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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분양 할인…건설사·입주자 갈등 증폭
불황 시달리는 거제 등 경남지역
신규분양 없는 곳도 미분양 증가
계약취소 물량 증가 등 원인인듯
건설사, 할인·경품 걸고 떨이나서
창원 마이너스피 5000만원 등장


지난 28일 오후 2시께 경남 거제시 양정동·문정동 거제2차아이파크 입주민 20여명은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앞에서 상경시위를 벌였다.

“참을 수 없다…아침 8시에 버스 타고 상경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2시께 경남 거제시 양정동·문정동 거제2차아이파크 입주민 20여명은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앞에서 ‘상경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지금 건설사가 (우리 때와 달리) 분양가 인하, 중도금 무이자, 확장비 무료 등으로 미분양 아파트를 팔고 있다” 며 “제값 주고 산 우리만 손해를 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기반 산업이 쇠퇴하거나 주택 공급이 몰려 침체의 골이 깊은 지방 부동산 시장에서 입주민과 건설사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경제부진이 양측의 갈등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건설사들은 쌓인 미분양 물량을 할인해서라도 팔아야 단지가 활성화하고, 집값도 회복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기존 분양자들은 당장 차액 손실이 심각하며, 추가로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말 입주를 시작한 거제2차아이파크도 조선업 장기 불황에 따른 미분양 발생이 갈등의 원인이 됐다. 할인분양은 갈등이 폭발하는 계기가 됐다. 분양관계자에 따르면 1279가구 중 미분양 물량은 190여가구다. 건설사는 전용면적 110㎡, 저층 기준으로 특별 입주지원금을 포함해 분양가 대비 최대 3650만원 싸게 팔고 있다. 한 입주민은 “(분양가보다) 한참 내린 가격에 팔고 있는데, 1000만~2000만원 피(웃돈)를 얹어주고 들어온 기존 입주자들은 기분이 어떻겠냐”고 반문했다.

준공후 미분양 단지에서 많이 이뤄지고 있는 할인분양은 이 지역 다른 현장에서도 많이 나타난다.앞서 거제면 ‘오션파크자이’는 783가구 중 219가구가 미분양되자 2000만원 할인분양했다. 덕포동 ‘도뮤토’ 아파트도 미분양 물량에 대해 최대 25% 할인분양과 중형 세단을 내걸고 팔았다.

거제시에서는 올해 초 새로 분양한 아파트가 없는데도 미분양이 느는 현상이 나타났다. 입주자 모집공고가 승인된 지역의 공동주택 중 3월 미분양 물량이 2월보다 150가구 증가했다. 이는 계약 취소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미분양 물량에 대해 건설사가 할인을 적용할 경우 입주민과 건설사 간 갈등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같은 경남권인 창원에서도 지난해부터 할인분양 단지가 속속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창원은 올해 5월 기준 전국 시·군·구 중 미분양 물량(6754가구)이 가장 많다. 기반산업 침체로 지역경제가 흔들린 데다 지난 2012년부터 아파트가 과다 공급된 영향이 계속된 것이다.

지난해 3월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 SK오션뷰’ 전용 84㎡ 10가구는 분양가 대비 3000만원 할인된 가격에 팔렸다. 비슷한 시기 경남 창원시 진해구 ‘시티프라디움1차·2차’도 미분양 물량에 분양가 대비 10% 할인을 적용했다.

건설사들은 사정이 어려워도 대놓고 할인분양 하기는 쉽지 않다. 분양가 할인을 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미분양 해소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제값받고 분양한 기존 계약자들도 똑같은 혜택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파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창원의 한 공인중개사는 “정가로 분양받은 입주민들이 사실을 알면 가만있을 리 없다”며 “공식적으로 최근 나온 미분양분은 발코니 확장비를 지원해주는 정도의 혜택만 있다”고 말했다.

첨예한 대립이 있는 할인분양에 대한 법원 판결은 10년 전에 나온 바 있다. 2010년 울산의 한 아파트 입주민들은 할인분양이 부당하다며 건설사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할인분양 또한 계약자유의 영역이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양측간 갈등이 심화될, 시장 상황의 악화가 문제다. 새 아파트는 분양가보다 낮은 ‘마이너스피’가 붙어도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지난달부터 입주를 시작한 창원 의창구의 6100가구 규모 ‘중동 유니시티 1~4차’의 경우 올해 초 마이너스피 5000만원짜리 매물이 나오기도 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지방은 부동산 시장의 문제라기보다는 산업부진의 영향이 크다”며 “지역경제를 정상화할 수 있는 정책이 도입돼야 주택시장의 수요도 개선될 것”이라고 봤다.

양영경 기자/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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