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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강태은 프렌닥터연세내과 비만클리닉 부원장]아빠 엄마 방학생활 가이드
“방학 동안 수학의 기초를 잡아야 하는데 애는 공부에 관심도 없고. 일단 빡센 학원에 붙잡아두면 배우는게 있지 않을까요?” 대한민국 성적공화국에 사는 부모들은 그동안 꿈꿔왔던 자녀에 대한 모든 바람을 일관성 있게‘ 성적 상승’으로 편집하고 공부에 큰 뜻을 품지 못한 자식을 바라보며 애가 탄다“. 과연 이 녀석은 나중에 뭐가 될까?” 하지만 이런 고민을 해 본 적이 있는가“. 나는 내 아이에게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할까!”

우린 제대로 된 부모교육을 한 번도 받지 못한 채 매 순간 초보 부모의 삶을 거듭하며 산다. 필자도 그랬다. 28세 어느 날 4mm의 아이가 초음파로 관찰되었고 금세 배가 부풀더니 10개월이 지나 아들을 출산했다. 나도 어린데 더 어린 녀석이“ 엄마”라고 칭얼대면서 난 엄마가 되었다. 이후 작디작은 내 자식 몸에 붉은 반점이 생길 때, 유치원 버스에서 길을 잃었을 때, 화장실 문을 열다 친구 앞니에 금이 갔을 때, 그리고 입시의 좌절로 눈물을 감출 때, 난 한 번도 배워본 적없는 초보 엄마의 모습으로 아들 앞에 서야만 했다.

‘내가 존경하는 현자들은 이때 어떻게 행동할까?‘’, 어떤 언행이 아이의 미래에 도움이 될까?’ 아들의 인생 서막에서 머뭇거리는 길잡이 조연을 맡아온 지 어언 21년, 이젠 제법 지혜의 눈으로 행복을 연마하는 부모가 되어간다. 지금 21세의 아들은 내 인생의 멋진 친구다. 고민에 빠진 엄마에게 문제의 본질을 깨우쳐주고, 꼬리를 무는 토론을 벌일 땐 정답에 급급한 아빠에게 인내심을 코칭한다.

필자는 부모들에게 감히 조언한다. 우리가 집착하는‘ 1등급, 서울대’가 행복의 본질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이에 자녀의 거친 호흡을 어루만지며 한발짝 다가가 행복의 DNA를 심어줄 부모님을 위한‘ 방학 생활 가이드’를 제안해본다.

첫째, 자식은 내 몸을 통해서 나왔을 뿐 내 소유물이 아님을 기억하고 자녀 인생을 내 맘대로 편집하는 고집을 버려라“. 부모님은 내 성적을 모임의 자랑거리로 이용할 뿐 내게 관심이있을까요?” 한 우등생의 눈물이 기억난다“. 5년 후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서로의 미래를 응원하며 자녀의 가슴에도 설렘의 창을 열어주길 바란다.

둘째, 과잉보호를 피하라. 넘치고 넘치는 부모의 사랑도 자녀를 위해선 완급조절이 필요하다.“ 넌 잘 될 거야.” 믿어주고 기다려주되, 자녀가 원할 때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희생의 20년, 애써 잘해주고 상처받았다는 엄마들의 하소연에 마음이 아프다.

셋째, 지적은 삼가하고 스스로 깨닫게 하라. 부모의 지적에“ 아빠 말씀이 맞아요. 잘못했습니다. 당장 고칠게요.” 이런 반응을 보이는 자녀가 있을까? 지적할수록 자녀는 자신을 방어하며 부모에게서 멀어진다. 필자는 며칠을 침묵한 후“ 엄마 친구가 딸의 잘못을 고쳐주려고 고민하네. 어떤 조언을 주는 게 좋을까?” 아들에게 물으며 비슷한 행동을 한 자신을 깨닫게 한다.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힘은 위기를 이기고 회복할 줄 아는 삶의 비결이 아니던가.

넷째, 함께 식사하며 많이 대화하라. 식욕이 충족되면 마음의 문을 열고, 젓가락이 부딪칠 때 웃음이 싹튼다. 단 대화의 시작을‘ 공부’로 이끈다면 당신은 퇴장. 공부를 제외한 모든 것이 애들은 흥미롭다. 필자는 이때 숨겨둔 세뱃돈에 이자를 더하는 저축의 원리를 알려주었고, 영화 속 악역을 논하며 바른 인성에 대해 의견을물었다. 이것이‘ 토론’이다. 토론문화는 생각의 힘을 키우고, 가족 행복에 강력한 자산이 된다.

다섯째, 함께 요리하라. 청소년기 요리습관은 일탈 행위를 줄여준다는 연구가 있다. 양파의 맛, 마늘의 향, 해산물의 질감을 경험하며 가공된 맛을 멀리하고 안정된 체력과 뇌력을 키우는 탁월한 훈련이 된다. 성공을 지도하는 아빠는 참 멋지다. 하지만 작고 초라했던 그 어느 날“내 딸이 최고야.” 말하며 따뜻하게 안아주던 아빠의 기억이 험난한 인생길을 버티는 힘이 아니었던가. 엄마도네 엄마가 처음이었음을, 아빠도 완벽하지 않았음을 고백하며 감동과 웃음으로 행복의 밀도를 더하는 멋진 방학을 기원한다.

강태은 프렌닥터연세내과 비만클리닉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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