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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원순 중남미 순방 ‘도시재생·교통’에 방점
- 해발 3094m 빈민촌에 설치 케이블카 시찰
- 버스-케이블카 무료환승…이동편의+교통비 ↓
- 콜롬비아 대중교통 사례 통해 정책 아이디어 모색
- “교통은 도시재생에 꼭 필요…시민 삶 나아질 것”

[헤럴드경제(콜롬비아 메데진·보고타시티)=이진용 기자] 박원순 시장이 중남미 순방중 찾아가는 현장을 따라가 보면 교통과 도시재생이 연관된 곳이 대부분이다. 재개발 대신 도시재생을 도입하고 도시재생사업을 펼쳐오고 있는 박 시장의 관심사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과연 박원순 시장은 이번 중남미 순방에서 어떤 도시재생 현장과 교통혁신지역을 방문했고, 서울시와의 접점을 찾았을까?

박 시장은 해발 2000m에 위치한 산동네 마을이 신 교통수단인 케이블카를 통해 도시재생 혁신의 아이콘으로 탈바꿈시켜 ‘리콴유 세계도시상’을 수상한 콜롬비아 메데진시의 산토도밍고 지역을 방문했다. 메데진 북동쪽 고지대에 위치한 산토도밍고 지역이 도시재생 혁신의 아이콘이 된 것은 메데진 도심과 이 지역을 케이블카로 연결한 ‘메트로케이블(Metrocable de Medellín) 시스템’을 비롯한 각종 도시재생 앵커시설 을 구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콜롬비아 보고타 남부 시유다드 볼리바르에 대중교통 수단으로 설치된 케이블카인 ‘트랜스미케이블’를 타보고 있다. [서울시 제공]

산토도밍고 지역은 고지대에 위치한 빈민촌으로, 오랫동안 도심과 분리돼 슬럼가를 형성하며 범죄온상으로 유명했다. 이에 메데진시는 세계 최초로 케이블카를 대중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9.37km, 6개 라인에 이르는 ‘메데진 케이블 시스템’을 2004년 설치해 도심으로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지하철과도 연결된 메데진 케이블이 설치되면서 고지대 주민들은 쉽게 도심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됐으며, 이곳에 경찰서와 주택, 공공 공간 등을 조성했다. 케이블카가 사회통합의 중요한 수단이 된 것.

여기에 지역 공동체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모라비아 문화발전센터(El Centro de Desarrollo Cultural de Moravia)가 들어서면서 부터 산토도밍고 지역의 도시재생은 본격화됐다. 모라비아 문화발전센터는 다양한 시민들의 만남과 소통의 공간이자 문화·예술·교육·전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가난한 지역 중 하나 인 모라비아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또 하나의 중요한 생활SOC 시설이다. 또 근처에 위치한 모라비아 힐은 지금은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으로 조성된 쓰레기 매립장을 공원으로 만들어 주민 휴식공간으로 만들었다.

박원순 시장이 콜롬비아 보고타시 ‘모라비아 문화발전센터’를 방문, 메데진시 도시재생을 지휘한 전 총괄건축가 알레한드로 에체베리로부터 모라비아 지역 도시재생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있다. [서울시 제공]

뿐만 아니라, 라틴아메리카 최대의 민물 수족관이 있는 ‘엑스플로라 전시관(Parque Explora)’을 조성해 일자리 제공뿐아니라 관광명소로 만들어 지역 발전 거점을 만들었다.

삼양동에서 한 달 살이를 하면서 저층 주거지의 거주 주민들의 불편을 몸으로 느꼈던 박원순 시장은, ‘빈집활용 도시재생 프로젝트’, ‘골목길 재생’, ‘10분 동네 생활SOC 확충’, ‘구릉지에 신개념 교통수단 도입’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메데진에서 지하철과 연결시킨 케이블과 문화와 교육 관련 앵커시설 등을 통한 생활SOC 확충을 통해 도시재생으로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온 메데진시의 사례와 맥이 닿아있는 것.

