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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5대 그룹 총수는 피곤하다

  • 기사입력 2019-07-1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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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텍스 오사카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을 맞던 아베 총리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다음 대통령은 한국이다. 엷은 미소만 지은채 최대한 경직된 자세로, 악수만 하고 다른 체스쳐는 없으리라’ 이런 짜여진 각본을 되뇌였을지도 모른다. 이는 우리도 마찬가지였을 수 있다.

7초 악수 후 스쳐지나가는 문재인 대통령을 보며 또 어떤 생각을 했을까. ‘며칠만 지나면 엄청난게 터질 것…’ 속에는 비수를 품고 이런 치졸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도 싶다.

G20 정상회의 바로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난 역사적인 날, 산케이발로 오전 일찍부터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소식이 타전됐다.

일본의 이번 보복 조치가 오는 7월 참의원 선거용이라는 애초의 해석은 지극히 한국적 시각이었다. 선거에 목을 메는 편협한 한국적 해석이라는 얘기다. 치밀하게 준비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급소가 어딘지를 파악하고 단계별 시나리오를 세운뒤 터뜨렸을 것이다. 그래서 이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부도 다각도로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묘수가 없다는 것인데, 일본이 모를리가 없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카드를 꺼내든 것도 섣불렀다. 설사 제소되더라도 해결에는 하세월이다. 미국에 통상교섭본부장을 급파하는 것은 미국이 중재자 역할을 해달라는 요청이다.

유감스럽게도 자국 우선주의를 가장 먼저 내세운 곳은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다. 한일 관계가 경색될 때마다 미국이 막후 조정자 역할을 자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기대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아베 총리가 이번 경제보복조치를 트럼트 대통령에게 사전에 보고(?)하지 않았을리가 없다고 본다.

이번 사태에 대한 문 대통령의 지난 8일 첫 언급은 시의적절했다. 수출규제를 철회하고 협의를 촉구하며, 우리 기업에 피해 발생시 대응하겠으며 그렇다고 맞대응의 악순환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다만 급한 마음에 연일 5대 그룹을 중심으로 대기업 총수를 부르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10일 청와대에서 이뤄진 경제계 주요인사 초청간담회에서는 무려 30명의 기업 총수들이 참석했다. 국가적 위기상황에 민관이 머리를 맞대는 것을 굳이 폄하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이번 사안의 핵심은 외교문제다. 피해자인 우리 기업이 너무 일찍 전선(戰線)으로 내몰리는 양상이다. 이같은 움직임이 기업 불편만 가중시키고 입지를 옹색하게 만들 수 있다. 정·경(政·經) 분리에 대한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반 기업 정서가 팽배한, 총수 1인 지배체제에 가장 비판적이던 현 정부에서 그룹 총수들이 번번히 동원되는 것도 아이러니컬하다. 일본 정부가 이번 사태로 대기업 총수를 불렀다는 소식은 없다. 일본 게이단련(經團連)과는 오랜 협력관계를 맺어 온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 와중에도 ‘패싱’ 당했다.

이번 사태가 어떤 식으로든 해결될 것으로 본다. 물론 양쪽에 적지 않은 충격과 또 다른 아픈 과거사를 남길 것이다. 정경 분리를 원칙으로, 정부의 외교통상부문이 주도적으로 나섰으면 한다. 

김형곤 산업섹션 에디터 kimh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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