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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김준형 의사 칼럼니스트] 금달래를 아시나요?

  • 기사입력 2019-07-0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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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많은 노인들은 아직도 ‘금달래’를 기억한다. 금달래는 1930년대 대구 서문시장과 대구역 인근에서 걸식을 하던 실성한 여인이었다. 이 불쌍한 여인의 이야기는 인기 TV 프로그램에 소개된 적도 있다. TV에서 소개된 이야기에 따르면 금달래는 결혼 후 시어머니의 모진 구박 끝에 시집에서 쫓겨났다고 한다. 친정에서도 출가외인이라는 이유로 금달래를 받아주지 않았다. 그런데 뒤늦게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의지할 곳이 없었던 금달래는 풀숲에서 혼자 아이를 낳았다. 그러나 태어난 아이는 금새 죽어 버렸다. 이때부터 금달래가 정신줄을 놓고 미쳐버렸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금달래에 관하여 가장 많이 알려진 이야기 중 하나다. 사실은 이것도 여러가지 소문 중 하나일 뿐이다. 그의 본명은 아무도 모른다. 김씨라고도 하고, 이씨라고도, 박씨라고도 한다. 양반 가문의 유복한 집에서 자랐다는 이야기도 전해지지만 확인할 길이 없다. 고향이 대구 무태라고 하고, 칠곡이라고도, 청도라고도 한다. 시집에서 쫓겨난 이유도 시어머니와의 갈등 때문이라고도 하고, 머슴과 바람을 피워서 쫓겨났다고도 한다. 금달래는 항상 가슴에 작은 보자기를 안고 다녔는데, 그 보자기 안에는 ‘독립군 군자금이 들어 있다.’ ‘불상이 들어 있다.’ ‘죽은 아기 모양의 인형이 들어 있다.’는 등 별별 이야기가 다 돌았다. 다만 상당한 미인에 늘씬하고 키가 컸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러나 실성한 탓에 한번 씩 발작을 하면 옷을 모두 벗어던지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거리에 예쁜 여자가 지나가면 오물을 뿌리거나, 머리채를 잡아채고 폭행을 하기도 했다.

금달래의 증상을 보면 정신질환이 상당히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크고 자신의 과거를 주변사람들에게 조리 있게 설명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따라서 금달래에 관한 여러 이야기는 지어낸 이야기일 가능성이 크다. 당시에는 정신질환을 앓던 환자들이 가족들에게 버려져서 거리를 헤매는 경우가 많았다. 가족들은 먹고 살기 힘들어서 환자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고, 집안의 창피라 여겨 버려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정신질환 환자는 전국적으로 수를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런데 왜 유독 금달래의 이야기만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불쌍한 여인을 안타깝게 바라본 이웃들의 측은지심 때문일 것이다. ‘금달래는 원래부터 비정상이었던 것이 아니라 억울한 사정으로 이렇게 된 것이다’라는 상상은 자연스럽게 ‘금달래에게 함부로 하지 말고 보호해 주어야 한다’는 사람들의 교감을 만들어 내었다. 실제로 당시 서문시장의 상인들은 금달래에게 먹을 것과 옷가지를 나누어주고, 금달래가 발작을 하면 시장 아낙들이 달려가 옷을 다시 입혀주곤 했다. 이런 시장상인들의 배려와 보호 속에 금달래는 상당히 오랜 기간 서문시장 인근에서 살았다.

최근 정신질환 환자들의 엽기적인 사고가 사회의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정신 보건에 관련된 업무를 하는 사람들은 ‘환자에 대한 사회의 편견’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정신질환자는 우리와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은 환자에 대한 사회적 냉대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정신과 환자도 병을 앓는 환자일 뿐이다. 다만 그 병이 육체가 아니라 마음에 생긴 것이다. 그리고 이 또한 치료 될 수 있는 병이다. 최근 발생한 여러 사고도 미리 환자를 치료하고 보호해 주었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

환자는 원래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환자는 사회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다. 위험한 환자로부터 사회가 보호되어야 하지만 또 사회는 환자들을 보호해 주어야 한다. 최근 환자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우리 사회의 노력은 무엇인가? 환자들과 건강한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는 세상은 불가능한 것일까? 환자들에 대해서 측은지심을 가지기에는 우리 사회가 너무 메말라 버린 것일까? 분명한 사실은 가난하고 배고픈 1930년대 대구의 서문시장에서는 이런 세상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김준형 의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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