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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2인 ‘미완의 폐허’ 주제 타이틀 매치展
김홍석, 스티로폼 인간군상 24명 출품
서현석, 폐허로 변해 버린 미술관 상정
9월 15일까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인전의 묘미는 긴장감이다. 두 명의 작가가 한 전시에서 조화와 충돌을 어떻게 이끌어 내는지가 한편의 영화처럼 흥미진진하다. 대표적 중견작가 2인전으로 자리잡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타이틀 매치’전이 지난달 28일부터 열리고 있다. 올해로 6회를 맞는 타이틀 매치는 ‘미완의 폐허’라는 주제로 김홍석과 서현석이 참여했다. 미술관측은 “두 작가는 자본과 스펙터클이 우리의 감각을 사로잡은 시대, 미술이 유효할 수 있는 조건을 탐색한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두 명의 중견작가가 흥미로운 ‘매치’를 벌인다. ‘미완의 폐허’라는 주제아래 김홍석은 ‘미완’에 대한 이야기를, 서현석은 ‘폐허’를 탐색한다. 개념미술적 성향이 강한 김홍석의 작품과 퍼포먼스 등 일회적 성향이 강한 서현석 작품이 만드는 팽팽한 긴장감이 흥미롭다. 사진은 김홍석 작품 ‘불완전한 질서개발(의지)’ 전시전경.(위)  서현석, 먼지극장1, 2019, VR영상, 20분.(아래)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전시는 2명 작가의 개인전으로 구성됐다. 관습적인 ‘미(美)’와 미술작품에 대한 개념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작업에 천착해 온 김홍석 작가는 이번엔 ‘인간질서’프로젝트로 미완의 미학에 대해 말한다. 작가는 버려진 스티로폼을 자르거나 이어붙여 24명의 인간군상을 만들었다. ‘불완전한 질서개발(의지)’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속 재료로 쓰이는 스티로폼으로 만들었다. 그런가하면 벽에 걸린 대형회화는 ‘걸레질 페인팅’ 연작이다. 페인트를 캔버스 위에 부은 뒤, 일용직 노동자를 고용해 닦아내라고 해서 완성했다. 정작 작가는 전시장 벽을 페인트로 칠했다. 작가가 칠한 벽과 일용직 노동자가 만든 회화 중 무엇이 ‘미술작품’일까. 상해서 결국 썩어버리는 사과로 만든 500개 사과탑도, 주인 없는 책상도 모두 ‘완전함’, ‘완성’, ‘질서’에 대한 반문이다.

김홍석, 인간질서(사과탑), 2019, 혼합재료,스테인리스 스틸 사이즈, 95x95x(H)110cm.[서울시립미술관 제공]

김홍석 작가는 “미완성 자체가 완성일 수 있지 않느냐”며 미완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현대미술의 방향에 대해 고민했음을 이야기했다.

장소 특정적 설치로 주목을 받아온 서현석 작가는 ‘먼지극장’시리즈로 폐허로 변해버린 미술관을 상정했다. 작가는 풍동실을 전시장으로 선택했다. 풍동실은 공기의 흐름을 활용해 건물 전체의 온도를 조절하는 공간으로, 지금까지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다. 버려진 공간 혹은 폐허처럼 보이는 이곳에 설치된 영상작업에선 소녀가 ‘아뉴스 데이(Agnus Dei·하느님의 어린 양, 그리스도를 말함)’를 정가로 부르며, 상실에 대해 노래한다. 그런가하면 1전시실엔 넘어져 바닥을 바라보고 있는 천사상이, 미술관 외부 벤치엔 구멍 뚤린 책이 놓였다. 퍼포먼스, 영상, 노래, 낭독 등 다양한 형태를 통해 나타난다. 퍼포먼스는 전시기간 중 토요일 오후 2시와 3시 진행된다. 미술관 홈페이지 인터넷 접수 후 회당 선착순 20명만 관람 가능하다.

서현석, 먼지극장 설치전경. 이한빛 기자/vicky@

서현석 작가는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아방가르드의 비전이 무너진 오늘날, 작가로서 허망한 시선을 폐허가 된 미술관 이미지로 담았다”라고 했다.

개념미술적 성향이 강한 김홍석의 작품과 퍼포먼스 등 일회적 성향이 강한 서현석 작품이 만드는 팽팽한 긴장감이 흥미롭다. 전시는 오는 9월 15일까지 이어진다.

한편, 북서울미술관의 대표 연례전인 ‘타이틀 매치’는 지난 2014년 시작했다. 대표 원로작가와 차세대 작가를 한 자리에서 소개하다 2018년 5회를 맞아 작가 연령 기준과 무관하게 구성된 맥락 속에서 두 작가를 짝 지우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지난해에는 이형구작가와 오민 작가가 소개된 바 있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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