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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쿄·교토 제국대학 유학…엘리트 조선인 1000명의 계보
해방공간에서 국가의 기틀을 세우는데 일본 제국대학에서 유학한 조선인들이 집중적으로 참여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들은 일제에서 관료로 복무하고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해방후 남북한의 행정과 경제, 사법, 교육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런 유학생 지식인집단에 대한 연구는 산발적으로 이뤄져 왔고, 사법부 등 특정 집단에 대한 연구는 부분적으로 이뤄진 적이 있으나 실체는 온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정종현 인하대 교수가 제국 대학의 핵심인 도쿄와 교토 제국대학의 조선인 유학생 명부를 완성했다. 당초 7개 제국대학의 전수조사를 통해 제국대학 유학생들의 전체 명부를 작성할 예정이었으나 해방 이후의 행적을 조사하는 방대한 작업때문에 일단 두 대학에 한정했다. 이렇게 하는데만도 10년이 걸렸다.

대한민국 엘리트의 뿌리인 제국대학 유학생 가운데 2002년 대선후보였던 이회창의 집안은 사회자본이 어떻게 세습되는지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꼽힌다. “본가와 외가, 처가가 모두 제국대학, 고등문관시험, 식민지 관료라는 사회자본의 종합구현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식민지 조선 굴지의 기업, 최초의 재벌을 일군 경성방직을 경영한, 인촌 김성수의 동생 김연수 역시 교토제국대학 경제학부에서 수학했다. 사업이 여의치 않았던 그가 오사카와 베이징에 사무소를 둔 제국의 사업가로 우뚝 서는데 제국대학 네트워크가 작동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존경의 대상이었던 제국대학 교수들에게서 받은 영향도 적지 않았다.

연희와 보성전문학교의 상과 교수진인 윤행중과 박극채는 교토제국대학의 기와카미 하지메의 마르크스 경제학 학풍의 영향을 받았으며, 해방 이후 서울대 총장과 대한민국학술원 초대원장을 지낸 윤일선은 후지나미 아키라 교수와 ‘부자지간’ 같은 관계를 유지했다.

이 가운데 제국대학 유학생으로 마르크시즘에 빠졌다가 친일파로 변신, 이후 도색영화 브로커로 전락했던 김린, 금녀의 영역이었던 제국대학에 조선인 여학생으로 홋카이도제국대학에 유학했던 김삼순의 얘기는 새로운성과로 꼽힌다.

지주와 친일파, 일본으로부터 작위를 받은 귀족, 조선의 명망가 집안, 부르주아의 후예 등이 다수를 차지한 제국대학 유학생들의 어제와 오늘, 이들의 사상적 고민도 조심스럽게 살피는 등 저자는 비교적 역사적 실체에 접근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소장학자의 집념의 결과인 이 책의 묵직함은 부록으로 실린 1000명의 도쿄·교토 제국대학의 조선인 유학생 명부다. 이름과 전공, 졸업연도와 출신고, 출신지, 해방전 후의 주요 이력을 표로 알기 쉽게 꼼꼼이 정리해 놓았다. 보통 공이 들어간 작업이 아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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