와 현역 선수들을 향해 작심하고 쓴소리를 던졌다. 특히 한때 동료였던 프로농구 선수들에게 적극적인 팬 서비스를 주문했다. 그는 “팬이 없으면 프로 스포츠가 존재할 수 없다”며 “사진이나 사인을 요청하는 팬을 무시하는 한국 농구 선수들은 콧대가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하승진은 지난 22일 오전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하승진’에 ‘한국 농구가 망해 가는 이유’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렸다. 이 동영상에서 하승진은 “프로 스포츠에 가장 기본적으로 있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냐”며 “프로 스포츠는 관중, 팬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아무도 보지 않는 것이 무슨 프로(스포츠)냐”며 “무조건 팬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승진은 올해 초까지 함께 뛰었던 프로농구 동료 선수들을 비판했다. 그는 “우리나라 선수들 보면 콧대가 너무 높다”며 “예를 들어 팬들이 ‘사진 찍어 주세요’, ‘사인해 주세요’라고 하면 대부분 귀찮아하거나 심하면 아랫사람 보듯 무시하며 쳐내기까지 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이어 “경기에 지면 사인 안해 주고 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면서도 “그러면 절대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하승진은 자신이 팬 서비스를 열심히 하게 됐던 계기가 된 일화를 하나 소개했다. 그는 “언젠가 제주도에 놀러 갔을 때, 너무 팬이었던 연예인을 보게 됐다”며 “‘가서 사진 한번 찍어 달라고 할까. 아니면 사인 좀 해 달라 그럴까’ 하며 고민을 무척 많이 했다. 하지만 용기가 안 났다”고 회상했다.

이어 “‘(사인 등을 요청)하러 갔다가 저 사람이 거절하면 어떡하지’ 하고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용기 내서 ‘악수라도 한번 하러 가자’고 하고 다가갔다”며 “‘○○씨, 저 너무 팬이에요. 악수 한 번만 해 주세요’ 했더니 흔쾌히 악수를 해 주더라”고 덧붙였다.

하승진은 “기분이 매우 좋았다. (내가)용기를 낸 것에 대해 (해당 연예인이)반응을 해 준 것 때문이었다”며 자신이 팬 서비스를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를 그때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사진 찍어 달라, 악수해 달라, 사인해 달라…. 이렇게 오는 팬이 나나 현역 선수들에게는 일상일 수 있지만 그렇게 (요청하러)오는 한 명 한 명은 굉장한 용기를 내 다가온 거구나’ 하고 역지사지로 생각하게 됐다”며 “이후 웬만하면 다 악수해 주고, 사진 찍어 주고, 사인해 주고…. 거의 다 해 주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하승진은 현역 선수들에 대한 고언을 잊지 않았다. 그는 “지금 뛰는 선수들도 그런 것을 거절해서 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팬들에 대한 고마움, 소중함(을 생각하면 그들은)절대 우리가 하대할(수 있는)그런 사람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들은 우리의 ‘공연’을 보러 오는 관중들”이라며 “감사하고 고마워하며 다 받아들여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하승진은 현역 시절 성실한 팬 서비스로 유명했다. 프로농구 2년차 때였던 2009~2010 시즌에는 올스타전 전초전인 ‘루키팀’과 경기에 ‘소포모어팀’ 일원으로 출전, 관중들에게 즐거움을 주겠다는 의도로 상대 선수의 이마에 공을 툭 던진 뒤 튀어나오는 공을 레이업슛으로 연결하는 ‘묘기’를 선보이다 부상을 당해 정작 올스타전 본 경기에는 나서지 못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하승진은 해당 동영상에서 “한국 농구는 선수가 봐도 재미가 없다”며 권위적인 지도자와 강제 훈련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프로농구 구단 연고지가 전국에 고르게 퍼지지 못하고 수도권에 집중된 현실도 꼬집었다. 아울러 국가대표에 차출돼도 얼마 안 되는 지원금과 곰팡이가 핀 대표팀 유니폼을 받고 뛰어야 하는 대한농구협회의 부실한 지원에 대해서도 일갈했다.

마지막으로 하승진은 “이 동영상을 본 농구인들은 (내가 이야기한 것에 대해)다들 절감했을 것이다. 한국 농구가 지금 위기”라며 “팬들에게 재미있는 농구를 보여 주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했다.

하승진은 재미있는 농구를 위해 ▷경기하는 선수들이 즐거워야 하고 ▷선수들이 즐겁기 위해 농구하기 즐거운 환경이 필요하고 ▷즐거운 환경과 함께 농구계 주위 사람들이 도와 주면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이 농구를 보러 오게 될 것이라고 조언하며 동영상을 끝냈다.

역대 한국 최장신(221㎝) 센터였던 하승진은 2004년 연세대를 중퇴하고 미국 프로농구(NBA) 드래프트에 도전,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에 입단하며 프로에 데뷔했다. NBA 코트를 밟은 최초이자 현재까지 유일한 한국인이다. 2008년 한국 무대로 돌아온 그는 2008~2009 시즌 신인상을 수상하고 이후 아홉 시즌 동안 전주KCC에서 간판 선수로 활약했다. 2018~2019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지만, 전주KCC와 재계약이 불발되고 지난 5월 은퇴를 선언했다. 이달부터는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다.

해당 동영상은 23일 오후 2시 기준 조회 수가 38만회를 넘었다. 이 동영상을 보고 ‘좋아요’를 누른 네티즌 수는 1만6000여 명, 달린 댓글도 3900여 개나 된다. 대부분 댓글에는 ‘한국 농구에 꼰대가 많다. 특히 감독들’, ‘팬들을 귀찮아하고 하대하는 선수들이 많다’, ‘가려운 데를 속 시원하게 긁어 주는 당신이 젠틀맨’, ‘이것 보면 엽이 많이 찔리겠는데’ 등 하승진의 주장에 공감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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