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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 규제 과잉 입법]대기업, 평소 어느 정도 대비…중기, 갑작스런 사내교육 ‘당혹’
‘괴롭힘 방지법’ 시행 첫날 기업들 표정

시행 사실 자체 인식율 5명 중 3명에 그쳐
법시행 맞춰 취업규칙 개정은 절반에 불과
관행상 해오던 업무독려 괴롭힘 될까 우려



#“이전부터 조직문화 캠페인을 많이했다. 폭언하지 말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고, 성희롱 예방, 건전한 음주 문화 등등 이런 내용들이 다 괴롭힘과도 이어져서 법이 시행되더라도 크게 바뀌는 풍경은 없을 것 같다”(44세, 전자업계 18년차, 부장급)

#“직원들이 언행이나 행동 등을 할 때 확실히 신중해질 것 같다. 예를 들면, 직장 상사들의 불합리한 요구나 비도덕적인 언행 등의 급격한 감소 등등. 우려되는 것은 영리한 직원들이 법을 빌미삼아 자신의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사소한 것들까지 꼬투리를 삼아 상사의 징계를 요구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서로 눈치보느라 사내 분위기는 더 사무적으로 변하고 경직될 수도 있겠다”(35세, 제조업 11년차, 과장급)

#“피해자의 진술에 따른 해석, 주관적인 판단으로 피신고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고, 공사 구분이 확실해지면서 회사 내 생활이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 외부에서도 문제제기가 가능해 내부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33세, 중소기업 5년차, 대리급)

개정된 근로기준법 일명 ‘괴롭힘 방지법’이 16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일선 기업에서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주로 조직 내 상하 관계에서 비롯된 ‘괴롭힘’ 관행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만 당장 시행 자체에 대한 인식도 절반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 근본적으로 인식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제도적으로 보완할 부분이 많다는 것이 시행 첫날 직장인들의 반응이다.

16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괴롭힘 방지법’에 대해 직장인 128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46) ‘괴롭힘 방지법’에 대해 ‘해당법안 시행에 대해 알고 있나’는 질문에 직장인의 61%가 ‘아니다’고,나머지 39%만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직장인 5명 중 2명꼴로는 모르고 있는 셈이다.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괴롭힘 방지법’이 16일부터 시행되지만 취업규칙을 개정한 기업은 절반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각 사업장은 16일 이전까지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대응방안 마련 등을 위해 취업규칙 개정의 의무가 있다.

재직 중인 사업장에서 법안 시행을 앞두고 대비 중인지 묻자 응답한 인사담당자의 53%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나머지 절반 중 36%는 ‘아니다’, 11%는 ‘모른다’를 선택했다. 법안시행이 시작됐음에도 기업들 준비도는 낮았다.

기업규모별로는 ‘재직 중인 기업에서 괴롭힘 방지법 시행을 앞두고 구체적으로 대비 중인’ 기업에 대해 교차분석한 결과, ‘대기업’이 39%로 가장 높았고 ‘중견기업’ 22%, ‘중소기업’ 13%, ‘영세기업’ 4% 순으로 확인됐다.

응답한 기업들에서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직원 대상 사내교육’(45%)이 1위에 꼽혀 사내 안내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대기업을 중심으로 평소 직원들을 상대로 각종 사내 교육을 실시해 온 반면, 중소기업들은 시행을 앞두고 갑자기 사내 교육을 진행하는 등 기업 일선에서는 혼선도 빚어졌다.

중소 IT업계에 종사하는 김모(42)씨는 “지난주 갑자기 노무사를 불러 직원들 상대로 교육을 실시했다”며 “법 시행에 닥쳐서 실시하는 일회성 교육으로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의 이모(40)씨는 “회사에서 관행상 해오던 업무 독려가 이제는 괴롭힘으로 비칠까 우려된다”며 “선배 뿐만 아니라 후배들과도 관계 형성에 조심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며 법 시행에 당혹감을 표현했다.

무엇보다 법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인크루트 조사 결과, 법 시행에 반대하는 이유로 ‘괴롭힘에 적정범위란 있을 수 없음’(34%)이 가장 많았고, ‘취업규칙 표준안에 명시된 일부 항목만으로는 천태만상인 갑질 행태를 막기는 역부족’(22%)이라고 꼽았다. ‘갑질을 신고한다 한들 제대로 된 처벌, 조치를 기대하기 힘든 구조’(21%) 등도 꼽혔다.

이태형 기자/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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