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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엔날레’ 올해 못열면 내년에 하면 된다고?
2018년 현재 국내 비엔날레 15개
인력풀·콘텐츠 없이 행사 치르다
이름만 바꾸고 ‘3년마다’ 열거나
역량 부족 평가에 한 해 쉬기도
“지자체 간 역학관계서 쉽게 탄생
상황 바뀌면 흔들릴 수 밖에” 지적
2018평창동계올림픽 패럴림픽의 문화올림픽으로 열리며 20만명이 관람했던 제1회 강원국제비엔날레는 트리엔날레로 포지션을 바꾼다. 사진은 1회 비엔날레 전경. [예술경영지원센터·헤럴드DB·강원국제비엔날레 제공]
제 1회 제주비엔날레는 ‘투어리즘’을 주제로 제주도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제주시 원도심, 서귀포시 원도심, 그리고 알뜨르 비행장 일대에서 지난 2017년 9월 열렸다. 사진은 알뜨르 비행장 일대에 설치된 작품.[예술경영지원센터·헤럴드DB·강원국제비엔날레 제공]
2년마다 라는 뜻의 ‘비엔날레’라는 말이 무색하다. 첫 회만에 트리엔날레로 전향하는가 하면 일년을 쉬어가는 비엔날레도 있다. 예술감독 선임엔 잡음이 끼어든다. 15개 비엔날레 시대, 비엔날레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청주공예비엔날레. [예술경영지원센터·헤럴드DB·강원국제비엔날레 제공]

국내 비엔날레들이 위기다. ‘비엔날레(biennale·2년 마다)’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1회 만에 ‘트리엔날레(triennale·3년 마다)’로 바뀌는가 하면, 한 해를 쉬고 다음해부터 시작하겠다는 곳도 있다. 예술감독 선임에도 잡음이 인다. 빈약한 인력풀, 콘텐츠 등 소프트웨어가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예술을 지역 홍보 도구로 활용하는 정치적 결정이 가져온 필연적 결과로도 읽힌다.

2018 평창동계올림·패럴림픽의 문화올림픽 일환으로 개최한 강원국제비엔날레는 최근 3년제 미술제인 ‘강원국제트리엔날레’로 포지션을 바꿨다.

행사를 주최하는 강원문화재단(이사장 김성환)은 지난 2일 ‘강원국제예술제(구.강원국제비엔날레)의 새로운 도약’이라는 주제의 좌담회를 개최하고 ‘강원도 전역의 예술 공원화·관광화’라는 새로운 방안을 발표하면서 2년주기 비엔날레를 3년주기 18개 시 · 군 순회 행사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로써 강원국제예술제는 이름이 세 번 바뀌게 됐다. 2017년 올림픽을 1년 앞두고 ‘평창비엔날레’로 열렸던 것이 2018년 강원국제비엔날레로 이름을 바꿔 1회 행사를 치렀다. 이후 한 회만에 트리엔날레로 전향했다. 문화재단 측은 “올림픽 문화유산인 비엔날레의 방향성을 놓고 고민이 많았다”며 “3년 주기로 기한을 늘리고 지역연구를 강화한 미술제로 거듭 나겠다”고 밝혔다.

현재 강원문화재단은 트리엔날레를 끌어갈 예술감독을 공모중이다. 강원키즈트리엔날레(2020), 강원국제트리엔날레(2021), 예술공원화 사업 등을 총괄하는 자리로 오는 24일까지 지원을 받는다.

지난 2017년 제 1회 행사를 치른 제주비엔날레는 올해 행사를 내년으로 순연했다. 불과 몇 개월의 준비 끝에 치른 첫 비엔날레를 놓고 콘텐츠는 물론 운영 측면에서도 문제가 많았다는 지적이 내외부에서 비등한데다, 다시 행사를 치를 내부 역량도 부족하다는 평가 때문이다. 더구나 비엔날레 관계자가 업무상 배임 및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는 등 불미스러운 일까지 벌어졌다.

다음 행사를 준비해야 할 2018년엔 이같은 여러가지 상황으로 차질이 빚어졌고, 주관처인 제주도립미술관도 10월에야 신임 관장을 선임했다.

현재는 ‘제주비엔날레 자문 위원회 설치 및 운영 조례안’이 통과돼, 2020년 비엔날레를 개최를 위한 준비에 착수한 상태다. 예술감독 선임에 따른 인건비, 자료 조사비 등 명목으로 올해 예산은 4억원이 책정됐다.

제주특별자치도 관계자는 “2년마다 한 번씩 열려야 하는 ‘비엔날레’지만, 한 해를 미룬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졸속으로 치르는 것 보다 내부 역량을 키우고 조직을 정비하는 것이 더 절실했다. 내실 갖춘 미술제를 개최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국내 최대 공예제인 청주공예비엔날레는 올 초 기획위원회 위원장과 위원 등 2명이 예술감독 선임에 문제가 있다며, 동반 사퇴했다. 기획위원회는 예술감독 선임부터 비엔날레의 방향성을 정하는 등 행사 전반을 아우르는 최고 의결기구다.

지난해 11월 청주공예비엔날레는 예술감독을 공모했다. 그러나 심사 결과, 적합한 인물이 없어 ‘해당자 없음’으로 공고했다. 공모를 다시 진행하는 대신 기획위원들의 추천으로 감독을 선임하기로 했는데, 첫 공모에서 탈락한 후보자가 다시 추천됐고 결국 최종 선발됐다. 이에 일부 위원이 ‘자격이 없다며 선임하지 않은 사람을 추천으로 후보자격을 주고 다수결로 선임한 것은 불공정하다’며 위원직을 사퇴한 것이다.

공예비엔날레측은 “일부 위원이 사임한 건 맞지만, 감독선임 절차상의 문제는 없다”며 “위원들이 협의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몸살을 앓고 있는 지방 비엔날레에 대해 그 탄생부터 이같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었다고 본다.

심상용 서울대 미술대학 조소과 교수는 “자율·자생적 기반위에 탄생한 것이 아니라 다른 지자체와의 역학관계 속에서 쉽게 탄생한 비엔날레는 그 상황이 바뀌면 또 언제든 흔들릴 수 밖에 없다”며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예술생산자에 투자하며 지식을 축적했다면 비엔날레의 지형이 바뀌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현재 기준 국내 비엔날레는 15개에 달한다. 짝수해에는 9개가 홀수해에는 6개가 열린다. 거의 모든 지자체가 비엔날레를 개최하는 셈이다. 2018년 열린 비엔날레의 총 사업비는 약 232억 5300만원, 그 중 국고지원액은 52억 1000만원이다. 지자체 지원액은 배제한 숫자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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