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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오롱티슈진 논란…증권사는 자본시장 동네 북?
증권업계 “기술신용평가, 식약처 판매허가 전부 뒤집을 권한 · 역량 없어”
낮은 실사역량 지적돼 왔지만…“낮은 자율성 · 책임 · 역량 구조적 문제”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인보사케이주)’ 파문이 코오롱티슈진의 코스닥 상장 주관사(증권사)에 대한 집단소송 및 검찰 압수수색으로까지 번지면서, “자본시장의 검증 책임이 어디까지인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결과적으로 기업 실사에 흠이 발견된 만큼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낮은 권한, 낮은 책임’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인수주관사에만 무한 책임을 지우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이에 맞서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오롱티슈진 대표주관을 맡은 NH투자증권이 한창 기업실사를 진행하고 있던 2017년 4월, 주관사와 코오롱티슈진은 한국거래소에 제출하기 위해 진행한 외부 전문평가기관의 기술평가에서 ‘AA’ 등급을 통보받았다. 코오롱티슈진은 거래소가 일정 등급 이상의 외부기술평가를 요구하는 ‘기술성장기업 특례’를 통하지 않았음에도 불구, 기술평가를 진행해 심사에 대비했다. 이를 바탕으로 코오롱티슈진과 주관사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고, 약 한 달 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시판허가가 나면서 거래소는 심사 승인 결정을 내렸다.

코오롱티슈진 논란이 불거진 것은 지난 3월,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로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인보사의 주성분(2액이)이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라는 사실이 회사 측 발표로 드러나면서다. 이전까지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의 형질전환세포가 연골에서 유래된 것으로 인지하고 있었다. 회사 측은 인보사의 형질전환세포는 임상시료부터 상업생산까지 동일한 것이기에, “연골세포로 알고 있었던 성분이 사실은 신장세포였다는 점이 드러났을 뿐, 안전성과 유효성에는 변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식약처 조사 결과, 코오롱티슈진은 상장을 위한 기업실사가 한창 진행중이던 지난 2017년 3월 이미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고, 같은해 7월 코오롱생명과학에 이메일로 통보했다. 코오롱은 통보된 사실의 함의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기에 고의성이 없다고 설명했고, 검찰은 기존에 알던 성분이 아니었음에도 이를 숨기고 시판을 위한 허가 절차와 계열사 상장을 진행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인보사 논란의 책임이 자본시장에도 있다는 주장의 핵심은, 인보사의 주성분이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라는 점을 통보받은 것이 상장을 위한 기업실사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관 증권사가 이를 인지하지 못했거나 문제삼지 않았다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의 ‘대표 주관업무 모범규준’과 금융감독원의 ‘금융투자회사의 기업실사 모범규준’은 주관사가 ▷핵심기술과 관련해 회사를 상대로 이의가 제기됐거나 제기될 가능성 ▷행정기관에서 심의중인 내용 ▷전문평가기관의 기술평가 내용 ▷기술의 수명주기 및 경쟁력 등을 검토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폭 넓은 업무지침일 뿐인 모범규준을 지켜야 할 의무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항변한다. 기술력의 신뢰성을 담보할 공신력 있는 자료(기술신용평가기관의 ‘AA’ 등급 평가, 식약처의 품목허가 결과)를 회사로부터 확보했고, 이를 상장 담당기관(한국거래소)과 투자자들에게 조작 없이 공개했기 때문에 주관사로서의 의무는 다했다는 것. 외부 전문 평가기관과 당국의 판단을 최초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은 모범규준의 취지도 아니고, 모범규준을 폭넓게 해석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위반시 처벌이 따르는 ‘의무’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물론 미국, 홍콩 등 기업공개(IPO) 시장이 성숙한 국가와 비교해, 국내 증권업계의 실사 강도가 높지 않다는 점은 꾸준히 지적돼 왔다. 그러나 업계는 다른나라와 비교해 공모가 산정이나 향후 시장조성 등에서 국내 주관사의 자율성이 낮고, 그 결과 주관사에 요구하는 책임도 높지 않았으며, 자연스레 ‘문지기’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항변한다.

금감원 및 금융투자협회가 모범규준을 통해 안내하는 ‘업무지침’을 미국이나 홍콩에서는 ‘의무적 준수사항’으로 요구하고 있다. 행정상 과징금 책임에 있어서도 보다 낮은 수준의 책임을 부과하고 있음을 알수 있다. 국내 자본시장법은 “중요 투자정보를 거짓 기재, 기재 누락한 경우에만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주관사가 증권신고서 상에 인수인 의견으로서 기재를 한 경우에만 과징금이 부과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인수인이 부실기재된 증권신고서를 ‘승인’했다는 이유만으로도 행정상 제재를 받는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권업계가 상장 단계의 엄격한 문지기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변명하기 어려운 사실”이라면서도 “낮은 권한 · 낮은 책임 · 낮은 역량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무시하고 책임부터 제대로 수행하라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오롱 측이 불법을 저질렀을 가능성, 또 주관 증권사의 누군가도 동참했을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기에 수사는 필요하다”면서도 “‘공모자의 존재 여부’가 아닌 ‘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가지고 자본시장에서 증권사만 몰아세우는 것은 현재 구조로서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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