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 규제가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하 방아쇠를 당겼다.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예상을 뒤집고 금리 인하를 한 발 앞서 단행한 것은 일본과 한국 간 갈등이 미칠 영향이 우리나라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일본 수출 규제가 확대되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반도체 부품 수급 차질이 예상되면서 D램 가격은 당장 오르기 시작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 장기화 되면 가격이 올라도 물건이 없어 못 팔게 돼 타격이 클 것 이라는 게 한은 판단이었다.

반도체를 넘어 자동차와 기계 부품까지 수출 제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우리나라 경제는 지난 4월 전망 때보다 훨씬 어두워졌다. 한은 금통위원 중 한명은 "일본과 수출 갈등과 미중 갈등이 최악으로 치달으면 연말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대 후반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과 한국간 갈등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흘러간다면 기준금리를 한차례 더 내릴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다. 시장 예상보다 한 달 빠른 7월에 인하를 단행하면서 남은 8월ㆍ10월ㆍ11월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통위에서 추가 인하할 여지도 남겨놓게 됐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서도 "금리인하로 정책 여력이 줄긴 했지만 아직 (추가 인하할) 여력은 남아있다"고 밝혔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본 수출 제한이 다른 산업으로 확대 또는 장기화할 경우 올해 최대 2번 금리인하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과 무역 분쟁으로 내년 성장률은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일본에서 부품을 공급받지 못하면 반도체 재고량이 소진된 이후인 내년 경제성장률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일본 수출 규제 여파를 최소화 하겠다며 금리를 내렸지만 어느정도 경기 부양 효과를 낼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리가 낮아지면 가계나 기업은 이자부담이 줄어 소비와 투자를 늘린다는 것이 교과서적인 이론이다. 그러나 최근 상황들은 보면 금리를 낮춘다고 해도 기업들이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는 "현재 투자 부진의 본질은 대내외 정치적 문제와 그로 인해 투자를 할 시점이냐 아니냐를 따지기 힘든 불확실성에 있다"며 "금리를 내렸지만 앞으로 1년 간 어떤 경로를 거쳐 경기 하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민간 전문가들도 금리 인하시 기업 투자는 미지수라는 데 공감했다.

박종훈 SC제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전무)는 "민간기업들이 투자를 안하는 건 정치적 이슈 때문이기 때문에 금리를 내려도 투자가 살아날지는 불확실하다"며 "다만 주식시장이 살아나고 소비를 진작시킬수는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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