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그 때는 맞고 지금은?”…후분양 딜레마
선택권 확보·하자관리 등 명분
정부 작년엔 지원책 제시 등 권장
최근 분양가 규제회피용 추진에
집값불안 우려 규제카드 만지작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상아2차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라클래시’는 2021년 후분양 방식으로 공급된다.

“착공 후 분양하는 선분양 중심의 분양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양방식에 대한 소비자 선택권을 확보해야 한다” (2018년 6월28일 국토교통부 제2차 장기주거종합계획)

정부는 지난해 후분양제 확산을 위한 지원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도 건설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하지만 지원책 발표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후분양제가 최근 분양시장의 화두로 떠오르며 확산되고 있다. 다만 지원책의 효과라기보다는 최근 강화된 분양보증 기준 회피책의 일환이다. 이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최근의 후분양 확산이 달갑지만은 않다. 당초 취지를 고려해 민간의 자발적인 후분양을 유도해야 하면서도, 고분양가 규제를 피하려는 후분양은 그냥 두고만 보기 어려운 ‘후분양의 딜레마’에 빠졌기 때문이다.

2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 영등포구 여의도동 등을 중심으로 후분양을 결정하거나 검토하는 재개발ㆍ재건축 단지가 늘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래미안 라클래시), 서초동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래미안 원베일리)는 후분양을 진행하기로 했다. 서초구 잠원동 ‘반포우성’, 영등포구 여의도동 ‘브라이튼 여의도’ 등도 후분양을 검토 중이다. 

서울 서초동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래미안 원베일리) 재건축 조합은 공정률이 80%를 넘은 뒤 일반분양(후분양)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기준 강화가 결정적 이유다. 주택보증공사는 지난 24일부터 고분양가 관리지역의 분양가를 주변지역 직전 분양단지보다 높게 책정할 수 없도록 하는 방침을 도입했다. 주택이 완공되기 전 분양해 건설비용을 충당하는 선분양과 달리, 착공이 들어간 뒤 일정기간 후 분양을 하면 HUG의 분양보증을 받지 않아도 된다. 이에 따라 흥행이 확실히 되는 지역에서는 후분양이 분양가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는 지난해 정부가 장기주거종합계획을 통해 후분양로드맵을 발표했을 때의 분위기와도 사뭇 다르다. 소비자 알권리, 하자분쟁 감소 등을 이유로 민간의 자발적인 후분양이 장려됐지만, 선분양 시스템이 굳어진 상황에서 후분양을 택하도록 할 당근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더욱이 최근 후분양을 고려한 사업은 정부의 후분양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된 투기관리지역 내 재건축사업이 다수다. 시장에선 분양보증 기준 강화로 분양가를 낮출 수 밖에 없게 되자, 손실을 피하는 대신 후분양제를 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입장에선 분양가 규제 회피 목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소비자 선택권 확보라는 측면을 생각하면 (재건축 단지 등) 특정 단지를 배제할 필요는 없다”며 “정부가 후분양 제도 자체를 떠나 집값 안정, 가격 불안요인 등까지 복합적으로 고려하다 보니 어디는 후분양이 장려되고, 어디는 반길 수는 없는 이중적인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분양가를 낮추기 싫은 조합의 ‘대안’이 정부 입장에서는 ‘꼼수’가 된 것”이라고 봤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강남권의 모든 재건축 단지가 후분양을 택한 것은 아니다”라며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6일 서울 목동 SBS 스튜디오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분양가 규제 관련 질문에 “공공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만, 민간 아파트의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고분양가를  관리하는데, 지금 방식이 고분양가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민간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는 “고민을 더 해보겠다.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만 말했다.

정부가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한 후분양에 또다른 규제의 칼날을 들이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전문가들은 100% 완공 뒤 분양하는 완전 후분양, 지방자치단체의 분양승인 제동 등 다양한 가능성을 내다봤다. 시장역시 장기적으로 분양 대기수요와 후분양 가격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기축 아파트로 쏠리며 집값이 출렁일 수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이 폭등하면 1가구 1주택에 대한 혜택을 축소하거나 대출 규제를 더할 수 있다”고 봤다.

양영경 기자/y2k@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