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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30년 후의 서울 그리고 부동산 시장
“당시 뉴욕시의 절망적인 상황이 오히려 나에게 최대 무기가 되었다. 나는 시 공무원들을 상대로 (호텔 개발 사업에) 대대적인 세금 혜택을 줄 경우 그 대가로 건설과 서비스 분야 일자리 수천개 창출, 주변 지역 회생, 궁극적으로 호텔의 수익을 시와 나눌 수 있게 된다고 설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45대 대통령이 자서전 ‘거래의 기술’에서 쇠락한 뉴욕 중심가를 부활시킨 자신의 일화를 설명한 부분이다. 그는 지난 1978년 맨해튼 지구 42번가 낙후된 지역에 있던 코모도 호텔을 인수해 그랜드하얏트 호텔로 리모델링했다. 이 사업의 성공으로 그는 ‘부동산 재벌’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다지게 된다. 80년대 초 맨해튼 한복판에 세운 58층 트럼프 타워 역시 지금까지도 뉴욕의 명소로 인정받는다.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장래인구특별추계’는 대한민국과 서울의 암울한 미래를 예견한다. 추계에 따르면 오는 2047년에는 세종시를 제외한 16개 시ㆍ도 전체의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지금보다 32.2% 감소할 전망이다. 부산과 대구는 현재 생산연령인구 10명 중 4.5명이 사라지고, 수도권과 충청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은 부양을 받는 인구가 생산연령인구보다 많아진다. 2017년 42세인 전국 중위연령은 2047년 56.8세까지 치솟을 것으로 관측된다. 환갑에 가까운 나이가 사실상 중간 연령대가 되는 셈이다.

서울 또한 다른 지역의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32년부터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해 2047년에는 지금(977만명)보다 145만명(15%)이 줄어들고 생산연령인구가 40% 가까이 사라진다. 인구가 급감하면서 생산과 소비가 축소돼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도시의 활력 자체가 사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를 근거로 서울 부동산 시장의 대폭락을 예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 1990년대 일본 주택시장에서 비롯된 ‘버블 붕괴’가 가장 먼저 손꼽히는 사례다. 당시 일본은 ‘단카이 세대’(1947~1949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 은퇴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로 주택가격이 크게 떨어진 바 있다. 1992년부터 2016년까지 일본 주택가격의 누적 하락률은 53%에 달한다.

반면 “일본과 같은 폭락은 없을 것”이란 반론도 만만찮다. 27년 동안 한국의 대표적 금융기관을 거친 홍춘욱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5월 헤럴드부동산포럼에서 “경제구조나 여러가지 흐름이 한국과 전혀 다른 나라(일본)를 우리와 비교하고, ‘일본이 망했으니 우리도 망할 것’이라는 식의 좁은 바운더리(경계)에 있으면 실수하기 쉽다”고 지적한 바 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장도 “뉴욕ㆍ도쿄ㆍ오사카 등 세계 주요 도시들이 최근 도심 중심의 주택공급을 강화하고 인구 유출을 막아 도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허 연구원에 따르면 도쿄는 일본 전체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도심 3구 중심의 주택공급 덕분에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5년 동안 인구가 18.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114가 2014년부터 2018년 인구 추이 대비 주택가격 상승률을 집계한 조사에선 서울시 인구가 해당 기간 33만명 줄었지만 집값은 오히려 58.2% 오른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모 대학교수는 “인구는 주택 수요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지만 집값은 해당 시점의 경제상황과 정부 정책 등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면서 “30년 뒤에도 지금처럼 일자리가 서울에 몰려있다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3기 신도시 구축을 전담할 ‘공공택지기획과’와 ‘공공택지관리과’ 등 2개 과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3기 신도시의 교통ㆍ자족 기능을 갖추는 동시에 1ㆍ2기 신도시 등 인근 도시들과의 상생할 수 있도록 행정 역량을 집중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와 대조적으로 서울은 각종 재개발ㆍ재건축 규제로 준공 50년 가까이 된 아파트들까지 사업진행을 못하고 묶여 있다. 30년 뒤 3기 신도시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 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결국 부동산의 등락은 주택공급과 일자리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단기적으로 정부를 이길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고 설명한다. 정부와 국토부가 그리고 있는 30년 뒤의 서울의 모습은 과연 어떤 것일 지 궁금하다. 

양대근 소비자경제섹션 부동산팀 기자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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