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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검진·건강염려증이 우리 삶 더 병들게 한다?
조영검사로 유방암 사망 감소 증거없어
병원의 수익성 중시 ‘건강염려증’ 부채질

우리 몸·마음 통제할 수 있다는 건 환상
면역세포가 오히려 암세포 증식 조장
면역학자, 웰니스 산업 허상 집중 해부


“아무리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해도 모든 것을 통제할 수는 없다. 우리의 몸과 마음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내가 치명적 암을 확산시키는 심술궂은 대식세포에게서 배운 첫 번째 교훈이다. 몸, 좀 더 최신 용어로 말하자면 심신은 잘 돌아가는 기계가 아니어서 그것을 이루는 각 부분들은 전체의 유익을 위해 순순히 제 역할을 다하지 않는다.”(‘건강의 배신’에서)

100세 시대의 도래로 건강한 몸 관리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때 보다 높다. 건강한 식단, 적절한 운동, 긍정적 생각을 통해 면역을 높이면 누구나 무병장수할 수 있다고 여긴다. 그러나 최신 연구결과에 따르면, 면역세포, 대식세포는 오히려 종양의 성장과 확산을 조장한다. 학자들이 말하는 면역세포의 역설이다. 이는 우리가 우리 몸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을 깬다.

‘노동의 배신’을 비롯, ‘희망의 배신’ ‘긍정의 배신’ 등 기존 사회 구조와 고정관념에 균열을 내온 바버라 애런라이크가 자신의 본령으로 돌아왔다. 이번에 나온 ‘건강의 배신’은 세포면역학 박사인 애런라이크로선 지나칠 수 없는 주제임에 틀림없다.

면역학 전문가라면 당연히 면역을 높여 건강을 유지하는 비법 같은 걸 들려줄 거로 기대하게 마련이지만 애런라이크는 오히려 그 반대다. 예방검진을 피하고 의료화된 삶에서 벗어나라며, 건강과 관련된 웰니스 산업의 허상을 낱낱이 제시한다.

더 많은 검사와 검진으로 더 많은 이윤을 내는 게 목적인 민영의료시스템과 강박적인 건강염려증을 갖고 있는 일반 소비자의 요구가 맞아떨어져 삶을 고통과 무의미속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저자가 들려주는 건강검진과 검사, 건강 염려증의 폐해를 보자. 조사에 따르면, 21세기 초반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여성들이 받은 갑상선암 수술의 약 70~80퍼센트는 불필요했던 것으로 밝혀졌으며, 한국은 이 숫자가 90%에 이른다.

의료행위가 과학적 증거를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통념도 사실과 다르다. 국제적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기적 유방 조영 검사 덕분에 유방암 사망률이 현저히 감소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 검진에서 발견돼 의사들이 치료하는 건 종종 진행이 아주 느리거나 비활성 상태인 종양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유방조직검사는 그 자체로 암발병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립선암 검진인 PSA, 대장내시경도 마찬가지다. 대장내시경의 경우 비침습적이고 고통도 없는 분변잠혈검사보다 더 정확한 것도 아니다.

연례건강검진 역시 “근본적으로 무가치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허위양성판정에 따른 불필요한 검사나 수술 뿐 아니라 검진 당시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가 이후 몇 달 안에 치명적인 암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저자는 이런 의료화된 삶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인 대안활동들에도 주목한다.

저자는 예방의료를 거부하기로 한 다음 헬스클럽을 찾아 단단한 몸 만들기에 나서는데, 자신의 몸을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을 주는 운동이 일종의 노동, 도덕적 의무, 계층신호로 작용하는 이면을 경험적으로 살핀다.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마음챙김 광풍과 관련, 이름난 기업들이 이를 속속 도입하고 있는 현장도 소개한다. 그 중 애플을 비롯, 애트나 건강보험의 경우 3만4000명에게 12주짜리 마음챙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제너럴 밀스는 7주간 명상코스가 유명하다,

마음챙김의 과학적 근거는 있는 걸까? 논란이 있지만 2014년에 발표된 분석 결과에 따르면, 명상 프로그램은 스트레스 관련 증상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근육, 이완, 약물 치료, 심리 치료와 같은 다른 치료법 보다 더 효과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몸과 마음을 통제할 수 있다고 여기는 이런 일련의 활동의 기저에는 우리 몸이 ‘조화로운 기계’라는 기본 가정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들은 종종 반란을 일으킨다.

가령 미생물 침입자에 맞서 싸우는 ‘최전방 방어군’으로 여겨져온 대식세포는 손상된 세포를 먹어치우거나 종양을 공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암세포의 증식을 돕는다는 게 밝혀지면서 인간의 뒤통수를 쳤다. 대식세포는 무엇을 공격하고 내버려둘지를 스스로 결정하며, 최근의 연구들은 세포들이 마치 자유의지를 지닌 것처럼 해야 할 일을 결정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런 식은 바이러스나 원자같이 무생물로 알려진 물질에서도 나타난다. “면역체계는 사냥감을 찾는 미생물로부터 우리를 몇 번이고 구해 주지만, 치명적인 효과로 우리를 배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수명연장의 꿈이 실현된 현실에서 단순히 생명을 연장시키는 게 아닌 자유의지에 의해 자신의 몸을 결정하는 존엄하며 건강한 삶의 질을 강조한다. 그의 생활수칙은 단순하다. 병원 문을 두드리는 대신, 맛이 좋고 좋은 음식을 택해 먹고 운동하고 삶의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응급시엔 의료의 도움을 구한다.

“매월, 매일이 너무나 소중하기에 창문없는 대기실이나 삭막한 검사실에서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다”는 그의 얘기는 진정한 자아찾기, 웰다잉으로 마무리 되는데, 웰빙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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