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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견 패션기업, 불황에 구조조정 ‘칼바람’
-주요 중견 패션기업 지난해 매출 역성장…부진의 늪
-유통 구조 다변화·경기 침체·해외 브랜드 강세로 변화에 뒤처져
-형지·신원 등 과감한 조직개편·구조조정으로 돌파구 마련
패션그룹형지 본사 [형지 공식 홈페이지]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패션그룹형지는 최근 조직 개편과 인원 감축 등 구조조정에 나섰다. ‘샤트렌’, ‘크로커다일레이디’, ‘올리비아하슬러’ 등 여성복 브랜드별로 존재하던 영업기획본부를 없애고 영업본부로 통합했다. 이에 따라 개별적으로 운영되던 3개 브랜드는 하나의 영업본부, 상품기획본부, 구매생산본부로 편입됐다. 아울러 형지는 여성복 브랜드를 총괄할 상품기획본부장으로 정창근 삼성물산 패션부문 상무를 영입했다. 기존에 각 브랜드를 지휘하던 임원급 직원 20여명은 짐을 쌌다. 형지 관계자는 “시장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업무효율화와 조직 슬림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패션업계를 지탱해온 중견 패션기업들이 장기 불황과 저가 제조·직매형 의류(SPA)의 공습, 유통 시장의 변화 등으로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다. 가두점 위주로 브랜드를 운영해왔던 중견 패션업체들은 온라인·복합쇼핑몰 등 다변화되는 유통구조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해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노후화된 브랜드로 인해 ‘중장년층 브랜드’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점도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패션그룹형지의 지난해 매출(4800억원)과 영업이익(44억)은 전년 대비 각각 4.8%, 86.9% 감소했다.

‘인디안’, ‘올리비아로렌’ 등의 브랜드로 알려진 세정도 매출이 2017년 4959억원에서 지난해 4344억원으로 12.4% 줄었고, 87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외에 신원(-2.9%), 파크랜드(-2.5%), 지오다노(-4.2%), 인디에프(-1.7%) 등 주요 중견 패션기업의 매출이 역신장했다.

일부 업체는 비용절감과 체질개선을 위해 과감한 조직개편과 브랜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형지는 상품기획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매장 현장 경쟁력을 강화하며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돌파구를 찾고 있다. 형지 관계자는 “온·오프라인의 유통 채널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이라며 “당장 외형 매출 성장보다는 내실경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신원 본사 [신원 제공]

신원은 지난해 영업 중심의 사업부 체제를 개편했다. 기존에 사업부에 소속됐던 기획부서(디자인실)를 영업과 분리해 별도의 부서로 독립시키면서 디자인 전문성을 강화했다. 이와 함께 대대적인 브랜드 재정비에 나섰다. 유통만 이원화돼있던 남성복 브랜드 ‘지이크’와 ‘지이크 파렌하이트’를 완벽한 별도의 브랜드로 구분했다. ‘씨’, ‘비키’, ‘베스띠벨리’ 등 경계가 모호해 서로 시장이 겹쳤던 여성복 브랜드는 정체성을 재정립했다.

올해는 특히 국내에 신규 론칭한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마크엠’을 중심으로 젊은 고객을 공략할 계획이다. 신원 관계자는 “구조조정을 통해 빠른 의사소통 체계와 유연한 조직을 갖춰 손익개선 효과를 거두고 있다”면서 “본격적인 턴어라운드에 앞서 탄탄한 기반을 다지는 단계”라고 말했다.

세정은 기존 브랜드를 재정비하는 동시에 신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인디안, 올리비아로렌 등 대표 여성복 브랜드의 일부 상품을 선택·집중해 운영하며 비효율적인 중복 상품을 정리하고 있다. 또 실시간으로 수요를 예측해 재고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QR생산’(Quick Response) 시스템을 확대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유통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 마련에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동춘상회’를 론칭한 데 이어 최근 온라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코코로박스’를 인수했다. 사업 다각화에도 나섰다. 세정은 지난달 신규 주얼리 브랜드 ‘일리앤’을 선보이며 2030대 공략에 팔을 걷어붙였다. 세정 관계자는 “패션 시장 침체가 지속됨에 따라 효율 중심의 내실경영과 수익개선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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