이에 따라 서울시는 메데진시에서 저층 노후 주거지의 부족한 생활SOC를 어떻게 확충했는지, 도심에서 고지대로의 접근성을 어떻게 높였는지, 지역 내 주민 갈등을 어떻게 조정하고 있는지, 시민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등을 현장에서 직접 살펴보고 서울시의 노후 저층주거지 도시재생 정책 아이디어를 모색, 서울시의 정책에 접목할 부분이 없는지 살펴봤다. 또한 산토도밍고 지역을 안내해준, 메데진시 도시재생을 지휘한 전(前) 총괄건축가 알레한드로 에체베리(Alejandro Echevarri)와의 오찬을 통해 조금 더 심층적으로 메데진시 도시재생 추진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보고타시로 넘어온 박 시장은 해발 3094m 고지대(종점기준)에 위치한 보고타 남부 시유다드 볼리바르(Ciudad Bolivar)에 대중교통 수단으로 설치된 케이블카인 ‘트랜스미케이블(Transmicable)’을 직접 탑승하고 서울 달동네에 어떻게 도입할지 구상했다.

이 지역은 60년대부터 이어진 내전 난민들이 모여 사는 보고타시 최빈민가로 마을에서 간선버스 정류장까지 60분을 넘게 가야할 정도로 교통이 열악했지만 ‘트랜스미케이블’이 개통하면서 이동시간이 15분으로 대폭 단축돼 주민들의 이동편의가 크게 개선됐다.

특히, 보고타시의 핵심 대중교통 수단인 간선버스와 케이블카 간 무료 환승이 가능해 이 지역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저소득 주민들의 교통비 부담을 낮춘 것이 큰 호평을 받고 있다. 이 무료 환승시스템은 지난 2011년 서울시 교통카드 시스템이 보고타로 수출되면서 구축된 것으로, 오늘날 보고타의 혁신적인 대중교통 시스템의 토대가 됐다.

박 시장은 지난해 삼양동 한 달 생활 이후 발표한 ‘지역균형발전 정책구상’을 통해 오르막이나 구릉지대 지역 주민을 위한 신(新) 교통수단 도입 계획을 밝히고 시범사업을 준비 중인 가운데, 앞서 방문한 메데진과 보고타의 다양한 대중교통 사례를 통해 정책 아이디어를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또 박원순 시장은 전세계에서 가장 긴 차 없는 거리인 콜롬비아 보고타의 ‘시클로비아(Ciclovia)’ 현장에서 차량·보행자와 분리된 자전거만을 위한 별도의 전용도로를 구축해 서울을 사통팔달로 연결하는 ‘서울형 자전거 하이웨이(CRT, Cycle Rapid Transportation)’ 구상안을 발표했다.

CRT는 기본적으로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 시내 자동차 진입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자전거가 차량과 분리돼 빠르고 안전하며 쾌적하게 달릴 수 있는 자전거만의 전용도로 시설물을 설치한다는 구상이다.

한편 박원순 시장은 멕시코시티에서는 서울형 도시재생 ‘서울형 도시재생’ 전수에 나섰다. 박시장은 멕시코시티 건축가협회 강당에서 열린 ‘서울-멕시코시티 지속가능한 도시포럼’에서 ‘사람 중심의 서울형 도시재생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어 멕시코시티에서 학교밖 청소년과 어린이, 주민들이 체육·문화·기술을 배우는 사회혁신센터 ‘필라레스’를 방문해 지역사회의 소통을 통한 도시 재생현장을 살펴 보기도 했다.

박 시장은 “멕시코와 콜롬비아의 사례를 보면 도시재생에 꼭 필요한 것은 교통이며 교통망이 확충되면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도시 발전 정책이 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며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각종 도시재생 정책과 유사한 점이 많은 만큼 이번 중남미 순방에서 발굴한 도시재생 사례를 벤치마킹해 서울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는 사람 중심 도시재생 정책을 펼쳐가겠다”고 말했다.

jycaf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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