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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타깝고 우려되지만… “한일갈등 한 쪽 편만 들지 않겠다”는 美
-방미 마친 정부 고위당국자 “美, 한일 갈등 안타까움ㆍ큰 우려 반응”
-“한일 경제전쟁 속 ‘제3자’이득 보는 상황 美도 매우 주목”
-美, 한일 간 ‘재판관’ 역할 대신 외교채널 통해 ‘적극 관여’필요성 시사
-스틸웰 해법도 관여에 초점…“여건은 조성됐다”
데이비드 스틸웰 신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16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윤현종 기자] 17일부터 방한 일정을 본격화 하는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전날 저녁 입국 직후 고조되는 한일갈등과 관련해 “생각해보고 말하겠다”고 밝혔다. 발언은 짧았지만 의미는 얕지 않다.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로 불붙은 한일관계 악화를 마주한 미국의 ‘고심’을 대변하고 있어서다.

최근 미 백악관과 국무부 고위인사를 두루 접견하고 온 정부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미국 측은 한일 간 대치상태를 안타까워 하면서도 우려하고 있다. 그렇다고 갈등 해소를 위해 어느 한 쪽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줄 생각도 없어 보인다. 대신 한국과 일본 모두 ‘윈윈’하는 국면을 외교적 수단으로 풀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즉, 적극적인 ‘관여(인게이지·engage)’다.

▶美‘안타까움·우려’의 이유는=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번 한일 갈등과 관련해 “미국 측의 안타깝다는 반응이 있었다”고 전했다. 강제징용 판결 등으로 촉발된 갈등을 한일 양국끼리 잘 협의하면 좋지 않았겠냐는 취지였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 측이 강제징용 배상규모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 대표단이 피해자 수를 약 1500명으로 추산하고 1인당 배상액 1억 원을 정했을 때 합계 1500억 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하자, 미국 측 인사들이 “놀라워했다”고 말했다. 미 측은 ‘1500억 원이면 한국의 대일 무역수지 적자 이틀 치 가량에 해당하는 돈인데, 한일 양국 기업 의지만 있으면 해결할 수 있는 규모 아니냐’고 미 측이 반응 했다고 이 당국자는 밝혔다.

그러나 미국은 ‘안타까움’ 만큼이나 이번 한일갈등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정부 당국자는 전했다.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무역보복 등 ‘경제전쟁’으로 번질 경우 양측 모두 압도적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 미 측이 공감했다고 한다. 또 미국은 한일 양국의 이러한 상황으로 ‘제3자’가 어부지리 식 이득을 보는 상황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 “매우 주목했다”고 이 당국자는 말했다.

기자들이 ‘제3자는 중국을 가리키는 것인가’라고 묻자 당국자는 즉답을 피하면서도 “중국은 현재 ‘반도체 굴기’를 목표로 2025년까지 반도체 소비량 70%를 자체조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일 갈등때문에 세계 반도체 시장의 전체 생태계가 흐트러지면 한·일은 물론 미국 IT산업에도 결코 이로울 것이 없다는 점에 미 측이 동의하고 있다”며 중국이 한미일이 보는 손해만큼의 이득을 취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스틸웰의 해법, 중재 대신 ‘관여’에 초점 둘 듯=당국자는 현재 한일관계가 더 나빠지면 안된다는 점에 미국 정부도 적극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합당한 역할이 있는지 검토해보겠단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당국자는 그렇다고 미국이 ‘중재역할’을 거론하진 않았다고 했다. 그는 “미국 측의 솔직한 의견개진이 있었다”며 “한국과 일본 모두 미국에 아주 가까운 맹방이기에 한 쪽 편을 들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국자는 본인이 접촉한 미국 측 인사 대부분이 ‘인게이지(관여·engage)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고 전했다. 이는 국제정치 분야에서 주로 쓰이는 전문용어다. 자국의 입장을 외교적 방식으로 타국에게 투사하는 행위를 말한다. 한미일 3각공조를 중시하는 미국이 ‘동맹중시’라는 입장을 한국과 일본 모두에게 외교채널로 강조하면서 양국 간 화해를 적극 독려하겠다는 의미다.

미국이 해결방식으로 ‘관여’를 거론한 데 대해 당국자는 “중재라는 표현의 인식차가 좀 있다”며 “중재(arbitration)란 단어를 쓰면, 그 결과에 대한 구속성이 좀 강하다”고 보충했다. 어느 한쪽의 손 들어주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중재’의 의미가 전적으로 적용되는 상사중재원 등에선 실질적인 ‘판결’이 내려진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고정된 재판관 역할을 하진 않겠단 뜻이다. 스틸웰 차관보와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 등이 최근 “(한일 사이를) 중재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이 당국자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17일 방한 일정을 소화하는 스틸웰 차관보도 한일 갈등에 적극 ‘관여’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 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당국자는 어떤 방식으로 관여하게 될 지에 대해선말을 아끼면서도 “미국이 관여할 수 있는 여건은 이미 조성됐다고 본다”며 스틸웰 차관보의 방한 메시지에 주목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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